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성지순례기

친구약속을 지키고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1. 29. 11:51

친구약속을 지키고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말이라 예년 같으면 송년회 공지가 올라오지만 올해는 예외이다. 법회나 강연은 온라인 줌으로 하는 것이 이제 대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절에서 하는 행사에는 참여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십구재 같은 행사를 말한다.

 

친구에게 부탁을 받은 것이 있다. 자신의 동생 사십구재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현재 친구는 스페인에서 살고 있다. 동생 임종을 보기 위하여 급히 귀국했는데 장례식만 치루고 곧바로 출국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스페인입국 문이 닫히기 전에 돌아 가야 한다고 했다. 친구는 오랜만에 나왔음에도 친구들을 보지도 못하고 급히 돌아가야 했다.

 

스페인친구의 부탁을 받고 사십구재 중에 한재는 참석하기로 했다. 장소는 안양사이다. 안양예술공원 입구가 시작되는 부근에 있다. 이전에 서너번 가 본 곳이다. 안양사로 정한 것은 동생의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암으로 죽기 전에 안양사에서 사십구재를 치루어 주기를 바란 것이다.

 

 

 

스페인친구는 왜 부탁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동기동창모임에서 일종의 상조팀장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 떨어진 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대리참석을 요청했다고 볼 수 있다. 특별히 부탁한 것이기 때문에 늘 마음에 두고 있었다.

 

사흘전 안양사에 전화를 걸었다. 확인해 보니 매주 일요일 오전에 사십구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주 일요일이 6재이고 다음주 일요일이 막재라고 했다. 두 번 기회가 있다. 막재에 참석하는 것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당일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면 참석할 수 없다.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6재에 참석하기로 했다.

 

안양사에서 6재가 오전 10시에 열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보니 이미 끝났다. 오전 8시에 치루었다고 한다. 친구의 제수와 스님 두 분이 치룬 것이다. 막재 때는 사람들이 올 것이라고 했다.

 

종무소에서 친구제수와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안양사는 비구니 사찰이다. 안양사에 서너번 가보았지만 한번도 스님을 만난 적이 없었다. 사찰에 가면 빈손으로 갈 수 없다. 미리 보시금을 준비했다.

 

 

 

친구제수로부터 망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늦게 만난 사이이기 때문에 자식은 없다고 했다. 결혼식은 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혼인신고도 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임종을 앞두고 혼인신고를 했다고 한다. 초재를 제외하고 6재까지 홀로 치룬 것이다.

 

친구동생인 망자는 안양사와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생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안양사에 왔던 것이 이유라면 이유라고 한다. 그런데 친구제수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절에서 천도재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날씨가 춥다. 코로나 3차 유행 위험으로 인하여 외출이 자제되고 있다. 일요일이어서인지 거리는 한산하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은 해야 할 것이다. 재는 지내야 하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 막재에 참석해야 함에도 혹시 참석 못할 것 같아 6재 때 왔으나 참석하지 못했다.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 같다.

 

 

2020-11-2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