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근육이 놀랬나?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 7. 08:02

근육이 놀랬나?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스쿼트를 하다 허리 근육이 놀란 것 같다. 스쿼트를 과도하게 한 것이 원인이다.

나름대로 스쿼트를 하고 있다. 허벅지를 뻐근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허벅지 근육을 키우면 노년에 휠체어 타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것이 자극제가 되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체중을 실어 버티기를 해야 한다. 엉덩이를 최대한 아래로 빼는 자세를 말한다. 이를 엉거주춤 자세라 할 만하다. 이때 수평을 유지하기 위하여 두 팔을 앞으로 뻗어야 한다. 최대한 엉덩이를 내린 자세로 하나, 둘 하며 열을 셌다. 스마트폰 스톱워치를 10분에 셋팅 해 놓고 이런 동작을 반복했다.

 


스쿼트할 때는 네 단계로 한다. 내려 갈 때 열을 센다. 허리는 가능하면 세우려 하고 무릎은 굽히지만 다리를 세운 상태에서 엉덩이만 아래로 빼는 것을 말한다. 내리기 10단계, 버티기 10단계, 올리기 10단계, 멈추기 10단계 이렇게 40단계로 했다. 한단계에 일초로 하면 모두 40초가 된다. 스쿼트 한 동작에 40초가 걸리는 것이다. 이렇게 느릿하게 하는 것은 스쿼트 저자의 권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하나의 몸관찰 수행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행선하면 동작 하나하나를 알아차려야 한다. 발을 올려서 나아가고 내리는데 있어서 3댠계, 4단계, 5단계, 6단계 행선이 있다. 6단계 행선이라면 발을 듦, 올림, 나감, 내림, 닿음, 누름이 된다. 처음에는 명칭을 붙여 준다. 이런 동작을 일없이 반복한다. 마하시전통에서는 한시간 하라고 한다. 좌선을 한시간하면 반드시 행선도 한시간 하라고 한다.

행선을 하는 이유는 좌선의 보완적 측면도 있지만 행선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수행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몸을 푸는 포행과는 다른 것이다. 그래서 경행이라는 말보다 행선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워킹메디테이션(Walking Meditation)이다. 걷는 수행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보수행(步修行)이라고도 한다. 단지 걷는 것이 아니라 발의 한동작 한동작을 알아차림 하며 걷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움직인다는 것은 바람의 세계가 작용한 것이다. 이를 와요다뚜(vāyodhātu), 풍대라고 한다. , , , 풍 사대 중의 풍대를 말한다.

본래 우리 몸은 지수화풍 사대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지수화풍 사대의 세계가 몸안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행선을 하면 지수화풍 사대를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수화풍이라는 실재를 볼 수 있음을 말한다. 이는 이해 차원의 아는 것이 아니다. 지수화풍이라는 궁극적 실재를 보는 것이다. 여실지견(如實知見)을 뜻하는 야타부따냐나닷사나 (yathābhūtañā
adassana)’에서 닷사나를 말한다. 냐나가 이해차원의 지혜라고 한다면 닷사나는 경험에 따른 보는 지혜를 말한다.

이해 차원의 냐나가 교학에 대한 것이라면 닷사나는 경험에 따른 수행에 대한 것이다. 행선을 하면 지수화풍 사대를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두드러진 것은 풍대이다. 행선은 근본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움직이는 것은 모두 풍대작용에 의한 것이다. 움직이려면 먼저 의도가 있어야 한다. 의도가 없으면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 몸은 시체와 같은 것이다. 마음이 이끌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발을 들 때는 들려는 의도가 있어야 들린다. 사람들은 이런 의도를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행선을 하면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행선을 하면, 발을 들 때는 가벼운 것을 알게 되고 발을 내릴 때는 무거운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것도 풍대이다. 이렇게 풍대는 움직임 속에서 관찰된다.

스쿼트를 하면서 몸관찰 하듯이 알아차림 하려 했다. 모든 움직이는 것은 풍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한동작 한동작 알아차림 하며 하기 때문에 천천히 할 수밖에 없다. 몸관찰수행도 되고 운동도 되는 이중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지나쳤다. 그 결과 허리에 이상이 생겼다. 왼쪽 허리근육이다. 특정자세를 취하면 통증이 있는 것이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여 병원에 가지 않는다. 시간 지나면 나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모든 병이 다 그렇다. 우리 몸은 항상성이 있어서 본래 상태로 복귀하려는 툭성이 있다. 내버려 두어도 저절로 낫는 것이다.

오래 전에 오십견이 왔었다. 오른쪽과 왼쪽 두 번 겪었다. 처음 오십견이 왔을 때 화들짝 놀라 열심히 병원에 다녔다. 물리치료도 받고 약도 먹었으나 소용없었다. 어떤 의사는 수술이야기도 했다. 이런저런 별스러운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랬더니 세월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나았다. 세월이 약이었던 것이다.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아픈 것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자신이 의사가 되어 연구하는 것이다. 물론 중병이라면 의사한테 가 보아야 한다. 설령 중병이라 해도 자신의 몸은 자신이 관찰하여 극복해야 한다.

삶의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쉬운 것도 있고 어려운 것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는 문제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세월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진짜 문제이다. , , , 사 같은 것이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결국 시간 속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다. 수행을 한다고 하여 다리를 꼬고 앉아서 기쁨, 행복, 평정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허리는 시간 지나면 나을 것이다. 문제도 아니다. 진짜문제는 따로 있다. 수행을 하는 것은 진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한다. 부처님 가르침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 그분이 누구이고, 부처님 그분이 어떤 말씀을 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전을 열어 보아야 한다. 부처님 원음이 실려 있다는 빠알리경전을 말한다.

경전을 보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아비담마와 청정도론과 같은 주석서와 논장도 보아야 한다. 율장도 보아야 한다. 그래서 불교인이라면 빠알리 삼장을 갖추어 놓고 수시로 열어 보아야 한다. 이런 앎의 바탕에서 수행을 해야 한다. 교리와 교학을 모르고 앉아만 있으면 엉뚱한 길로 빠지기 쉽다.

시간이 지나도, 세월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행을 한다. 좌선만이 수행이 아니다. 행선도 수행이고 일상이 수행이다. 몸과 마음을 관찰하면 수행 아닌 것이 없다. 행선과 병행하여 스쿼트를 하다가 허리에 통증이 생겼다. 근육이 놀랬나?


2021-01-07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