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집안 가득 법향(法香)을, 빠알리 삼장 사보기 불사를

담마다사 이병욱 2021. 4. 15. 21:20

집안 가득 법향(法香)을, 빠알리 삼장 사보기 불사를


거의 십년 된 것 같다. 어느 해인가 어느 스님 블로그에서 글을 퍼 왔다. 경을 해설한 짤막한 글이었다. 스님은 이 사실을 알고서 도둑질이라고 했다. 주지 않은 것을 가져 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저작권 침해로 엄히 다스린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당시 이해할 수 없었다.

인터넷에 올려진 것은 공유개념으로 본다. 가져 가도 좋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더구나 부처님 가르침은 많이 퍼가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밀히 말하면 저작권은 부처님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전을 번역자와 상의 없이 전문을 인터넷에 올려 놓았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어느 카페에서 청정도론이 모두 올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심지어 각주까지 모조리 빠짐없이 다 올려져 있는 것이다. 천페이지가 훨씬 넘는 청정도론이 카페에 고스란히 올려져 있다는 것에 매우 놀랐다.

누가 올렸을까? 카페 가입신청도 되지 않아 파악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미디어 다음에 권리침해 신고했다. 그러나 문제없다는 메일을 받았다. 당사자가 신고해야 된다고도 했다. 이런 사실을 번역자한테 알렸다.

번역자는 다음에 메일을 보내서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가 맞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겠다고 했음에도 모르겠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무책임의 극치를 보는 것 같다. 다음이 네이버에 밀리는 것도 이런 디테일에 있을 것이다.

카페에는 청정도론 뿐만아니라 맛지마니까야도 올려져 있다. 또 십지경도 올려져 있다. 저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올려져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일년 되었다. 경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즉각 번역자에게 연락하여 조치 취하게 했으나 다음 담당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편집자 중의 한사람으로서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법에 호소하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한번 더 검색해 보기로 했다. 요즘은 인터넷시대이기 때문에 카페지기 이름을 검색하면 나오게 되어 있다.

구글 검색해서 카페지기가 누군지 파악했다. 카페지기는 부산 H정사 W스님이다. 불교신문에 칼럼도 쓰고 불교TV에서 법문도 했던 스님이다. 또 사회복지법인 이사장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을 번역자에게 알렸다. 스님 법명을 알았으니 조치하는 것은 시간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번역자에게 연락이 왔다. 잘 해결되었다고 한다. 울산 H스님이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아마 W스님과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다. 울산 H스님은 만난적이 없지만 잘 알고 있다. 율장 출간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율사스님이기도 하다. 청정도론 교정작업도 함께 해서 알고 있다.

카페에 무단으로 올린 스님은 W스님이 아니었다. 또다른 스님이 신도들에게 사경하라고 카페에 올린 것이다. 아마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는 스님인 것 같다. 수년간에 걸쳐서 애써 번역해 놓은 것을 전부 올려 놓았으니 저작권법 위반이고 권리침해에 해당된다. 울산 H스님에 따르면 조치되었으니 곧 내려 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헤프닝을 보면서 놀란 것은 개념 없는 스님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번역한 책을 저자 허락도 없이 전문을 올렸을 때 이런 행위가 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부처님 가르침이기 때문에 부처님에게 저작권이 있어서 올려도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수년에 걸쳐 애써 번역해 놓은 저작물은 보호되어야 한다. 보호되지 않으면 번역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라 하여 아무 생각없이 올렸다면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오늘날 부처님 원음이라 불리우는 사부니까야는 모두 번역되었다. 그것도 두 종류의 번역서가 있다. 한국불자들에게는 행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다 법구경과 숫따니빠따 등 소부경전도 번역되어 있다. 율장도 5권이 모두 번역되었다. 논서로서는 청정도론도 번역되었다. 한국불교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불자들은 경전을 사보지 않는 것 같다.

 

경전이 번역되어서 출간하면 소진하는데 5년 걸린다고 한다. 천권을 출간 했을 때 일년에 고작 200권 팔리는 것이다. 한국에 천만불자가 있다. 놀랍게도 한국불자들은 고작 일년에 200권 사보는 것이다. 기독교의 바이블과 비교하면 너무나 미미한 숫자이다. 이런 숫자에 대해 한국불자들은 지독히 경전을 사보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다. 먹고 마시는 데는 아끼지 않지만 경전 사는 것에는 대단히 인색한 것이다.

사람들은 공짜심리가 있다. 경전도 그런 것 같다. 인터넷에 무단으로 올려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신도들 사경용으로 전문을 올려 놓았다고 하는데 이는 무개념이다. 신도들에게 경전을 사서 사경하라고 했어야 했다.

경전을 사 놓으면 부처님을 모셔 놓는 것과 같다. 사부니까야와 법구경 등 소부경전, 그리고 율장과 청정도론과 같은 논서를 책장 가득히 진열해 놓는 다면 부처님을 모셔 놓는 것이 된다.


집에 경전이 가득 하면 법향(法香)이 있을 것이다. 거실에 술병으로 가득한 것보다 경전으로 가득하면 품격 있을 것이다. 틈틈이 열어보면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과 같다. 더 이상 공짜를 바라지 말자. 집안의 가보로 생각하여 경전을 구입해야 한다. 이제 불자들은 빠알리삼장 구입 불사를 해야 한다.


2021-04-1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