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일기일회(一期一會) 불성사 가는 길

담마다사 이병욱 2020. 5. 25. 17:46

 

일기일회(一期一會) 불성사 가는 길

 

 

산이 있어서 산에 간다고 한다. 불교인들은 산에 절이 있어서 산에 간다. 산에 가면 절로 가게 되어 있다. 모든 길은 절로 통한다.

 

5월 23일 토요일 점심때 산에 갔다. 오전에 글 하나 쓰고 산으로 향했다. 가볍게 산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목표는 자꾸 수정되었다. 안양예술공원에서 고래바위계곡을 지나 비산동 산림욕장 입구로 가고자 했다. 그러나 또 수정되었다. 서울대수목원에서 길을 허용하지 않아서 우회길로 갈 수밖에 없었다.

 

 

수목원 우회길은 멀고도 힘든 코스이다. 그럼에도 기꺼이 간 것은 운동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다리가 뻐근하게 걸을 필요가 있었다.

 

가다보니 갈림길이 나왔다. 당초 고래바위계곡을 지나 비산동 산림욕장 입구로 가는 계곡으로 가고자 했으나 불성사계곡길 팻말이 보였다. 무너미 사거리길에서이다. 무너미고개 쪽으로 가면 서울대가 나온다. 불성사로 가기로 또 수정했다. 거리는 2.85키로미터이다.

 

불성사 가는 길은 몹시 힘들었다.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가다 쉬었다를 반복했다. 무너미사거리까지 오기까지 체력소모가 심한 상태에서 3키로 가까이 되는 계곡길을 오르려 하니 불성사는 아득하게 먼 곳에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힘들지 않고 산행을 잘 할 수 있을까? 왼발, 오른발 하며 발에 집중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그런 방법을 썼다. 이번에는 달리 해 보기로 했다. 생멸을 관찰하는 것이다. 한발한발 움직일 때 마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발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머무는 기간이 없다. 일어나서 즉시 사라진다. 이를 아는 마음 역시 일어나서 즉시 사라진다. 만일 머무는 기간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매우 힘들다고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머무는 것이 없이 움직임만 있다면 힘이 들지 않는다. 힘이 들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행선을 제대로 하면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마침내 불성사에 왔다. 관악산 깊숙한 곳에 있어서 어느 방향으로든지 4키로 이상 걸린다. 차가 다니는 도로도 없다. 물건을 실어 나르는 케이블도 없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이런 곳에 어떻게 절이 만들어졌을까?

 

 

불성사에는 여러 번 와봤다. 관악산에 가면 불성사가 목적지가 되곤 했다. 언젠가 왔었을 때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신도들이 비빔밥을 먹고 있었다. 아마 2000년대 초반이다. 불교에 정식으로 입문하기 전에 와 본 것이다. 지금 알고 보니 2000년에 대웅전과 산신각 중창불사가 완료되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길도 없는데 어떻게 건축자재를 옮겼을까? 오늘 중창불사에 대한 비문을 보니 의문이 풀렸다. 수송기로 실어 나른 것이다. 아마 헬리콥터가 동원되었을 것이다.

 

 

2000년 초반 이후 해마다 불성사를 찾았다. 어느 방향이든지 산길을 4키로 걸어 올라 가야 하는 불성사는 감추어져 있는 절이다. 관악산에 가면 연주대보다 불성사를 찾는다. 이번에 몇 년 만에 와 보았다. 코로나19 영향이어서인지 약간은 퇴락된 분위기이다.

 

불성사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대로 있다. 불상의 상호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사람은 변해져 간다. 점점 늙어가고 기능은 저하되어 간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자꾸 변해져 가지만 불성사는 여전히 그대로 있다. 아마 이대로 백년, 천년은 갈 것 같다. 절이 산중에 있는 한 불교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1,700년을 이어져 왔다.

 

 

다시 불성사를 찾았다. 그때 처음 왔던 것과 같이 대웅전에서 삼배를 했다. 그리고 좌정했다. 새소리, 풍경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다.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다. 머무는 것이 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일기일회(一期一會)이다.

 

 

2020-05-2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