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수종사 전망대에 서니

담마다사 이병욱 2020. 6. 29. 19:03

수종사 전망대에 서니

 

 

때로 전환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떠나는 것이다. 멀리 떠나는 것이다. 해외여행은 불가능하다. 갈 곳은 국내뿐이다. 양평 한화리조트에 가기로 했다. 내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유하면 내것처럼 쓸 수 있다.

 

6 28일 일요일 아침 일찍 출발했다. 온도와 습도는 적당하여 쾌적하다. 장마철 중간에 반짝 맑은 날씨이다. 도중에 시간이 남아서 몇 군데 둘러보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나. 수종사를 목표로 정했다. 여러 후보지를 물색하다 그래도 가 본 곳이 나을 것 같았다. 수종사는 무엇보다 경치가 좋다. 찻집도 좋다. 예전에 한번 가 본 경험이 좋게 작용했다.

 

수종사 올라가는 길은 험하다. 운길산 거의 8부 능선에 있어서 가파르다. 경차로 끝까지 올라 가는데 한계가 있다. 660미터를 남겨 두고 멈추었다.

 

분명히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흙길이었으나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예전에 못보던 것들이 보였다. 일주문도 새로 생겼다. 불이문도 새로 생겼다. 가파른 계단 끝에 해탈문이 보였다. 왜 해탈문이라 했을까? 올라가 보면 알 수 있다. 갑자기 탁 트인 세상이 펼쳐진다. “!” 또는 !”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하늘 아래 풍광을 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순간적으로 해탈한 느낌이다.

 

수종사에 올라 간 것은 경치를 보기 위해서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우리나라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응진전 앞에 전망대가 새로 생겼다. 전망대에 서니 애써 힘들게 올라온 보람을 느낀다.

 

 

금강경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정오가 되었을 때 혹시나 하고 공양간에 갔다. 공양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자기가 먹은 식기를 씻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절집 인심이 좋다. 비록 김치에 몇 \가지 나물이 있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청정한 밥상이다. 나가려 하니 백설기도 준다. 재를 지내고 난 것을 나누어 준 것이다.

 

 

수종사에 가면 파초를 볼 수 있다. 예전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파초는 바나나와 유사한 것이다. 본래 아열대 지방에서 나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에서는 살기 힘들다.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불가사의하다. 혜가대사의 단비와 관련있는 파초는 믿음의 상징과도 같다. 진리를 위해서라면 신체의 일부라도 바칠 수 있는 것이다. 진리를 위해서라면 하나 밖에 없는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

 

 

수종사에 가면 찾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오층석탑이다. 무려 5백년 된 것이다. 5백년 동안 그렇게 있어 왔다. 5백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것이다. 나도 탑을 바라본다. 탑이 매개가 된다. 시간 차이는 있지만 탑을 바라본 느낌은 같은 것이다. 일미진중함시방이다. 하나의 탑에 오백년이 중첩되어 있다.

 

 

수종사에는 5백년 된 것이 하나 더 있다. 수종사 은행나무이다. 생명이 있는 것이다. 인간수명은 길어야 백년이다. 5백년 된 은행나무는 이곳에 온 수많은 사람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다시 와서 이 은행나무를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수종사에 서니 세상이 내려다 보였다. 두 물이 만나는 아름다운 풍광이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랜드캐니언이 장쾌하다고 말하지만 이보다 더 장쾌할 수 없다. 스위스 호수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없다.

 

 

 

초여름 녹색세상은 지극히 평화롭다. 수종사 전망대에 서니 코로나팬데믹도 남북갈등도 없다. 아래 세상을 내려다보니 해탈 된 듯하다.

 

 

2020-06-2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