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사람보다 제도개혁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 4. 23:32

사람보다 제도개혁


담모 하웨 라끼카띠 담마짜링이 말은 가르침은 가르침을 따르는 자를 수호한다.”라는 뜻이다. 테라가타 303번 게송에 있는 구절이다. 담마는 법이라고도 말하기 때문에 법은 법을 따르는 자를 보호한다.”라고도 번역된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법과도 같다. 헌법보다 더 높은 법이 부처님법이다. 연기의 가르침을 연기법(緣起法)이라 하는데 이는 부처가 출현하거나 출현하지 않거나 세상의 원리로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은 모두 법이 된다. 진리를 깨달은 자가 말하는 것은 모두 진실된 것이기 때문에 팔만사천법문이 모두 법이라 볼 수 있다.

법은 본래 지켜야 하는 것이다. 법은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부처님 법에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계가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다만 오계를 지키면 보호받는다.

 

불살생하면 타인도 보호되고 동시에 자신도 보호된다. 만일 그 사람을 살해한다면 살인죄로 인하여 처벌받기 때문에 자신이 보호되지 않는다. 오계를 지킨다는 것은 자타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법을 따르면 법이 보호해 주는 것이다.

재가에서 오계는 강제성이 없다. 술 마신다고 하여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승단에서는 엄격한 룰이 적용된다. 이를 위나야(vinaya)라고 한다. 공동체의 규칙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함께 모여 살다 보면 법도라는 것이 있다. 선을 넘지 않는 금도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제재가 따른다. 승가에서 바라이죄를 저지르면 단두(斷頭)라하여 승단에서 추방된다. 계율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승가공동체에서는 법()과 율()로 살아 간다. 이는 부처님이 열반에 들 때 아난다여, 내가 가고 난 다음에 내가 가르치고 제정한 가르침(Dhamma)과 계율(Vinaya)이 그대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D16.123))라고 당부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법과 율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제재가 따른다. 율장에서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승가공동체에서는 법과 율을 어기면 제재 받는다. 보통 갈마(kamma)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갈마는 왜 하는 것일까? 법과 율을 어긴 자를 처벌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정법수호(正法守護)에 있다. 법과 율을 어긴 자에 대하여 정법을 파괴하는 자로 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비법이 득세할 때 정법을 수호하기 위해 결집이 있었다. 아소까 대왕 당시 3차 결집을 말한다. 모든 결집이 다 그렇다. 담마 아닌 것이 득세할 때 정법을 수호하고자 결집했다. 승가에서 갈마하는 것도 결국 정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율은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았다. 죄를 저지르면 제도가 만들어지는 수범수제(隨犯隨制)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사회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문제가 발생하면 법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요즘 핫한 이슈중의 하나인 검찰개혁도 그렇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막강한 검찰을 견재하기 위해 공수처가 설치된 것도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검찰개혁은 근본적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 되어야한다. 또한 권력기관끼리 서로 견재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중삼중으로 견제장치를 마련해 놓았을 때 서로가 서로를 견재하기 때문에 권력남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보다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의식개혁과 제도개혁을 말한다. 인간의 이성을 믿는 사람들은 의식개혁이 먼저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개혁 없는 의식개혁은 사상누각이 되기 쉽다. 인간은 완전하지도 않고 선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취온(五取蘊)적 존재로서 인간은 본래 불선(不善)하게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오온에 집착되어 있는 인간은 탐, , 치로서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도 법과 율을 만들었다. 만일 수행승이 본래 선한 존재라면 법 없이도 율 없이도 살 것이다.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은 본래 불선한 존재이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하는 것이다.

의식개혁보다 제도개혁이다. 사람에 의지하기 보다는 제도에 의지하게 해 놓아야 한다. 불교인들이 가르침을 법보로 알아 의지하는 것과 같다. 다만 헌법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기본권이 침해 받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법을 만들어 놓으면 법에 의해 세상은 돌아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보다는 제도이다. 법은 법을 따르는 자를 보호한다.


가르침은 가르침을 따르는 자를 수호하고
잘 닦여진 가르침은 행복을 가져온다.
가르침이 잘 닦여지면, 공덕이 있다.
가르침을 따르는 자는 나쁜 곳에 떨어지지 않는다.”(Thag.303)


2021-01-0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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