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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 일인데, 한달후에 치루어진 부처님오신날

담마다사 이병욱 2020. 5. 30. 19:45

 

이미 지난 일인데, 한달후에 치루어진 부처님오신날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일까? 조계종단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부처님오신날 행사릏 한달 연기했다. 오늘이 그날이다. 그러나 명절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공휴일로 지정된 날도 아니다.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토요일이다. 그럼에도 한달 연기한 부처님오신날이어서 절로 향했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코로나19가 겨울에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크리스마스도 한달 연기되어서 행사를 치룰 것인지 궁금하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날을 1월 25일에 치룬다고 했을 때 분위기가 살아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한달 연기하여 행사를 치루고 있다. 이런 일은 불교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성원정사는 신림동에 있다. 신림동 고시촌에 있어서 고시생들을 위한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고시생들의 합격발원과 기도를 해 주고 있다. 그래서 ‘소원을 이루어주는’ 성원정사라고 한다.

 

 

부처님오신날이 한달 연기됐어도 분위기는 가라 앉아 있는 것 같다. 작년과 비교하여 반밖에 오지 않은 것 같다. 십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마스크를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몇몇 낯익은 얼굴도 보인다. 도착하자 마자 축원카드를 썼다. 네 식구에 대한 생년과 이름, 발원을 적었다. 그리고 등도 하나 달았다.

 

 

법회는 빠알리로 진행되었다. 성원정사 창건주 송위지 선생이 스리랑카 유학파 출신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불상도 스리랑카 불상이다. “나모 땃사 바가와또”로 시작되는 예경문부터 시작하여 빠알리 삼귀의문, 빠알리 오계 순으로 진행되었다. 삼보예찬도 빠알문이다.

 

 

테라와다불교에 대표적인 예불문 네 가지가 있다. 그것은 자야망갈라가타(길상승리게), 멧따숫따(자애경), 라따나숫따(보배경), 망갈라숫따(축복경), 이렇게 4대 예불문을 말한다. 빠알리어를 우리말로 음역하여 읽어 나가는 식이다. 이 네 가지 예불문은 수년전에 빠알리어로 모두 다 외운 바 있다. 그래서 독송했을 때 매우 익숙하다. 마치 반야심경이나 천수경을 한문으로 독송하는 것처럼 빠알리문으로 독송하면 독송하는 맛이 난다.

 

 

빠알리 예불문이 끝나고 석가모니정근시간이 되었다. 석가모니 정근은 우리말로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하며 외는 것이다. 약 20분가량 정근했다. 염주를 주어서 염주를 돌려 가며 했다. 염주는 아마 천개 가량 되는 것 같다. 염주 한 개 돌릴 때 “석가모니불” 하며 정근했다. 이는 다름 아닌 사마타수행이다. 그리고 불수념이다.

 

 

불수념은 초기불교에서 40가지 사마타명상주제중의 하나이다. 한국에서는 단지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하며 칭명만 하지만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부처님 그 분이 어떤 분인지 명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열 가지 호칭을 염하는 하는 것이다. 청정도론에서 불수념(Buddhānussati)에 대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이 하라고 했다.

 

 

“이와 같이 그분 세존께서는 거룩한 님, 올바로 원만히 깨달은 님, 명지와 덕행을 갖춘 님, 올바른 길로 잘 가신 님, 세상을 잘 아는 님, 위없이 높으신 님, 사람을 잘 길들이는 님, 신들과 인간의 스스이신 님, 깨달은 님, 세상의 존귀한 님이다.”(Vism.7.2, S11.3)

 

 

이렇게 불수념 할 때는 빠알리원문이 더 좋을 것이다. 마치 반야심경을 한문으로 독송하는 것과 같다. 이유는 감응이 빠르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글로 번역된 경문을 독송할 수도 있지만 원문으로 독송하는 것은 수천년동안 원문으로 독송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석가모니불 정근하면서 단지 석가모니라는 이름만 부른다면 마치 대상에 집중하는 기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불수념 할 때에는 부처님의 열 가지 칭호에 대하여 “부처님이신 세존의 덕성을 새겨야 한다.”(Vism.7.2)라고 했다. 입으로 열 가지 별칭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왜 열 가지 칭호를 가지게 되었는지 의미를 알고 명상하라는 것이다.

 

석가모니정근할 때 단지 목소리만 낸다면 이는 노래 부르는 것과 다름 없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에 자신이 빠져 드는 것이 된다. 그래서 부처님의 열 가지 덕성을 계속 생각하며 명상해야 한다고 했다.

 

석가모니불 정근이 끝나고 관욕식이 있었다. 아기 부처님에게 물을 뿌려 주는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절에서나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빠짐없이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부처님오신날은 아기부처님의 날이 된 것 같다. 모든 포커스가 관불식에 맞추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부처님오신날 행사는 오로지 부처님 탄생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테라와다불교에서는 사월보름날 한꺼번에 세 가지를 기념한다. 사월 보름 만원일이 되면 부처님의 탄생과 정각과 열반을 한날에 기념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테라와다불교 전통의 절에서는 아기부처님의 관욕식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제때에 치루어지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한달 연기 되어 시행되었다. 그러나 분위기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을 다시 살리려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한국테라와다불교 담마와나 선원에서는 올해 붓다데이 행사를 하지 않았다. 또 연기하여 행사를 나중에 치루지도 않았다.

 

기념일은 매년 돌아온다. 설령 올해 하지 못했어도 내년에 어김 없이 돌아 온다. 그럼에도 한달 연기해서 행사를 치루려 하는 것에는 깊은 이 있을 것이다. 불자들을 배려 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마치 제사를 제때에 지내지 못해서 나중에 지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교인들의 최대명절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달 연기하여 치루는 것은 절의 재정에 대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일년 중에 부처님오신날이 절의 재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나중에라도 행사를 치루는 것이라고 본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코로나19로 인하여 삶이 영향받고 있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부처님오신날이 한달 연기 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되었다. 또 매년 열리던 연등축제도 취소 되었다.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제때에 열지 못하여 한달 연기되어 열린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크리스마스를 한달 연기하여 열리는 것을 상상해 본다. 상식적으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미 지난 일을 다시 시행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올해 치루지 못했다고 하여 연기하여 치루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면 된다. 기념일은 매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조계종단을 비롯하여 한국불교에서는 한달 연기하여 행사를 치루었다. 불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까?

 

 

2020-05-3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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