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옆에 있어서 좋다
시장에 가면 수천, 수만가지 상품이 있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겁고, 사지 않아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요즘 시장을 매일 간다. 하루에 두 번, 세 번 가는 경우도 있다.
이마트가 집 가까이 있다. 아파트 단지 바로 옆이 이마트이다. 동 입구에서 이마트 입구까지 100미터가량 된다. 이런 요인이 이마트를 매일 가게 하는 요인이다.
대형마트가 집 바로 옆에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다. 좋은 점은 원하는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 점이다. 나쁜 점은 소비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까이 있어서 좋다. 그래서 마치 제집 드나들 듯이 매일매일 간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장에 가면 활력이 있다. 재래시장에 가면 사람 사는 맛을 느낀다. 이는 소통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질 때 살아 있는 것 같아서 삶의 활력을 본다.
대형마트에서도 삶의 활력을 볼 수 있다. 다만 거래하는 방법이 다르다. 재래시장과는 달리 출구에 카운터가 있어서 기계적 처리하는 것이 다르다. 요즘에는 별도의 자동계산기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이른바 무인카운터 장비가 설치되어 있어서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은 상황에 잘 적응하는 동물같다. 처음 무인카운터를 대했을 때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자주 사용하다 보니 잘 적응되었다. 이제는 사람을 대하는 것보다는 기계를 대하는 것이 더 빠르다. 대형마트도 날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변화를 재래시장은 따라가지 못한다.
대형마트가 옆에 있어서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저녁 늦은 시간에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폐점 시간이 저녁 11시 이기 때문에 10시쯤에 가보면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특히 먹거리가 그렇다.
먹거리는 보통 20-30% 할인된 것이 많다. 상시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어류의 경우 저녁 늦게 가면 최대 49%까지 할인된다. 늦은 시간에 일부러 가면 반값에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이 대형마트가 가까이 있어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마트를 제집 드나드는 것처럼 매일 활용하다 보니 매일 장을 보게 된다. 그렇다고 많이 사는 것은 아니다. 그날 먹을 것을 산다. 5천원 이내 것이 많다. 즐겨 찾는 곳은 지하에 있는 식품코너이다.
식품코너에는 수천, 수만가지의 먹거리가 있다. 아마 이 세상의 먹거리는 다 모아 놓은 듯하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다. 만원짜리 한장 들고 가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행사상품을 사면 이득이다. 가장 큰 이득은 ‘원플러스원(1+1)’일 것이다. 하나 파는 것에 하나 더 추가하여 대폭할인 하여 파는 것이다. 이런 것들만 잘 고른다면 싼 값에 쇼핑할 수 있다.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먼저 이마트에 들른다. 살 것이 없어도 한번 휘리릭 둘러보는 식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것이든지 사게 된다. 거의 대부분 먹거리에 대한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이제 살림을 도맡아 하는 식이 되었다.
저녁식사는 늘 내가 준비한다. 직장에 다니는 아내를 위하여 저녁밥상을 차리는 것이다. 이마트에서 장을 보아 온 것으로 저녁밥상 준비를 한다. 이런 생활을 한지가 10개월가량 되었다. 이마트 가까이 이사 오고 나서부터 생긴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르침에 대한 실천의 의미가 크다.
부처님과 아누룻다 존자가 대화했다. 아누룻다 존자는 “세존이시여, 저희들 가운데 가장 먼저 마을에서 탁발하여 돌아오는 자가 자리를 마련하고, 음료수와 세정수를 마련하고 남은 음식을 넣을 통을 마련합니다.”(M126.21)라고 말했다. 이런 가르침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경에 따르면 탁발 갖다가 먼저 돌아온 수행승이 밥 먹을 준비를 한다. 나중에 도착한 수행승은 뒷정리하면 될 것이다. 부부사이에서도 이런 관계가 되어야 한다.
직장 일로 피곤에 지친 아내나 남편을 위해서 먼저 온 사람이 식사 준비를 해야한다. 먼저 오는 사람이 밥상을 차리고 나중에 온 사람은 설거지를 하면 된다. 맞벌이하는 부부라면 이런 생활을 해야 한다.
남자라고 하여 밥상 차려 주기만을 바래서는 안된다. 휴지도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주어야 하듯이, 집에 먼저 온 사람이 먼저 밥상을 차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마트가 바로 옆에 있어서 가능한 일이 되었다.
이마트가 옆에 있다고 하여 대형마트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 재래시장에 가서 팔아 주기도 하고, 가판마트 에서도 팔아 준다. 길거리에서도 야채 같은 것을 팔아 주기도 한다. 농산물 직거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품질이다.
대형마트이든, 재래시장이든, 가판이든, 직거래이든 품질이 좋아야 한다. 품질이 좋지 않으면 팔아 주고 싶어도 팔아 줄 수 없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살 수 있는 품질의 상품을 진열해 놓는다.
소비자는 대체로 현명하다. 불량품을 사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격이 싸도 불량품은 사지 않는다. 품질이 약간 떨어지면 가격을 내려서라도 팔 것이다. 기간이 약간 오래 된 것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다. 현명한 소비자는 불량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터넷에 글을 쓰고 있다. 매일매일 블로그에 의무적 글쓰기를 하고 있다. 오랜 세월 이렇게 살다 보니 이제 생활이 되었다. 밥 먹고 차 마시는 것과 다름없다. 과연 나는 양질의 글을 쓰는 것일까?
글에도 품질이 있을 수 있다. 아니 품격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거친 글은 환영받지 못한다. 무언가 하나라도 건질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이는 부처님이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마지막도 훌륭한, 내용을 갖추고 형식이 완성된 가르침을 설하라.”(S4.5)라고 말씀하신 것에서 알 수 있다. 전도선언의 명령을 명심하고자 한다.
대체로 긴 글을 쓴다. 사람들은 긴 글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초분을 다투는 현실에서 시간낭비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에스엔에스(SNS)에서는 감각적인 글을 좋아한다. 스크롤하여 마구 위로 넘기는 것이다.
짧은 글도 있으면 긴 글도 있기 마련이다. 마치 마트에 수천, 수만가지 상품이 진열되어 있는 것과 같다. 짧은 글도 있고 중간 글도 있고 긴 글도 있는 것이다.
현명한 소비자는 불량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현명한 독자 역시 허접한 글을 읽지 않는다. 하나라도 건질 수 있는 글을 읽으려 할 것이다. 나는 과연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글을 쓰는 것일까?
매일매일 이마트에 간다. 어느 때는 일없이 가는 때도 있다. 갖가지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람 보는 재미도 크다. 마치 공항 대합실에서 대기할 때 ‘사람구경’하는 것과 같다. 이마트가 옆에 있어서 좋은 점이다.
이마트가 바로 옆에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소비를 조장하는데 있어서는 좋지 않다. 그러나 현명한 소비를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오늘도 이마트에 갈 것이다.
시장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본다. 마음이 우울하면 시장에 가야 한다. 시장에 가 있기만 해도 치유가 된다. 시장에서 삶의 활력을 찾는다. 이마트가 옆에 있어서 좋다. 나는 매일매일 이마트에 간다.
2021-06-2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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