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의 가르침

부처님을 상수로 하는 사방승가(四方僧伽)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1. 18. 14:13

 

부처님을 상수로 하는 사방승가(四方僧伽)

 

 

승가에는 사방승가(四方僧伽)와 현전승가(現前僧伽)가 있다. 사방승가(cattudisasagha)는 포괄적이고 현전승가(sammukhisagha)는 현실적이다. 사방승가는 부처님 재세시부터 정법이 유지되는 한 존속되는 승가로서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다. 현전승가는 해당지역에 기반을 둔 현실적 승가이다.

 

사방승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사방승가를 뜻하는 ‘cattudisasagha’라는 말은 율장대품에 나온다. 율장대품 제8의복의 다발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수행승들이여, 수행승이 죽었을 때 참모임이 발우와 옷의 주인이 된다. 그런데 또한 간병인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수행승들이여, 참모임은 세 벌의 옷과 발우를 간병인에게 줄 것을 허용한다. 그 가운데 가벼운 기물과 가벼운 필수품은 현전승가에 나누어 주고, 그 가운데 무거운 기물과 무거운 필수품은 과거와 미래의 사방승가에 속하는 것이므로 처분해서는 안되고, 분배해서도 안된다.”(Vin.I.305, 율장대품)

 

 

수행승이 죽었을 때 가벼운 물품은 현전승가에 주고 무거운 물품은 사방승가에 주라고 했다. 여기서 가볍고 무거운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가벼운 것은 가사나 발우, 의약품 등을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쉽게 옮길 수 있는 것이 해당될 것이다. 무거운 것은 쉽게 옮기지 못하는 물품, 예를 들어 처소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처님은 사방승가에 대하여 과거와 미래의 사방승가라고 했다. 현재는 어떤 승가일까? 당연히 현전승가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현전승가는 지금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전승가를 뜻하는 삼무키상가(sammukhisagha)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다. 빠알리어 삼무카(sammukha)는 영어로 ‘face to face with’의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승가, 이것을 현전승가라고 하는 것이다.

 

사방승가라고 했을 때 이는 짜뚜디사상가(cattudisasagha)를 번역한 말이다. 짜뚜(cattu)는 넷을 뜻하고, 디사(disas)는 방향을 뜻한다. 부처님은 왜 네 방향 승가라고 했을까? 이에 대한 주석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추론할 수 있다. 이는 사부대중의 승가라고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빠알리삼장에서 사방상가가 비구, 비구, 청신사, 청신녀의 승가라는 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네 방향 승가라고 했다. 불교는 사부대중의 종교이다. 사부대중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비구와 비구니만 있고 청신사와 청신녀가 없다면, 오로지 출가자의 불교만 있다면 불교는 성립되지 않는다. 반대로 비구와 비구니는 없고 청신사와 청신녀만 있는, 오로지 재가불교만 있다면 역시 불교는 성립되지 않는다.

 

불교에서 비구, 비구니, 우바새(upāsaka: 靑信士), 우바이(upāsikā: 靑信女)를 사부대중(cataso parisā)이라 한다. 사방승가는 사부대중의 승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전상에 우빠사까와 우빠시까가 사방승가에 포함된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회장은 사방승가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해 놓았다.

 

 

사방승가는 시간적으로는 삼세에 걸쳐 확대되고 공간적으로는 우주적으로 확대되는 보편적 승가를 지칭한다. 그렇다면 이 사방승가안에는 재가신도가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방승가도 재가신도에 대한 언급이 없이 비구, 비구니 승가의 확장으로 규정되고 있다.”(율정대품, 1163번 각주)

 

 

전재성 회장에 따르면 사방승가 개념에는 반드시 재가의 신도가 포함되어야 함을 말한다. 왜 그럴까? 경전에서는 재가신자인 재가의 남자신자(upāsaka: 靑信士)나 재가의 여자신자(upāsikā: 靑信女)가 없이는 사방승가와 현전승가의 이념이 성립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가자가 재가자의 도움 없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면 이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승가라고 볼 수 없다. 왜냐 하면 출가자는 생활물자를 얻기 위한 노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가의 남자신자와 재가의 여자신자로부터 의식주를 비롯한 생필품, 그리고 특수약품 등 일체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출가공동체로서 현전승가가 유지된다.

 

현전승가는 비구와 비구니의 승가를 말한다. 여기에 청신사와 청신녀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방승가라고 한 것은 청신사와 청신녀의 보시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으로 본다. 만일 사방승가에 청신사와 청신녀를 포함한다면 현전승가 개념과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사방승가는 현전승가가 확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사방승가도 비구와 비구니 승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재가자들이 보시한 물품은 승가에 귀속된다. 특히 무거운 것이 그렇다. 재가신도가 사원을 지어 기증했다면 이는 당연히 승가의 것이 된다. 이와 관련하여 율장소품 6장 처소의 다발을 보면 아나타삔디까와 부처님과의 다음과 같은 대화가 있다.

 

 

[아나타삔디까]

세존이시여, 제가 제따바나 숲에 대하여 어떻게 조치하면 됩니까?”

 

[세존]

장자여, 그렇다면 그 제따바나 숲을 현재와 미래의 사방승가에 봉헌하십시오.”

(Vin.II.164, 율장소품)

 

 

아타타삔디까는 오늘날로 말하면 재벌이다. 아타타삔디까는 제따와나 숲을 부처님에게 기증하고자 했다. 그렇다고 무소유를 실천하는 부처님에게 기증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조치하면 됩니까?”라고 물어본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현재와 미래의 사방승가에 봉헌하십시오.”라고 말했다. 현전승가에 기증하면 당연히 사방승가에 기증하는 것과 같게 된다. 현전승가의 재산은 모두 미래 사방승가의 재산이 되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출가자와 재가자는 네 개의 축이다. 그래서 사부대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부대중이 사부승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전승가는 당연히 비구와 비구니의 이부대중 승가이다. 현전승가가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확장되면 사방승가가 된다. 이때 사방승가의 구성원 역시 비구와 비구니의 이부대중 승가이다. 분명한 사실은 재가자 없는 승가는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재가자 없이 출가자만으로 승가가 성립되었다면 자급자족해야 할 것이다. 불교가 변질되어서 사라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은 반드시 출가는 재가에 의지하라고 했다.

 

출가와 재가는 모두 승가에 의지해야 한다. 츨가자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다. 승보는 출가자가 아니라 승가공동체를 말한다. 그것도 자자와 포살이 있는 승가공동체이다.

 

자자와 포살이 있는 승가공동체에서 성자가 출현한다. 사향사과와 열반이 있는 승가를 말한다. 이는 성스러운 승가공동체이다. 출재가를 막론하고 승가공동체를 귀의처, 의지처, 피난처로 삼아야 한다. 이는 다름 아닌 부처님의 현전승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을 상수로 하는 승가, 즉 사방승가가 성립되는 것이다.

 

 

2020-11-1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