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며

담마다사 이병욱 2020. 6. 9. 08:49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며

 

 

벌써 며칠째인지 모른다. 오늘이 9일이니 유월도 삼분의 일이 지나간다. 전화 한통 걸려 오지 않는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건도 하지 못할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키워드광고에 의존한다. 네이버에는 띄워 놓았다. 그것도 키워드 단가를 대폭 낮춘 것이다. 첫페이지 노출되면 광고비가 감당되지 않는다. 두 세 페이지 넘어가서 숨겨 놓듯 올려 놓았다. 일단 올려 놓아야 안심이다. 누군가 전화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다음에서 비즈니스머니가 소진되었다는 메세지를 받았다. 다음은 네이버에 비해 광고비가 적게 든다. 포털 점유율에 비례하는 것 같다. 첫페이지에 노출해도 감당이 된다.

 

 

일이 없으면 걱정이다. 일이 많으면 즐거운 비명이다. 일감을 기다리는 것에 대하여 천수답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늘에서 비가 오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전화가 오게 하기 위해서 키워드광고를 해 보지만 좀처럼 전화는 걸려 오지 않는다. 일주일 이상 지나면 불안해진다. 더 지나면 초조해진다. 업체방문이라도 해야 할까? 전화가 걸려 왔다. 이름이 뜨고 업체명도 뜬다. 오랜만에 전화를 준 것이다. 가능성을 타진 한 것임에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은 한줄기 빛이 스며든 것과 같다.

 

이 세상을 살려면 비용이 들어간다. 세금은 많지 않다. 수입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정비이다. 매달 꼬박꼬박 청구되는 아파트관리비나 사무실임대료 같은 것이다. 식비는 얼마 들지 않는다. 오천원 이상 점심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 다른 것은 줄여도 고정비를 줄일 수 없다. 움직이면 돈이다. 교통비도 무시할 수 없다. 소액이지만 매달 지출되는 후원금도 있다.

 

낭비요인을 줄이고 긴축하고 내핍생활을 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라이센스 비용을 매달 백만원씩 지출했다. 총 15번에서 한번 더 남은 줄 알았는데 지난달로 종료된 것이다. 작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번 냈다. 일을 하려면 내야 하는 금액이다. 인쇄회로기판설계에 사용되는 캐드라이센스에 대한 것이다.

 

매달 백만원씩 지출해야만 했던 라이센스 비용이 종료되니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적자에 적자가 가중되어서 기존 예금통장을 깰 정도에 이르렀다.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런 괴로음은 괴로움도 아니다. 시간 지나면 해결되는 괴로움은 괴로움 축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괴로움에서 해방된 듯하다. 경제적 압박에서 해방된 것이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할까? 연금때까지 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2년 후에나 지급된다는 연금 금액은 실망이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연금때까지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천수답에서 하늘만 바라보는 것 같다.

 

귀인의 전화가 오기만을 바란다. 농부가 밭을 매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듯이, 일을 잡고 있을 때 걱정이 없다. 수천, 수만번 클릭하는 것은 밭을 매는 것과 같다.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며.

 

 

2020-06-09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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