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기

사람은 죽어서 이야기를 남긴다, 이학종 선생의 붓다 연대기

담마다사 이병욱 2021. 3. 24. 06:49

사람은 죽어서 이야기를 남긴다, 이학종 선생의 붓다 연대기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고 말한다. 남는 것은 기록밖에 없다. 그가 제아무리 똑똑해도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무덤 묘비도 기록이 될 수 있을까? 절의 공덕비에 새긴 이름 석자도 기록이 될 수 있을까?

돌에 새겨 놓으면 천년만년 갈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이야기를 남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름 보다도 이야기를 남겨야 역사에 남는 것이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책을 쓰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데 있어서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택배가 도착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이 도착한 것이다. 이학종 선생이 지은 책이다. 책 이름은 '붓다 연대기'이다. 어떤 책일까? 열어 보니 부처님의 행적에 대한 것이다. 탄생에서 부터 열반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부처님의 일생이라고 볼 수 있으나 부처님 한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자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연대기라고 한 듯하다.

 


책은 무척 두껍다. 거의 천페이지 가까이 된다. 이렇게 방대한 책을 언제 썼을까? 후기를 보니 집필하게 된 동기가 있다. 오래전부터 부처님의 일생과 행적에 대해 정리하고자 했었는데 3년전 당진으로 귀촌하게 되면서 본격화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정적으로는 테라와다불교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2년전 미얀마 위빠사나 수행센터에서 단기출가한 것이 강한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30년 전에 발원하여 3년간의 집필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한권의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저자는 후기에서 미얀마 단기출가가 집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하여 "삭발을 하고, 가사를 걸치고, 사미계와 구족계의 의식을 거쳐 비구가 되었을 때의 충격과 감동은 나의 일생을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때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았다.

 


2018
12 31일 미얀마 양곤 외곽 담마마마까 국제선원에 갔었다. 10여명 갔었는데 상당수는 처음 가본 사람들이었다. 김진태 선생과 인연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진태 선생은 매년 겨울 미얀마에서 집중수행해 왔는데 신참자들을 인솔했다. 그 중에 이학종 선생도 있었다.

미얀마에서는 2주가량 있었다. 생업 때문에 오래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한달 이상 있었다. 그 중에 5명이 머리를 깍았다. 단기출가한 것이다. 테라와다 가사를 입고 사미계를 받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비구계 받는 장면은 볼 수 없었다. 비구가 아닌 자들은 홀에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테라와다불교에서는 계를 받으면 누구나 비구가 될 수 있다. 테라와다 승가 일원이 되어 똑같이 탁발하며 비구로서 살아간다. 일생에 한번쯤 체험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단기출가자 얘기를 들으니 일생에서 가장 강렬한 체험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학종 선생도 책의 후기에서 그때의 체험에 대해서 "그때의 짧은 정진과 내적 변화가 붓다의 일대기를 정리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다."라고 했다.

불교인들은 부처님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불교교양대학에서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서 배우긴 하지만 깊이 알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니까야를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방대하다. 디가니까야, 상윳따니까야, 맛지마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 그리고 법구경과 숫따니빠따 등 10여개 경전으로 구성되어 있는 쿳다까니까야는 책장으로 가득하다. 평생 가도 다 못 읽을 정도로 방대하다. 부처님의 팔만사천 법문을 한권으로 요약해 놓는다면 어떨까? 이학종 선생은 이런 작업을 한 것 같다. 한권으로 읽는 부처님 일대기를 쓴 것이다.

책은 읽어 보지 않았다. 목차만 훝어 보았다. 책을 열어 보니 익숙한 내용이 많다. 대화체로 기술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소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긴 길이의 경으로 되어 있는 디가니까야는 웅대한 소설적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학종 선생의 붓다 연대기도 디가니까야를 보는 것처럼 웅대한 소설적 구성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웅대한 소설적 구성으로 되어 있는 디가니까야는 읽는 이로 하여금 신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디가니까야는 포교와 교화를 위해 결집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권으로 요약된 붓다 연대기 또한 웅대한 소설적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초심자들이 접한다면 신심을 심어 주기에 충분할 듯하다. 아무쪼록 널리 익혀서 부처님 그분이 어떤 분인지, 부처님 그분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교재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석에 새긴 것으로는 이름을 남긴다고 볼 수 없다. 이럴 때는 "사람은 죽어서 이야기를 남긴다."라고 보아야 한다. 책을 내면 이야기를 남긴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담마에 대한 책을 남긴다면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만들어 놓으면 팔리게 되어 있다. 책을 내면 누군가 읽어 보게 되어 있다. 그것도 부처님 일대기에 대한 것이라면 누가 읽어 봐도 읽어 볼 것이다. 담마에 대한 것은 한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다. 진리에 대한 말씀이기 때문에 늘 새겨야 한다. 이렇게 해서 진리의 수레바퀴는 굴러간다. 도반 이학종 선생의 쾌거에 찬사를 보낸다.


2021-03-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