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베푼 것이 큰 것으로
노트북컴퓨터가 하나 생겼다. 이사를 하면서 많은 것을 버렸다. 특히 가구를 많이 버렸다. 데스크탑컴퓨터 역시 버려질 운명이다. 마음대로 옮겨 다닐 수 있는 노트북 컴퓨터가 필요했다. 중고품을 검색하다가 이왕이면 친구 것을 사주기로 했다. 아니 팔아주기로 한 것이다.
인천친구에게 전화했다. 8월 초에 부산에서 장녀 결혼식을 치룬 친구를 말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유일하게 학교친구자격으로 참석했다. 경조사에는 빠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꺼이 먼 길을 간 것이다.
친구는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컴퓨터 수리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별도의 가게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아파트가 거처이자 동시에 일하는 공간이다. 아파트 안방에 가면 각종 컴퓨터와 부품으로 가득하다. 연락이 오면 출장가서 해결해 준다. 동기들은 컴퓨터에 문제가 발생하면 종종 도움을 받는다.
노트북은 사무실에도 있다. 종종 업체에서 ‘들어와서 일하라’고 할 때 노트북이 필요하다. 노트북에는 설계에 필요한 캐드(CAD)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해외성지순례 때 업체대응용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3년전 인도성지순례를 앞두고 중고품을 구매한 것이다. 두 주간 장기 공석으로 인한 공백을 메꾸기 위한 것이다. 여차하면 현지에서 일을 보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터넷환경이 다르고 여유도 없었다. 가지고 간 것이 짐만 되었다.
인터넷과 TV와 전화가 삼위일체가 된 공사가 끝나자 곧바로 부평으로 향했다. 저녁 퇴근 러시아워 시간이어서인지 고속도로가 심하게 밀렸다. 1시간 20분 걸려서 아파트에 도착했다. 5-6년 전에도 와 본 곳이다. 홀로 두 딸을 키우고 사는 곳이다. 거의 20년 이상 살았다고 한다. 이번에 안 사실이만 같은 동 같은 엘레베이터 라인에 어머니가 살고 있다. 불과 두 층 사이이다. 그래서 밥은 어머니 집에서 먹는다고 한다.
친구 집에 가기 전에 먼저 두 가지 조치를 했다. 중고컴퓨터 값을 이체한 것이다. 생각한 것보다 더 입금해 주었다. 그리고 백도 복숭아 한박스를 대형마트에서 샀다. 고객감동이 아니라 친구감동을 주기 위한 것이다. 친구는 백도박스를 보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 말로는 “어머니 드시라고 샀다.”라고 말했다.
노트북은 10년 전 것이다. 그때 당시 백만원이 넘는 최고급사양이다. 요새 나온 것은 두께가 얇고 무게가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10년 전의 컴퓨터는 두께도 있고 무게도 듬직했다. 그러나 집에서 사용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고품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무엇이든지 재활용하여 쓴다면 자원도 절약되고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오랜 만에 만났으므로 근사한 곳에 가고자 했다. 아파트 근처 갈비집이 적당했다. 넓직하고 깨끗하고 맛있어서 식당의 삼대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친구는 평소와 다르게 소주 두 병을 마셨다. 그것도 빨간마개의 것이다. 친구는 평소 저녁 먹을 때마다 반주 삼아 한병 마신다. 계산서를 보니 3만5천원 나왔다. 무한리필 개념의 식당에서 적게 나온 것 같다.
친구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감동 먹은 것 같다. 가격을 더 쳐주고, 백도박스를 가져가고, 저녁식사 비용까지 냈으니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노트북을 하나 공짜로 주겠다고 했다. 아내에게 주라는 것이다. 조금 베푼 것이 큰 것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
2020-08-2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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