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가 아닌 블로거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왜 유튜브를 안하느냐는 것이다. 최근 블로그 누적조회수가 700만명을 돌파했을 때 이런 얘기를 들었다. 동기에게도 들었고 사회친구에게도 들었다. 유튜브가 대세인 시대에 유튜브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것 같다.
요즘 유튜브를 즐겨본다. 인터넷에 들어 가자마자 유튜브로 직행이다. 갖가지 것들이 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있는 것 같다. 유익한 것도 있고 무익한 것도 있다. 쓰레기도 있다. 유튜브 전성시대에 한때 정치유튜브를 즐겨 보았다. 4.15 총선 전이다. 그리고 조국사태가 났었을 때 집중적으로 보았다.
4.15총선때 아슬아슬했다. 그리고 조마조마했다. 결과는 민주진영의 대승으로 나타났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진보 유튜브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듣보잡’이다.
유튜버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가려운 것을 긁어 준다는 것이다. 시원한 말로 대리만족시켜 주는 것이다. 그런데 채팅창을 보면 종종 컬러풀한 금액창이 뜬다. 이를 ‘슈퍼챗(Super chat)’이라고 한다. 2017년부터 선보인 유튜브 콘텐츠 구매 플랫폼이다.
유튜버는 슈퍼챗이 뜰때마다 하던 말을 잠시 멈추고 이름과 금액을 알려 준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어떤이는 거수경례까지 한다. 슈퍼챗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다.
어제 저녁 스트레이트를 보았다. 시사탐사기확보도 프로그램이다. MBC 저녁 메인뉴스가 끝나고 곧바로 방영되는 프로이다. 스트레이트에서는 유튜브의 슈퍼쳇을 다루었다.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유튜버들은 슈퍼챗으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유튜버의 슈퍼챗 수입은 억대에 달한다. 우파이든 좌파이든 뜨기만 하면 억대수입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막말, 욕설, 혐오, 조롱에 대한 것이다. 특히 우파 유튜버들이 그렇다.
우파 유튜버는 혐오를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피해자를 짓밟는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조롱한다. 반대진영 사람들에게는 증오심과 적개심을 부추긴다. 마치 욕먹은 자를 욕하고, 매 맞은 자를 또 때리는 것 같다. 사디스트적 가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구독자들은 슈퍼챗을 쏘며 열광한다는 사실이다. 좌파 유튜버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전쟁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아마 증오심과 적개심이 없으면 전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쟁광들은 끊임없이 증오심과 적개심을 불어넣는다. 전투현장에서 전우가 죽어 나갈 때 적개심이 일어날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증오심에 적을 무참하게 살해할 것이다. 우파와 좌파 들은 마치 전쟁하듯이 서로가 서로를 공격한다. 각 진영을 대표하는 유튜버들은 끊임없이 증오심과 적개심을 부추긴다. 이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구독자들은 슈퍼챗을 쏜다. 유명 유튜버를 보면 마치 교주를 보는 것 같다.
요즘 정치유튜브를 거의 보지 않는다. 가짜뉴스와 막말의 온상이 된 우파 유튜브는 손절한지 오래 되었다. 지난 4.15 총선 때는 좌파 유튜버의 실체를 알고 나서 딱 끊었다. 그들은 대중이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에만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다 보니 소수와 소외된 자, 사회적 약자에 대해 가혹하다. 다수를 위한 방송을 하다 보니 편향된 말을 쏟아 내는 것이다. 이른바 ‘몰빵론’이 대표적이다. 민주진영의 비례위성정당에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논리를 말한다.
민주진영 유튜버들은 최근 정의연과 윤미향의원을 옹호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다수의 민주진영 사람들이 바라는 말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영논리에 매몰되면 상대방에 대해서는 증오, 혐오, 조롱, 욕설로 나타난다. 피해자도 예외가 아니다. 이용수할머니가 대표적이다. 욕먹은 자를 욕하고 맞은 자를 또 때리는 가학성을 보이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가학성이 있다. 실시간 소통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페이스북에서도 볼 수 있다. 요즘 페이스북은 거의 대부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상대방이나 상대진영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보면 페이스북은 욕망의 배설구처럼 보인다. 때로 혐오하거나 조롱하기도 한다. 슈퍼챗을 기대하며 가짜뉴스, 막말, 욕설을 쏟아내는 유튜버와 다름 없다. 증오심과 적개심을 부추기는데 있어서는 똑같은 것이다. 최근 윤미향의원과 이용수할머니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예로부터 세 가지 부리를 조심하라고 했다. 그 중의 하나가 입부리이다. 말을 잘못하면 화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본래 삼단지계(三端之戒)에서 유래한다. 문사의 필단(筆端)과 무사의 봉단(鋒端), 그리고 변사의 설단(舌端)을 말한다.
무사가 칼을 잘못 쓰면 자신이 베일 수 있다. 글과 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매일 글을 쓰는 입장에서 살펴서 쓴다. 인터넷에 올라가는 순간 내것이 아니다. 그러나 말 보다는 나을 것이다. 말은 한번 뱉으면 주어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글과 말은 구업(口業)에 해당된다. 언어로서 지은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행위를 하면 반드시 과보가 따른다는 것이다. 막말과 욕설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느 정치인은 총선을 앞두고 막말과 욕설을 했다. 그 사건으로 인하여 자신이 속한 당은 폭망했다. 증오심과 적개심을 표출했을 때 그 순간만큼은 통쾌할지 모르지만 분노는 독이 된다. 그래서 “꼭지에는 꿀, 뿌리에는 독”(S1.71)이라는 말이 있다. 분노의 양면성이다.
분노하면 쾌감을 느낀다. 화가 나면 화를 참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것이다. 종종 화를 내야 건강에도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분노에는 가학성이 있다는 것이다. 욕먹은 자를 욕하고, 매맞은 자를 또 때리는 식이다. 유튜버들이 사회적 약자, 소수자, 피해자들에 대해 막말하고 욕설하고 조롱하는 것도 가학에 따른 것이다. 구독자들에게 대리만족 시켜 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슈퍼챗을 바라고 하는 것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우파이든 좌파이든 구별이 없다.
유튜버의 가학성은 증오심과 적개심에 따른다. 이에 열광하는 구독자들은 광신도와 같다. 그러나 분노의 쾌감 뒤에는 독(毒)이 있다.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더욱더 독이 뿜어져 나온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 독으로 인하여 파멸에 이른다. 분노는 파괴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하지 않는다. 블로그만으로 충분하다. 2005년 블로그를 개설했을 때 유튜브도 페이스북도 생소했다. 지금까지 블로그에 올인하고 있다. 유튜브보다 불로그이다. 제아무리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지만 생명력에 있어서는 블로그를 따라잡지 못한다. 시각과 청각에 따른 감각에 의지하는 유튜브와 달리 블로그는 성찰의 의미가 강하다. 한번 글로 써 놓은 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키워드 검색하면 십년전에 썼던 글도 소환할 수 있다. 오류가 발생되면 수정할 수 있다.
유튜브계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8년 ‘lotus lee’라는 필명으로 처음 만들었다. 불교음악을 유사동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Ratana sutta(보배경), Metta sutta(자애경), Jayamangala gatha(길상승리게) 등 수많은 불교음악을 인터넷의 바다에 띄웠다. 내버려 두었어도 구독자가 삼백명이 넘는다. 어떤 음악은 조회수가 수만회에 달한다. 유튜브가 대세인 시대에서 유튜버가 아닌 블로거로 살고 싶다.
2020-06-08
담마다사 이병욱
'진흙속의연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늘막 같은 사람 (0) | 2020.06.09 |
---|---|
오늘도 귀인을 기다리며 (0) | 2020.06.09 |
오늘밤까지만 (0) | 2020.06.07 |
쌓이면 썩는다 (0) | 2020.06.04 |
블로그 누적조회수 700만명, 의무적 글쓰기 14년 (0) | 2020.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