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

화초 줄기 도둑

담마다사 이병욱 2020. 9. 26. 14:58

화초 줄기 도둑

 

 

책도둑은 도둑일까? 요즘은 당연히 도둑이라 할 것이다. 그럼 우산도둑은? 비 올 때 남의 우산을 쓰고 가는 것은 도둑질에 해당될까? 책도둑만은 못할 것이다. 그럼 화초도둑은?

 

오늘 처가에서 화초 줄기를 따 왔다. 처가 아래층에 페인트가게가 있는데 가게 앞에는 작은 화원이 조성되어 있다. 페인트가게 주인 화초를 잘 기르는 것 같다. 갖가지 종류의 화초가 있는데 그 중에 잎사귀에 흰 줄이 있는 식물이 눈에 띄었다.

 

 

 

 

식물이름은 알 수 없다. 다년생 풀 종류의 식물정도로 알고 있다. 자라면 줄기가 화분 가득 풍성한 것이 특징이다. 줄기 끝에는 여러 개의 줄기가 또 자란다. 줄기에 줄기가 자라서 끝의 줄기를 잘라 심으면 또 하나의 화분을 만들 수 있다. 마치 새끼치는 것과 같다.

 

이른 아침 페인트 가게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무성하게 자란 줄기에는 새끼줄기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은 몇 개씩 따 간다고 한다. 이런 경우도 도둑질에 해당될까?

 

주지 않은 것을 취하는 것을 도둑질이라고 한다. 언젠가 고추밭을 지나다가 고추가 탐스럽게 익었길래 몇 개 땄었다. 풋고추를 된장 찍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서 손이 간 것이다.

 

고추 몇 개 땄다고 해서 도둑질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골에서는 사람들이 수박서리나 닭서리한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때인가 아무 생각없이 고추를 따다가 제동이 걸렸다. 고추밭 주인이 거기 고추 따지 마세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비로서 고추 따 먹는 것도 도둑질에 해당되는 것임을 알았다.

 

화분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줄기를 여러 개 땄다. 화분을 통째로 들고가면 도둑질에 해당되지만, 줄기 끝에 있는 줄기를 따가는 것은 도둑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도둑질이다. 주지 않은 것을 취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줄기 딴 것을 잘 키우면 화분 가득 커다란 풍성한 식물이 된다. 그러나 키우는 것도 단계가 있다. 줄기를 막바로 흙에 넣으면 안된다. 뿌리가 내릴 때까지 수경재배 해야 한다. 작은 유리병이 있으면 좋다. 없으면 페트병을 활용한다.

 

페트병 밑부분을 칼로 한손가락 마디 높이로 잘랐다. 페트병이 수경재배용 화병으로 용도가 바뀐 것이다. 두 개를 만들었다. 물과 함께 조약돌과 조개껍질도 넣었다. 지난주 주말 고군산군도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채취해 온 것 중의 일부이다. 물론 이것들도 주지 않은 것을 가져온 것이다.

 

 

페트병 자른 것에 물만 넣는 것 보다 조약돌과 조개껍질을 넣으니 운치가 있어 보인다. 자연과 조화되는 것 같다. 식물이 물만 먹고 사는 것 같지만 사대의 작용으로 커 간다고 볼 수 있다. 물뿐만 아니라 땅의 요소, 불의 요소, 바람의 요소로도 크는 것이다식물은 땅을 기반으로 한다. 모든 식물은 땅을 모태로 한다. 여기에 물과 온도와 바람의 요소가 가미되어야 잘 자란다.

 

 

페트병에 수경재배하는 것은 일종의 인큐베이터와 같다. 물만 넣어 주는 것보다는 지대, 즉 땅의 요소가 있는 조약돌과 조개껍질을 곁들이니 사대가 충족된 것 같다. 이렇게 생명감 넘치는 화병이 탄생한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다. 녹색은 생명의 상징이다. 녹색의 식물에서 생명을 본다. 사무실에는 갖가지 생명으로 가득하다. 생명에는 에너지가 있다. 이를 생명에너지라고 해야 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을 활력 있게 만드는 것 같다.

 

 

이번에 새로운 생명을 가져왔다. 뿌리가 잘 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놓았다. 뿌리가 내리면 흙에 옮겨 심을 것이다. 아마도 한달 정도 걸릴 것 같다. 비록 주지 않은 것을 취해서 가져왔지만 잘 키워 무성해진다면 찾아오는 사람에게 분양하려 한다.

 

 

2020-09-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