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고객이 부르면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 6. 08:01

고객이 부르면


고객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어제 저녁에는 이천공장에 납품갔다. 고객사 중의 고객사 본사가 있는 곳이다. 사실상 먹여 살리는 곳이다. 이렇게 직접 납품 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급할 때 발로 뛰는 것이다. 오늘 발주해 놓고 내일 달라고 할 때 그렇다. 평소에는 택배발송하지만 단납기 또는 초단납기때는 물건을 직접 전달해 준다.

물건은 인천에서 온다. 설계한 것을 주문제작해 주는 곳이다. 그곳에서 고객사에 택배서비스도 해 주는데 이천의 경우 하루가 더 걸린다. 고객사에서 납기가 문제가 되었을 때 하루라도 당기기 위해 발로 뛰는 것이다. 물론 퀵으로 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든다.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도 직접전달한다. 또 한가지는 직접전달함으로 인하여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서이다. 납기를 지켜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어제 저녁 6시 비산동 이마트앞에서 오토바이로 물건을 전달받았다. 물건을 릴레이 하듯이 곧바로 이천공장으로 향했다. 네비를 보니 46키로 50분 걸리는 것으로 나온다. 평소같으면 한시간이 넘게 걸린다. 코로나 비상시기임을 실감한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아서 최고속도로 달렸다. 늘 그렇듯이 양지 IC에서 빠져나와 42번 국도를 달렸다. 공장은 한적한 산중에 있다. 마치 독립가옥처럼 마을과 뚝 떨어진 곳에 있다. 새로 신축한 현대식 공장이다. 이전 공장은 더 깊은 곳에 있어서 꼬불꼬불 비포장도로를 지나 들어가야 했다.

고객사는 사업이 잘 되어서일까 국도 가까이에 더 큰 공장을 지었다. 이런 불황기에도 확장을 하는 것을 보니 아이템을 잘 잡은 것 같다. 엘이디(LED)와 관련된 디스플레이 장비업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장은 마치 성채를 보는 것 같다. 커다란 단일 통건물이 축대 위에 서 있다. 마치 방파제의 오각형을 연상케 하는 동일규격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쌓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 놓은 것이다.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으나 곧 내려 갈 것이라 말만 할 뿐 나타나지 않는다. 비로소 밖의 날씨가 춥다는 것을 느꼈다. 모두 바쁜 모양이다.

창을 들여다보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방진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어두운 저녁임에도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보기 좋다. 더구나 주차장에는 차들로 가득하다. 야간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사회전체가 코로나로 인하여 침체되어 있음에도 이곳 공장은 무풍지대인 것 같다.

아들 뻘 되는 담당자에게 물건을 건네 주었다. 약간 기다리긴 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어쨌든 약속은 지킨 것이다.

하는 일은 본래 비대면 비접촉이다. 메일로 자료를 받고 전화통화만으로 일이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담당자를 만날 일이 없다. 그러나 급할 때는 달려간다. 그제서야 비로소 대면이 이루어진다. 그때 상대방은 약간 당혹해하는 것 같다. 머리가 반백인 초로의 사람이 서 있기 때문이다.

머리에 염색이라도 하는 것이 고객에 대한 예의 일 것이다. 직접대면 할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직원이라도 있으면 심부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퀵서비스로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노출해 가며 기어이 가는 것은 일종의 고객감동의 효과도 노린 것이다. 그러나 아들 뻘, 딸 뻘 되는 담당자에게 머리가 허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들은 물건을 받아 야간작업을 할 것이다. 다음날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한 것이다. 연쇄효과이다. 아무리 코로나 시기라고 해도 경제는 돌아가야 한다. 시골 한적한 외딴 곳 공장에서는 밤에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하는 일이 국가경제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큰 기계장치의 부속에 불과한 것이지만 이런 것이 모여서 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귀가할 때는 시간이 더 단축되었다. 네비를 보니 불과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영동고속도로를 최고속도로 달렸다. 산업도로라고도 불리우는 1번국도도 막힘이 없다. 고객이 불러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2021-01-0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