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회

우리는 왜 지식생산자로 살아야 하는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1. 4. 15. 06:07

우리는 왜 지식생산자로 살아야 하는가?


한국은 선진국 문턱까지 와 있다. 과연 한국은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을까? 한국은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시그널이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철학자가 있다.

최진석 선생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다. 동향이기도 하고 학번이 같기도 한 이유도 있다. 무엇보다 그의 사상이다. 한번도 안면은 없지만 유튜브에서 보았다. 이미 노자와 장자를 통해서 그의 사상에 공감한 바 있다. 이번에는 선진국론에 대한 강연을 유튜브(https://youtu.be/VF2-LsZ3-Eg
)에서 보았다.

최진석 선생에 따르면 현단계에서 한국은 선진국이 될 가망성이 없다고 말했다. 약간 실망스러운 말이다. 왜 그런가? 기업인들 모임 강연에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말 했기 때문이다.

최진석 선생은 왜 우리나라가 선진국 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을까? 그것은 강연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세계문화를 선도할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은 학문으로서 철학만을 말하지 않는다. 지식수입국이 아닌 지식생산국으로서의 철학을 말한다.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라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한번 선진국이면 영원한 선진국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선진국론은 이미 1820년대에 세팅된 것이라고 한다. 산업혁명 시기에 세팅된 패러다임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때 당시 선진국이었던 영국은 여전히 지금도 선진국이다.

영국이 선진국일 수밖에 없는 것은 지식생산국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창의적 생각을 했음을 말한다. 그래서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에서 지식생산국이 되었다. 지식생산국으로서 영국은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오늘날 지식을 생산해 내는 나라는 모두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지식은 어떤 것일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지식이라고 볼 수 있다. TV도 지식이고 스마트폰도 지식이다. 그것도 원천기술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빌딩도 지식이고 도시도 지식이다. 이 사회를 유지하는 제도와 시스템도 지식이다. 어느 것 하나 지식 아닌 것이 없다. 이런 모든 지식은 생각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떨까?

한국은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회원국이라고 하지만 세계를 이끌어 가는 선진국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이른바 G7 또는 G8 국가에 속하지 않는 것도 이유가 된다. 다만 선진국 문턱까지는 왔다. 그런데 여 기까지가 한계라는 것이다. 그것은 지식수입국으로서 한계이기도 하다.

지식수입국으로 머문다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없다. 세계를 선도하려면 지식생산국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지식생산국으로서 대한민국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최진석 선생은 절망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무언가 일을 해야 한다. 1820년대부터 고착된 패러다임을 깨야 함을 말한다. 그런데 최근 좋은 기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4차 산업혁명이라고 했다.

난세에 영웅이 출현한다고 했다.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판이 깨지려고 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판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과연 한국은 4차산업혁명으로 선진국에 진입해서 세계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까?

세계를 이끌어야 선진국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예술 등 사회 전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 이런 것 없이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한국은 세계를 선도할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지식수입국으로서 선진국 문턱까지 치고 올라와 있지만 지식생산국이 되지 못한다면 추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과거 선진국 문턱까지 진입했다가 추락한 아르헨티나, 멕시코, 칠레, 필리핀이 좋은 예이다. 지식수입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지식수입국으로서의 한국이 선진국 문턱까지 온 것은 대견한 것이지만 지식생산국이 되지 못하면 이제 추락할 일만 남았다. 과연 앞으로 대한민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최진석 선생 강연을 들으니 나라가 걱정이 된다. 선진국 문턱까지 갔다가 추락한 나라들처럼 되기 쉽다. 그것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으로 도약할 철학을 갖지 못했음을 말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거기에 걸맞는 인재를 영입한다. 구멍가게 수준의 경영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선진국으로 진입하고자 한다면 거기에 걸맞는 철학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오늘날 인문학 열풍이 부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현단계를 벗어나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이라고 해서 같은 사람이 아니다. 감각에 의존해서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신적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를 생각이 있는 사람과 생각없이 사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최진석 선생은 헤르만 헤세가 말한 것을 예로 들었다.

헤르만 헤세는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 무엇을 알려고 하느냐 이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헤르만 헤세에 따르면,
알려고 하는 희미한 안식의 불꽃이 시작될 때 그는 비로소 인간이 된다.”고 했다. 이는 인간은 세계를 인식하고 설명하는 존재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생각하는 인간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을 체계화 해 놓은 것을 지식이라고 한다.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지식의 산물이다. 지식은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지식인은 지식생산자가 된다. 지식생산자가 아닌 지식사용자가 된다면 진정한 지식인이 될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지식사용자에 지나지 않는다. 책을 예로 들 수 있다. 작가는 지식생산자이고 독자는 지식사용자라고 볼 수 있다. 제품을 예로 들 수도 있다. 제품개발자는 지식생산자이고 제품소비자는 지식사용자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 한가?

과거 개발자로 살았다.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기업에 입사해서 전자제품 개발자로 살았던 것이다. 수많은 모델을 개발했다. 개발한 제품은 해외에 수출되었다. 수출되어 달러를 벌어들였다. 개발한 상품이 수출되어 외화를 벌어들일 때 회사가 내 것은 아니더라도 뿌듯했다. 애국하는 것 같은 느낌이 되어서 개발자로서 자부심으로 살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원천기술은 선진국에 있었다. 지식사용자로 산 것이다.

일인사업자로 살고 있다. 월급생활자가 아닌 사업자로 살다 보니 수입이 들쭉날쭉하다. 일감이 없으면 놀아야 한다. 노는 입에 염불한다고 인터넷에 글을 쓴다. 블로그를 만들어 매일 쓴 것이다. 불교관련 글이다. 그렇다고 법문도 아니고 논문도 아니다. 보통불자의 인터넷잡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꾸준히 쓰다 보니 불교계 블로그에서 넘버원이 된 것 같다. 아직까지 누적 조회수에서 능가한 블로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지식생산자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순 없다. 사람이 감각에만 의존해서 살 수 없다. 정신적 성장을 해야 한다. 한단계 도약하려면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아무 생각없이 먹기만 한다면 축생의 삶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사유하는 동물이다. 인간이 축생과 다른 것은 언어적 사유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개념화할 수 있다. 추상화도 가능화 함을 말한다. 언어적 능력을 극대화했을 때 도약할 수 있다. 생각하는 삶, 사유하는 삶을 살았을 때 저 언덕으로 건너갈 수 있다. 정신적 도약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라의 흥망성쇠는 철학에 달려 있다. 철학이 있으면 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철학이 있어도 힘이 없으면 주저앉게 된다. 이에 대하여 최진석 선생은 정당성, 지혜, 세력, 이렇게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비전 또는 아젠다와 같은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정당성을 구현하기 위한 지혜가 있어야 하고, 정당성을 구현하기 위한 힘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을 갖추었을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세력이다. 정당성과 지혜만 가지고 밤샘 토론해 보았자 세력이 없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세력이다. 힘이 있어야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어떻게 세력화 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이다.


2021-04-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