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두 갈래 길이 있다면 어느 쪽으로

담마다사 이병욱 2021. 4. 11. 09:10

두 갈래 길이 있다면 어느 쪽으로

 

 

아침 햇살이 강렬하다. 강하게 삶의 충동을 느꼈다. 잘 자고 난 영향도 있을 것이다. 왜 사람들이 내일에는 내일의 태양이 뜬다고 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제 절망적 상황도 아침이 되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떠 오르는 아침 햇살과 함께 새로운 희망이 샘솟는다. 오늘 아침이 그런 것 같다.

 

일요일 아침이다.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까? 두 말할 것 없다. 사무실로 달려 가는 것이다. 오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이다. 일단 쓰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한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다. 밥을 하고 국을 끓였다. 전기밥솥에 15분 세팅을 해 놓았다. 동시에 쌀 뜬 물에 된장국을 끓였다. 주된 재료는 취나물이다. 여기에 호박, 양파, 부추를 넣었다. 된장 한스푼을 넣고 김치국물을 한스푼 넣었다. 이것이 최상의 맛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슬고슬한 밥에 된장국을 먹었다. 나중에는 밥을 말아먹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된장국을 먹으면 속이 편안하다. 이렇게 거뜬히 아침밥을 먹고 거리로 나섰다.

 

오늘은 걸어서 갈 작정이다. 학의천과 안양천이 만나는 쌍개울을 거쳐 일터로 가는 것이다.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다. 사월도 중순이어서일까 이제 나무에서 싹이 돋아 연두색을 띠고 있다. 하천 양안으로는 보라색의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온도와 습도가 적당해서 쾌적하다.

 

 

 

굴다리를 지나야 한다. 철길을 지나서 일터가 있다. 주변은 볼 것이 없다. 그저 아파트와 상가건물뿐이다. 아무생각 없이 걸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지루하기도 하다. 이럴 땐 경을 암송하는 것이 좋다. 빠알리팔정도경을 암송하며 일터까지 왔다.

 

팔정도경을 암송하며 하루를 시작하면 자세가 달라지는 것 같다. 경을 암송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을 때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 같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할 때 경을 암송하는 것 보다 더 좋은 것이 없을 것 같다.

 

평온한 일요일 아침이다. 남들은 쉬는 날일지 모르지만 일인사업자에게는 주말이 없다. 평일과 똑 같은 날이다. 도착해서는 음악을 듣는다. 가장 먼저 듣는 음악은 라따나경이다. 하루일과를 라따나경 음악 듣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삼보에 대한 예경과 찬탄음악이다. 세계적인 불교음악가 이미우이가 부른 것이다. 빠알리라따나경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 같다.

 

아침에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 절구커피를 말한다. 볶아진 원두 약 20개 가량을 절구에 넣고 공이질 하여 빻는다. 그라인더로 가는 것 보다 더 맛이 좋다. 종이필터에 분쇄된 가루를 올려 놓고 S자 모양의 주둥이를 가진 주전자을 이용하여 커피를 내린다. 한잔의 커피를 마시면서 오늘도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오늘 하루도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지금 마음 같기만 해도 하루는 성공적이다. 그러나 늘 선택의 기로에 선다. 마치 두 갈래 길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다.

 

두 갈래 길이 있을 때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어느 시인은 두 갈래 길에서 가지 않은 길로 가보기로 했다. 똑 같이 아름다운 길이었지만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 길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했다. 나는 두 갈래 길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이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두 길이 나타난다. 그러면 왼쪽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우거진 숲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늪지대가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험준한 절벽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라. 그 길을 따라 잠깐만 가면 풍요로운 평원이 보인다.”(S22.85)

 

 

두 갈래 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라고 했다. 왼쪽은 버리고 오른쪽을 선택하라고 했다. 오른쪽 길은 어떤 길일까? 만만치 않은 길이다. 가다 보면 늪지대도 만나고 험준한 절벽과도 마주하게 된다. 그럼에도 난관을 해치고 주욱 나아갔을 때 마침내 풍요로운 평원에 도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풍요로운 평원은 열반을 뜻한다.

 

여기 두 갈래의 길이 있다. 사람들은 두 갈래의 길에서 망설인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두 갈래 길에서 어느 길로 가느냐에 따라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두 갈래 길에서 판단이 서지 않을 때 길을 아는 사람에게 물어볼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왼쪽을 말할 것이다. 왜 그러 한가? 왼쪽은 누구나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대부분 왼쪽으로 가기 때문에 길도 넓고 잘 닦여 있을 것이다. 세상의 흐름대로 가는 길이다. 탐욕으로, 성냄으로, 어리석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가는 길이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가는 길에 대하여 왼쪽 길은 여덟 가지 잘못된 길을 지칭한다. 곧 잘못된 견해, 잘못된 사유, 잘못된 언어, 잘못된 행위, 잘못된 생활, 잘못된 정진, 잘못된 새김, 잘못된 집중을 말한다.”(S22.85)라고 했다.

 

여기 두 갈래 길이 있다. 왼쪽과 오른쪽이 있는데, 왼쪽은 팔사도(八邪道)의 길이고 오른쪽은 팔정도(八正道)의 길이다팔사도의 길은 누구나 가는 길이고 팔정도의 길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이 가는 길이다.

 

팔사도의 길은 세상의 흐름대로 가는 길이고 팔정도의 길은 세상의 흐름과 반대로 가는 역류도(逆流道)의 길이다. 팔사도의 길은 순탄한 길이고 팔정도의 길은 험난한 길이다. 팔사도의 길을 갈 것인가 팔정도의 길을 갈 것인가?

 

여기 두 갈래 길이 있다. 왼쪽으로 갈 것인가 오른쪽으로 갈 것인가? 팔사도의 길로 갈 것인가 팔정도의 길로 갈 것인가? 오늘도 매 순간 선택의 길에 서 있다.

 

 

2021-04-11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