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혈

슬픔도 온라인으로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0. 15. 08:39

슬픔도 온라인으로

 

 

 

안양에서 강화까지는 먼 거리이다. 네비로 확인하니 78키로 거리이다. 1시간 40분가량 걸린다. 생각보다 시간이 덜 걸린 것 같다. 그것도 퇴근시간을 감안한 것이다.

 

강화는 심리적으로 먼 거리이다. 강화에 갔었을 때 시간이 많이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강화는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곳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도로망이 잘 발달된 요즘 어디든지 마음만 먹으면 다녀올 수 있다.

 

친구 장인상 공지가 떴다. 부고는 늘 예정에 없는 것이다. 경사는 보통 한달전에 뜨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는 급작스럽게 닥치는 일이기 때문에 예측불가능하고 대략 난감한 일이 된다.

 

명새기 상조팀장이다. 늘 그랬던 것 처럼 깃발과 화환을 챙겼다. 이런 때를 대비하여 십시일반 돈을 내서 기금을 마련한 것이다.

 

일단 가기로 했다. 팬데믹시대라서 모이는 것 자체를 꺼려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상조팀장 명목으로 가보고자 한 것이다.

 

강화까지 심리적 거리는 아득하다. 그러나 시간적 거리를 보니 가 볼만하다. 목적지는 강화읍에 있는 일반 장례식장이다.

 

지금은 수도권외곽순환고속도로로 명칭이 바뀐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예상대로 막혔다. 상습적으로 막히는 구간이 있다. 안양에서 부천까지는 퇴근시간에 늘 막히는 구간이다. 그러나 부천만 벗어나면 걸림이 없다. 강화까지 쾌속질주하는 것이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대로 썰렁했다. 요즘 장례식장 분위기가 그렇다. 19가 가져다 준 팬데믹의 영향이다. 가능하면 모임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조문도 자제하는 것이다.

 

대부분 가족장 위주로 바뀌었다. 가족끼리 조용히 치루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 조문을 하게 된다. 단체카톡방에 공지가 뜨면 짤막하게 조의를 표하는 것이다.

 

조의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상주의 계좌번호를 올려 놓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는 것이다.

 

조의금으로 친소관계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조의금을 보면 마음을 알 수 있다. 형편에 따라 액수는 차이 나지만 정성이 담겨 있다. 평소 소원한 관계였다면 조사는 좋은 관계회복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마치 물에 빠진 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과 같다. 조문하여 얼굴도장이라도 찍으려 하는 이유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학교친구모임 상조팀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팬데믹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먼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간 것은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경사든 조사든 한번 있는 것이다. 특히 조사가 그렇다. 한번 죽지 두 번 죽지 않는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전문가 대부분은 되돌아갈 수 없다라고 말한다. 해외여행도 그렇다. 어떤 보건 전문가는 앞으로 파리의 에펠탑을 보려면 3년후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여행경비도 두 배, 세 배나 비싸질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있다. 당장 장례식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장례식장에 가지 않아도 부담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마음으로 조문해도 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조의금을 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슬픔도 온라인으로 함께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도 그럴 것 같다.

 

귀가할 때는 시간이 더 단축되었다. 김포에서 올림픽대로를 타고 서울에서 서부간선을 타니 66키로 거리에 1시간 10분 걸렸다. 강화까지 먼 거리는 아니다.

 

 

2020-10-15

담마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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