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나의 2020년 성적표는

담마다사 이병욱 2020. 12. 31. 15:56

 

나의 2020년 성적표는

 

 

올해도 끝자락이다. 생업에 종사하면서 동시에 글도 쓰고 수행도 겸하고 있는 입장에서 바쁜 한해를 보냈다. 나의 2020년 성적표는 어떨까?

 

발로 뛰는 수밖에

 

먹고 살아야 한다. 한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2007년 이후 개인사업자등록을 해서 일인사업자로서 살아오고 있다. 늘 하고 있는 일은 인쇄회로기판(PCB) 설계업이다.

 

올해 통계를 내보니 매출계산서는 137개를 끊었고, 매입계산서는 107개를 받았다. 매출에서 매입을 제하고 나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그래서인지 주거래통장은 마이너스통장이 되었다.

 

 

이 나이에 일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한 개의 업체에 치중되어 있다. 만일 이 업체에서 끊어 버린다면 난처한 상황이 될 것 같다. 아들 뻘, 딸 뻘 되는 담당자와 소통을 잘 해야 한다.

 

품질문제가 발생했을 때 군말 않고 다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천공장으로 직접 전달해 주었다. 급할 때는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신용을 얻어야 한다. 고객만족이 아니라 고객감동이 되었을 때 신뢰를 주게 된다.

 

올해 무엇보다 매달 백만원씩 나가는 라이센스 비용이 5월에 끝났다는 것이다. 무려 15개월에 걸쳐서 낸 것이다. 매달 백만원씩 나갈 때 매달 백만원씩 보시한다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었다.

 

밥만 먹고 살순 없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순 없다. 사람이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무언가 보상이 있어야 한다. 욕구충족할 수 있는 무언가 있어야 살 맛을 느낀다. 이를 글쓰기에서 찾고 있다.

 

어떤 일이든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고귀한 일이 된다. 나에게 있어서는 글쓰기가 그렇다. 매일 의무적 글쓰기를 말한다. 이렇게 의무적으로 쓰다 보니 올해 555개를 썼다.

 

글은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린다. 그러나 블로그가 홈이다. 블로그는 200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2006년부터 쓰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14년 글쓰기 했다. 이런 글쓰기에 대하여 '의무적 글쓰기'라고 스스로 명명한 바 있다. 이제까지 직접 작성한 글은 5,528개에 달한다.

 

 

블로그는 홈페이지와 같다. 현재 블로그 누적조회수는 20201231일 현재 7,327,992명이다. 이제까지 불교계 블로그에서는 이 보다 많은 조회수를 보지 못했다. 14년을 한결같이 의무적으로 써 왔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1,500명에서 2,000명이 방문한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하반기에는 8백만명을 돌파할 것 같다.

 

한달에 한권 또는 두 권을

 

블로그에 글을 10년 이상 쓰다 보니 엄청나게 축적되었다. 언젠가 책으로 낼 것을 염두에 두고 썼다. 지금이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201812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아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7권의 책을 만들었다. 문구점에 인쇄와 제본 의뢰하여 보관용으로 만든 것이다.

 

 

책의 형태를 갖추기 위하여 서문을 쓰고 목차를 만들었다. 평균 사오백 페이지 되는 분량이다. 동시에 pdf도 만들었다. 사진도 있는데 문구점에 의뢰한 것은 흑백인쇄이다. 그러나 pdf로 된 파일에는 컬로로 되어 있다. 만든 책은 사무실과 집에 각각 한권씩 보관하고 있다.

 

앞으로 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 많다. 그동안 쓴 글이 5천개가 넘으니 단순하게 계산해도 70권가량 된다. 이제까지 두 달에 한권가량 만들었으나 내년 부터는 좀더 박차를 가하여 한달에 한권 또는 두 권 만들 계획이다. 이제까지 만든 책을 보면 2010년 쓴 것에서 머물러 있다.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쓴 진흙속의연꽃방’에 있는 2,400개의 글과 경전을 근거로 교리와 교학에 관해 쓴 담마의 거울방’에 있는 1,067개의 글이 그렇다.

 

명상공간을 확보하고

 

오전에는 글쓰기, 오후에는 생업을 하다 보니 늘 바쁘다. 여기에다가 수행을 곁들이고 있다. 올해 1월 사무실 중앙에 명상공간을 확보한 것이 본격적인 수행하기의 시작이다.

 

 

앉아 있기가 쉽지 않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선원에서 집중수행하면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하다보니 앉아 있을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바로 옆에 명상공간을 확보해 놓으니 짧은 시간이라도 종종 앉아 있게 된다.

 

수행은 일상이 되어야 한다. 선원으로 집중수행하러 가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수시로 행선과 좌선을 하고자 한다. 그러나 좌선시간은 갈수록 줄어든다. 행선은 종종 하지만 길게 하지는 못한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그 대안이 경전외우기와 스쿼트를 병행하는 것이다.

 

경전외우기와 결정바라밀

 

경전외우기 하면 긴장된다. 긴 길이의 빠알리경전을 외운다는 것은 대단한 결심을 필요로 한다. 아마 십바라밀 중에서 결정바라밀이 있는 이유에 해당될 것이다.

 

십바라밀은 목숨걸고 하는 것이다. 목숨을 내 놓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바라밀은 성취되지 않는다. 경전외우기를 할 때는 강한 결심, 대단한 결심을 해야 한다. 마치 결정바라밀하는 것처럼 마음을 다 잡아야 외울 수 있다. 이번에 빠알리팔정도경을 한달만에 외운 것도 강한 결심을 했기 때문이다.

 

한번 외운 경은 이제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 외운다. 하루에 세 번 암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새벽에 한번,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하면 좋을 것 같다. “에왕 메 수땅에서부터 시작하여 아양 뷰짯띠 빅카웨 삼마사마디로 끝맺음 할 때 강한 성취감을 느낀다. 저절로 사두! 사두! 사두!”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와 같은 공덕을 먼저 돌아가신 부모님께 회향한다.

 

경전외우기는 내년에도 계속할 작정이다. 그동안 외운 것은 한두개가 아니다. 멀리는 금강경, 천수경, 반야심경, 법성게 등을 한문으로 된 경을 외웠다. 가까이는 라따나경, 멧따경, 망갈라경, 자야망갈라가타, 초전법륜경, 법구경 1품과 2품 등 빠알리 경을 외웠다.

 

외우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외우는 것은 문제 없다. 다만 외우기 전에 엄청난 결심을 해야 한다. 내년에도 경전외우기 도전은 계속된다.

 

허벅지 근육을 위해 스쿼트를

 

생업, 글쓰기, 좌선과 행선, 경전외우기에 이어서 스쿼트를 하고자 한다. 스 쿼트는 행선과 병행하고자 한다. 집과 사무실만 오가고 있기 때문에 운동이 부족하다. 헬스를 다닌다거나 기구를 이용한 운동은 고려치 않고 있다.

 

스쿼트는 허벅지 근육을 단련하는데 효과가 있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감소 되어어서 몸을 지탱하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허벅지 근육이다. 그런데 스쿼트를 하면 자신의 체중을 실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허벅지가 뻐근해진다. 기분 좋은 뻐근함이다. 이렇게 하루에 세 차례 하면 좋을 것 같다. 한차례 할 때는 1020회가 적당하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올 한해도 쉼없이 달려 왔다.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했다. 글쓰기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생업이 소홀해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서 금전적 손실로도 연결되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사람들을 만났다. 스님들을 찾아 뵙고 공양을 올렸다. 코로나시기임에도 각종 불교행사에도 참여했다.

 

재가불교활동 모임에도 빠지지 않았다. 금요니까야강독 모임에도 빠지지 않는다. 각종 강연회에 참석하여 새로운 사람과 교류한다. 이와 같은 모든 과정은 기록으로 남긴다. 이렇게 쓰다보니 올 한해 505개의 글을 쓰게 되었다. 내년에도 특별히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오늘 밤까지만 산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오늘 밤이 지나면 내일이 올지 안올지 알 수 없다. 내일이 온다면 2021년이 된다. 내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알 수 없다. 다만 쓸 뿐이다. 이제까지 그렇게 해 왔던 것처럼.

 

 

2020-12-3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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