담마와나선원

세상에서 가장 검소한 옷

담마다사 이병욱 2020. 5. 7. 09:05

 

세상에서 가장 검소한 옷

 

 

46일은 붓다데이이다. 테라와다불교에서는 웨삭이라한다. 해마다 음력 사월 만원일에 부처님의 탄생과 성도와 열반, 이렇게 세 가지 사건을 한꺼번에 기념하는 날이다. 유엔에서 1998년에 공식으로 인정한 홀리데이이기도 하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행사가 취소되었다. 그렇다고 한달 후로 연기한다는 이야기도 없다. 서울에 있는 한국테라와다불교 담마와나선원에서 발표한 것이다.

 

테라와다불교에서 가장 큰 명절은 봄철의 붓다데이와 가을철의 까티나가사공양법요식일 것이다. 재작년 2018년 가사공양법요식 때 빤냐완따 스님이 주관했다. 스님은 이번 붓다데이를 맞이하여 가사라는 제목으로 감흥어린 시를 하나 썼다. 다음은 담마와나선원 밴드에 올려져 있는 스님의 글과 시, 그리고 사진을 공유한다.

 



 

(다음)

 

 




부처님과 담마와 상가에 귀의하오며,

 

새벽에는 소쩍새 피리새가 울고

한낮에는 산비둘기 아기산꿩이

번갈아가며 우는 사월 초파일.

 

마스크 쓴 채 법당 올라가시는

노보살님들 먼발치에서 바라보다

하도 한가하여 문득 생각나는

스님과 몇분 불자님께 소식 전합니다.

 

대자대비 부처님의 가르침과함께

온세상이 하루속히 평안해지길

두손모아 기원하면서

 

메따와 함께

빤냐완따(인법) 합장

 



 

가사

 

스님들이 입는 옷을 가사라고 부른다.

 

괴색으로 염색된 천 한장.

그 사각천이 스님 손 끝에 닿는 순간

천은 마술처럼 옷으로 변한다.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옷이지만

가장 완벽하게 몸을 감싼다.

 

등 뒤로 접었다가 잎으로 한번 접고

돌돌 말아서 뒤로 다시 넘기면

7초 만에 평복이 되고

30초 만에 외출복이 된다.

 

풀벌레 우는 가을밤

때로는 이불이 되고

접어서 돌돌 말면 베개가 되고

나뭇가지에 걸어두면 바람막이가 되기도 한다.

 

가사는

부처님께서 친히 정해주신 옷이다.

대자대비 부처님의 무량공덕이 깃들어 있고

생사해탈을 향한 출가자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다.

 

가사는 세상에서 가장 검소한 옷이다.

세속의 화려한 옷 벗어놓고 출가하던날

출가수행자로서 처음 입는 옷이다.

가사에는

자식을 가슴에 묻은 노모의 슬픔이 서려 있고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마음들이 담겨있다.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염원하는 스님들의 축원도

천조각 조각마다 꿰메어져 있다.

 

가사는

주머니가 없는 옷이다.

무늬도 없고 장식도 없는

출가수행자로서 처음 입었던 옷이고

세상과의 모든 인연 끝나는 날 마지막 입는 옷이다.

 

불기2564(2020) 4 30일 아침

천림산 성불암에서

 





 



2020-05-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