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장의 가르침

스님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이유

담마다사 이병욱 2021. 5. 12. 11:11

 

스님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이유

 

 

어떤 스님이 질문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스님인지 알 수 없다. 페이스북에서는 실명을 원칙으로 하고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은 필명을 쓰고 있고 얼굴은 숨기고 있다.

 

그가 스님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댓글을 보면 스님이라고 하는 것을 보아 스님일 것으로 추측한다. 스님은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음식 하나 드시는 것도 부처님 전에 불공드리듯이 자신에게 음식공양하는 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모든 생활 자체가 수행인듯 보이십니다. 그런데 진짜로 궁금한것이 있습니다. 그렇게 수행을 해서 어느 단계까지 도달 해보셨나요? 저는 수행의 단계를 몰라서 단계를 물어 본다는 것이 실례 같습니다만 솔직히 저 같은 경우는 음식이나 계 같은 것은 거의 무시하고 살고 있지만 끝없는 환희심이 몇날 몇일이고 제 주변에 감싸도는 그런 경우는 흔히 일어나는 경계입니다. 물론 이런 환희심이 깨달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깨달음과 환희심은 전혀 다른 경우니까요.... 가끔 수행 중에 이런 일이 자주 있기에 물어 보는것입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수행을 하면 혹시 이런 경계를 자주 경험하시나요?”

 

 

이런 질문은 우문(愚問)이다. 상대방에게 정신적 경지에 대하여 물어보았을 때 어떻게 답해야 할까? 답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답하면 말려 드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 이 세상은 무한합니까, 유한합니까?”라며 묻는 것과 같다. 이런 질문에는 답이 없다. 그래서 부처님도 답을 하지 않았다. 무기한 것이다.

 

스님은 자신의 체험을 말하면서 상대방에게 수행의 어느 단계에 도달했는지 묻는다. 이런 질문에 답을 한다면 그는 순진하거나 어리석은 자임에 틀림없다. 어떻게 자신의 정신세계를 남에게 말할 수 있을까? 수행점검 해 주는 스승이라면 가능할지 모른다.

 

스님은 음식이나 계 같은 것은 무시하고 산다고 말한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막행막식(莫行莫食)’이 될 것이다. 수행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비구계를 받았다면 계를 어겼기 때문에 승단추방죄에 해당될 것이다. 주지 않은 것을 취했을 때 투도죄에 해당된다.

 

투도죄는 승단추방죄 제2조에 해당된다. 그래서 율장대품 제1장을 보면 구족계를 받은 수행승은, 심지어 풀잎이라도, 주지 않은 것을 훔칠 목적으로 갖지 말아야 한다.”(Vin.I.96)라고 했다. 이는 청정도론 제1장 계행편에서 마하 띳사 장로가 망고나무 아래에서 아사직전까지 주지 않은 것을 취하지 않은 이야기로도 알 수 있다.

 

비구가 막행막식한다면 이는 비구계를 어긴 것이 되기 때문에 승단추방죄에 해당된다. 더구나 깨달음의 경지에 대하여 묻는다면 더욱더 승단추방죄에 해당된다. 이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

 

율장비구계가 있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KPTS)에서 번역한 것이다. 출간된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사볼 수 있다. 비구계를 보면 승단추방죄에 대하여 네 가지를 설명해 놓았다. 그 중에 승단추방죄법 제4조가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에 대한 학습계율(Uttarimanussadhammasikhapadā)에 대한 것이다.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에 대한 학습계율이란 한마디로 깨달음을 사칭하는 것이다. 어떻게 사칭하는가? 다음과 같은 악한 비구의 인연담으로 알 수 있다.

 

 

“자, 우리가 재가자들에게 서로서로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를 성취한 것에 대해 이와 같이 ‘저 수행승은 첫 번째 선정을 성취한 자이고, 저 수행승은 두 번째 선정을 성취한 자이고, 저 수행승은 세 번째 선정을 성취한 자이고, 저 수행승은 네 번째 선정을 성취한 자이고, 저 수행승은 흐름에 든 경지를 성취한 자이고, 저 수행승은 한번 돌아오지 않는 경지를 성취한 자이고, 저 수행승은 돌아오지 않는 경지를 성취한 자이고, 저 수행승은 거룩한 경지를 성취한 자이고, 저 수행승은 세 가지 명지를 성취한 자이고, 저 수행승은 여섯 가지 곧바른 앎을 성취한 자이다.’라고 찬탄을 합시다.(Vin.III.87)

 

 

깨달음 사칭에 대한 것을 보면 네 가지 선정에 대한 것과 사향사과, 그리고 삼명과 신통에 대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경지는 일반사람들이 경험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런 경지를 얻었다고 말하면 증명할 방법이 없다. 말한 사람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깨달음 사칭을 왜 하는 것일까? 그것은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인연담을 보면 기근이 들었을 때 재가자들로부터 음식을 보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요즘은 돈벌이 수단으로 사칭할 것이다. 유튜브를 보면 깨달음을 사칭하는 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율장비구계를 보면 깨달음 사칭하는 것에 대하여 큰 도둑이라고 했다. 이는 불투도와 관련된 승단추방죄법 제2조인 주지 않은 것을 빼앗음에 대한 학습계율과 유사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사기치듯이 깨달음을 사칭하는 것을 큰 도둑(mahācoro)’같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다섯 가지 큰 도둑을 들고 있다.

 

 

“1) 옷과 탁발음식과 와좌구와 필수약품을 얻으며 마을과 마을을 돌아다닌다.

2) 가르침과 계율을 배워서 자기것이라 여긴다.

3) 청정한 삶을 사는 자를 근거없이 청정한 삶을 살지 않는 자라고 비난한다.

4) 재가자들에게 은혜를 베풀고 감언이설로 속인다.

5) 존재하지 않고 생겨나지 않은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를 성취했다고 선언한다.”

(Vin.III.89-90)

 

 

위 다섯 가지는 요약한 것이다. 다섯 가지 큰 도둑 중에서 최악은 다섯 번째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를 성취했다고 선언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사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기는 도둑질에 해당된다. 승단추방죄법 제2조인 불투도도 있지만 깨달음 사칭하는 것은 두 가지가 복합된 것이다. 도둑질도 되고 사칭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깨달음을 사칭하는 것은 최악이다. 깨달음을 사칭하여 사기치는 사기꾼 같은 것이다.

 

누군가 네 가지 선정을 성취했다거나 사향사과의 성자로 말한다면 그는 깨달음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자에 대하여 존재하지 않고 생겨나지 않은 인간을 뛰어넘는 상태를 성취했다고 선언한다면, 최상의 도둑이다.”Vin.III.90)라고 했다. 이에 대하여 그들은 도둑의 마음으로 나라의 음식을 축내기 때문이다.”(Vin.III.89-90)라고 했다.

 

깨달음을 사칭하면 승단에서 추방된다. 누군가 당신의 정신능력을 말해 달라고 했을 때 자신의 정신능력을 말한다면 이는 깨달음 사기꾼이 된다. 왜 그런가? 거짓으로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신을 아라한이라고 한다면 그는 깨달음 사기꾼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 선정을 성취했다고 말한다면 그도 역시 깨달음 사칭으로 이득을 보려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 그런가? 인간의 정신상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부처님 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스승이라면 문답을 통해서 알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재가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경지를 말한다면 그는 사기꾼이다. 이런 사실을 알기에 스님의 물음에 답하기 않았다.

 

 

2021-05-1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