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허벅지가 뻐근할 때 그 짜릿함이란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2. 27. 09:22

허벅지가 뻐근할 때 그 짜릿함이란


일요일 새벽이다. 2시대에 잠이 깨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글쓰기한다고 스마트폰 자판을 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이다. 팔정도경을 암송하고자 했으나 피곤할 것 같다. 긴 길이의 경을 떠 올린다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저 누워 있었다. 그러다 잠들었다. 그러나 깊은 잠이 아니다. 꿈만 꾸었다. 선잠에 꾸는 꿈은 뒤숭숭한 꿈이기 쉽다. 꿈꾸고 나니 피곤했다.

자는둥 마는둥 하다 아침 6시를 맞이 했다. 일어날 시간이다. 그러나 몸도 찌뿌둥하고 마음도 쳐져 있어서 기운이 다 빠진 듯 했다.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할까? 움직일 기력조차 없는 상황에서 일단 경행해 보기로 했다.

방안을 몇차례 왕복했다. 그러다가 스쿼트를 해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즉시 실행에 옮겼다. 그 자리에 서서 엉덩이를 아래로 내렸다. 무릎은 굽혀지지만 수직을 유지하려고 했다. 수평을 유지하기 위하여 두 팔을 앞으로 뻗혔다. 엉덩이가 아래로 내려 가면 갈수록 바깥쪽 허벅지가 뻐근했다. 기분 좋은 뻐근함이다. 이 맛에 스쿼트를 하는지 모른다.

 


스쿼트 할 때는 천천히 한다. 가능하면 알아차림 하며 한다. 멈출 때와 내려갈 때, 그리고 올라갈 때 한동작 한동작 알아차림 하면 이것이말로 수행 아닐까?”라고 생각해 본다. 빠른 속도로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보다 느릿느릿 한동작 한동작 알아차림 하는 것은 틀림없는 몸관찰(kāyānupassī)’ 수행이다.

스쿼트를 대여섯번 하다보니 허벅지의 뻐근함과 동시에 힘이 생겨나는 것 같다. 20회가량 했을 때 가뿐 숨을 몰아 쉬었다. 자신의 체중을 실어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유산소 운동이 된다. 놀라운 것은 없던 힘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불과 몇 분전까지만 해도 찌뿌둥하던 느낌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그 대신 활력이 솟아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침에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활력을 솟아나게 하는 명약임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스쿼트라고 본다. 밖에 나가지 않고 방에서도 할 수 있다.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체중을 실어서 할 수 있다.

 

스쿼트는 큰 동작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선 자세에서 단지 엉동이만 아래로 빼면 된다.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두 팔을 앞으로 뻗는다. 엉덩이를 최대로 아래로 빼면 체중이 실려 있기 때문에 허벅지가 뻐근해진다. 이런 뻐근함은 기분 좋은 것이다. 결국 뻐근함이 힘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없던 힘이 샘솟는 것이다. 스쿼트로 인하여 이전과 이후가 완전히 달라졌다.

불과 서너 달 전 까지만 해도 스쿼트를 열심히 했었다. 일회에 20번씩 백번가량 했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틈만 나면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흐지부지 됐다. 한번 멈추자 관성이 있어서인지 계속 멈추게 되었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스쿼트에 대한 것을 보게 되었다. “늙어서 휠체어 타지 않으려면 스쿼트를 해라.”라는 자극적 제목을 보고 나서 경각심이 생겼다. 허벅지 근육이 없으면 휠체어 탄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이렇게 게으르게 살다가 휠체어 신세가 되는건 아닌지라며 걱정이 되었다.

근육은 쓰지 않으면 줄어든다. 집에만 있다면 움직일 일이 없기 때문에 근육이 줄어 든다. 이는 기브스 했을 때 알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자전거를 타다가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기브스를 하고 한달 이상 누워 있었다. 기브스를 풀었을 때 허벅지는 홀쭉해져 있었다. 근육이 20-30프로 줄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걸을 힘이 없었다. 목발을 의지해서 걸을 수밖에 없었다. 자주 걷다 보니 허벅지 근육도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허벅지 근육은 쓰지 않으면 퇴화 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허벅지 근육은 20프로가 자연감소한다. 나이 든 노인의 다리와 허벅지가 홀쭉한 것도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움직여야 한다. 걷기나 등산도 좋지만 자신의 체중을 실어 그 자리에서 운동하는 스쿼트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오늘부터 다시 스쿼트를 하기로 했다. 이는 결심한 것이다. 결심을 해야 흔들리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 한번 해야 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떤 일이 있어도 하고야 마는 결심을 필요로 한다.

십바라밀 중에 결정바라밀이 있다. 보살이 부처가 되기를 서원할 때 이는 결심하는 것이 된다. 어느 정도로 결심해야 할까?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예를 들어 아내들, 아이들, 재물들과 같은 외적인 대상의 파괴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결정이 일반적 초월의 길의 결정이고, 그들의 손이나 발 등과 같은 신체기관의 파괴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결정이 우월적 초월의 길의 결정이고, 그들의 생명의 파괴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는 결정이 승의적 초월의 길의 결정이다.” (청정도론 Vism.9.124 각주, 테리가타 의석 서문 17번 각주)라고 했다. 이처럼 목숨까지 바칠 각오로 결심하는 것이 결정바라밀(adhi
ṭṭhāna-pāramī)’이다.

모든 서원에는 결심을 필요로 한다. 이제까지 본 서원 중에 제석천의 일곱 가지 서원이 가장 와 닿는다. 옮겨 보면 다음과 같다.


“1)
나는 살아 있는 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양하리라.

2)
나는 살아 있는 한 가문의 연장자를 공경하리라.

3)
나는 살아 있는 한 온화하게 말하리라.

4)
나는 살아 있는 한 모함하지 않으리라.

5)
나는 살아 있는 한 번뇌와 인색함에서 벗어난 마음과 관대하고 청정한 손으로 주는 것을 좋아하고 탁발하는 자에게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보시 하는 것을 즐기며 집에서 살리라.

6)
나는 살아 있는 한 진실을 말하리라.

7)
나는 살아 있는 한 화 내지 않으며 만약 나에게 화가 나면 곧바로 그것을 제거하리라.” (S11.13)


제석천(sakka)은 삼십삼천을 지배하고 통치한다. 그래서 신들의 제왕이라고 한다. 경에서는 신들의 제왕 제석천이 예전에 사람이었을 때, 일곱 가지 서원을 받아 지켰다. 그것들을 지켰기 떄문에 제석천은 제석천의 지위를 얻었다.”(S11.13)라고 했다.

 

제석천이 신들의 제왕이 된 것은 일곱 가지 서원을 했기 때문이다. 보통 결심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목숨을 걸 정도는 되어야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목숨까지 거는 결정바라밀을 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스쿼트에 목숨을 걸 필요가 있을까? 허벅지 근육이 퇴화되어서 휠체어를 타게 된다면 목숨까지 걸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강한 결심을 해야 한다. 십바라밀에 나오는 결정바라밀 정도가 되어야 한다.

오늘 아침 놀라운 경험을 했다. 몸을 움직이니 힘이 나온 것이다. 스쿼트를 하여 허벅지를 뻐근하게 했더니 기분전환 된 것이다. 하루를 활기차게 보내려면 스쿼트를 해야 한다. 한번 하는데 40초 잡아 20번 한다면 13분 걸린다. 이렇게 하루 세 차례 했을 때 운동도 되고 무엇보다 몸관찰 수행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행선과 병행하고자 한다. 몸이 찌뿌둥 해도 마음이 꿀꿀해도 스쿼트를 하면 금방 기분이 전환된다. 허벅지가 뻐근할 때 그 짜릿함이란.

 

2020-12-2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