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경을 외울 때는 입체적으로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2. 9. 08:42

 

경을 외울 때는 입체적으로


새벽 잠에서 깼다. 몇 시쯤 되었을까? 시간을 아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간을 확인하는 것은 너무 일찍 깼을까봐 그러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보니 4시이다. 딱 적당한 시간이다.

새벽 일찍 깼을 때 무엇을 해야 하나? 좀 더 잘 수 있다. 그러나 꿈에 시달리기 쉽다. 자는 둥 마는 둥 하다 보면 동이 트고 심신이 피로 해진다. 이럴 경우 과감히 뿌리쳐야 한다. 새벽 잠은 자도 그만이고 안자도 그만이다.

보석같은 새벽시간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 좌선을 한다고 앉아 있을 수 있다. 막 잠에서 깨어 났으므로 마음을 집중하는데 대단히 유리하다. 그러나 게을러지기 쉽다. 좌선한다고 해도 멍때리기하거나 잠선하기 쉽다. 이래저래 귀중한 시간은 지나갈 것이다. 이럴 때 경전외우기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빠알리팔정도경을 외우고 있다. 오늘은 삼마와짜(정어)에 대한 것이다. 여섯 번째 게송이다. 먼저 앞 게송을 암송했다. 모두 외운 것을 확인하고 새로운 게송을 외우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같은 말이라도 각 게송마다 작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경에서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뜻의 까따마짜(Katam
ā ca)’가 있다. 어느 경우에는 까따모짜(Katamo ca)가 된다. (mā)와 모(mo)의 차이이다. 게송마다 번갈아 가며 달리 나온다.

또 하나는 양코(Ya
kho)’에 대한 것이다. 우리말로 이는또는 이것은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게송마다 요코(yo kho,)’, ‘야(yā kho)’ 순으로 변형된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빠알리어 문법에 대해 잘 모른다. 다만 같은 단어에 대하여 달리 발음하는 것은 운율때문이라 본다. 암송하기 좋게 달리 표현한 것이라 본다. 그러나 후렴구 아양뷰짯띠(aya
vuccati)’는 게송마다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이것을 일러서라는 뜻이다.

경을 외울 때는 입체적으로 외워야 한다. 마치 사진을 보듯이 경을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한글음역보다는 원문을 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경이 길면 한계가 있다. 설령 애써 외웠다고 할지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

가장 좋은 것은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학교에 간다라는 식을 말한다. 오전일과는 무엇이고, 점심에는 어떤 음식을 먹었고, 또 오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떠 올려 보는 식이다. 시간대 별로 나열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공간적으로 떠 올려 보는 것이다. 금강경에서 부처님이 탁발하는 장면이 이를 말해 준다. 그래서 대부분경에서는 장소가 명기 되어 있다. 이는 경의 초입에 에깡 사마양 바가와 사왓티양 위하라띠 제따와네 아나타삔디깟사 아라메(Eka
samaya bhagavā sāvatthiya viharati)”라고 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 말은 한때 세존께서 사밧티 시의 제따바나 숲에 있는 아나타삔디까 승원에 계셨다.”라는 뜻이다.

경을 외울 때는 입체적으로 외우는 것이 좋다. 경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은 사진을 보듯 선명하다. 그러나 더 오래 암기하려면 입체적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 시간대별로 스토리전개식 암기벙법이다.

 

또 하나는 공간적 암기방법이다. 예를 들어 거실에는 TV가 있고, TV뒤에 있는 벽에는 그림이 있다라는 식으로 떠 올려 보는 것이다. 이어서 안방에는 장농이 있고, 장농 옷장에는 어느 옷이 걸려 있는지 입체적으로 떠 올려 보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스토리를 구성하듯이 외면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잘 떠올라서 긴 길이의 경도 외울 수 있다.

삼마와짜(정어)에서 새로운 단어를 접했다. 그것은 삐수나(pisun
ā)와 파루사(pharusā), 그리고 삼팝빨라빠(samphappalāpā)이다. 이는 한자어로 양설, 악구, 기어에 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단어를 접하면 무조건 외는 수밖에 없다. 영어단어 외듯이 수십번, 수백번 익숙해질때까지 외는 것이다. 정신이 맑을 때는 사진을 보듯이 선명하지만 다른 생각이 치고 들어오면 잊어버린다. 그러나 다시 떠올려 살려낸다면 확실히 내것이 된다.

팔정도에서 정어는 무사와다, 삐수나, 파루사, 삼팝빨라빠에 대한 것이다. 천수경에서는 망어중죄금일참회, 양설중죄금일참회, 악구중죄금일참회, 기어중죄금일참회라고 하여 참회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은 네 가지는 불교인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키기가 쉽지 않다. 특히 네 번째 삼팝빨라빠 웨라마니(samphappal
āpā veramaī)’가 그렇다. 우리말로 꾸며대는 말을 하지 않음으로 번역된다.

삼팝빨라빠(samphappal
āpā)에 대하여 영어로 ‘talking nonsense’라고 한다. 여기서 sampha‘useless talk’의 뜻이고, palāpā‘nonsense’의 뜻이다. 따라서 삼팝빨라빠는 쓸데 없는 말이 된다. 이를 잡담(雜談)’이라 할 수도 있다.

삼팝빨라빠는 잡담만 해당되지 않는다. 가십(gossip)을 즐기는 것도 해당된다. 요즘 유튜브나 페이스북도 해당될 것이다. 지나치게 시사에 관심 갖는 것도 삼팝빨라빠라고 볼 수 있다. 페이스북에서 노는 것도 삼팝빨라빠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출가자가 페이스북과 같은 에스엔에스(SNS)에 집착하면 이는 팔정도의 정어를 어기는 삶이 된다.

부처님은 잡담하지 말라고 했다. 항상 고귀한 침묵(ariyatu
hibhāva)’을 유지하라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항상 명상주제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행주좌와와 어묵동정간에도 명상주제를 잊지 않았을 때 고귀한 침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처님은 가르침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장려했다. 밤을 세워 담마토크(Dhamma Talk)해도 좋다는 것이다.

팔정도에서 정어는 출세간적 삶에 대한 것이다. 특히 기어에 대한 것이 그렇다. 잡담하지 말라고 했을 때 이는 고귀한 침묵을 유지하라는 말과 같다. 이것은 명상주제를 잊어 버리지 말라는 말과 같다. 또한 불기어는 팔정도 모든 항목과 서로 연계가 되어 있다. 팔정도 중에 어느 것 하나만 잘 지켜도 팔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새벽 일찍 깼을 때 좌선도 좋고 책읽기도 좋고 운동도 좋다. 다시 잠을 청하는 것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잠만 자면 남는 것이 없다. 어제 보다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 무언가 변화가 있을 때 향상됨을 알게 된다. 변화가 가시화 되었을 때 어제와 다른 삶인 것을 알게 된다. 경전외우기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경전외우기하면 변화를 알게 된다. 어제 외운 것을 확인하고 오늘 새로 게송을 외웠을 때 어제와 다른 삶인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매일매일 향상하는 삶을 산다면 1년후가 다르고 2년후가 다를 것이다. 이대로 10년 가면 몰라보게 변화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누적의 법칙이 있다. 복리로 예금하면 어느 시점에 이르렀을 때 엄청나게 불어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피로가 누적되면 죽음에 이른다. 힘이 누적되면 중력이 된다. 중력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힘 있는 사람 앞에 서면 그 힘을 느끼는 것과 같다. 앎이 누적되면 프로페셔널이 된다. 지혜가 누적되면 성자가 될 것이다.

매일매일 쌓아야 한다. 오늘이 어제같은, 그날이 그날 같아서는 발전이 없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아야 한다. 매일 글을 쓰면 글이 누적되어 필력이 생겨난다. 매일 운동하면 근력이 생겨나는 것과 같다. 무언가 가시화되었을 때 힘을 받는다. 경전외우기도 누적의 법칙이 적용된다. 무엇이든지 누적되면 복리에 복리가 붙는 것처럼 엄청난 파워가 생겨난다.

 

 

2020-12-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