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떠나는 여행

안되면 되게 하라

담마다사 이병욱 2021. 7. 16. 07:06

안되면 되게 하라

 

삶은 문제의 연속이다.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다. 풀리는 문제도 있고 풀리지 않는 문제도 있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미결인 채로 남아 있다. 나는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고향 다녀 온지 두 주 되었다. 제사모임이 사촌모임이 된 지 오래 되었다. 제사가 끝난 후 성찬이 이루어진다. 비록 주문한 제사상이긴 하지만 갖가지 맛 있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찬 음식이다.

음식은 데워 먹어야 맛이 난다. 찬 음식을 먹으려고 하니 맛이 나지 않았다. 백부 큰누님 집에서 불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빈 집에는 불이 없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피디(PD)출신 형님이 있다. 갑자기 불을 만들겠다고 했다. 마당 한켠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시설을 발견한 것이다. 재료는 널려 있다. 다만 불을 찾을 수 없다. 아무도 담배를 피지 않기 때문이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찬 음식을 먹자니 맛이 없고, 불을 지핀다고 하나 원시시대로 돌아 가는 것 같아 못 미더워했다.

가만 있을 수 없었다. 누님을 불러 집으로 가자고 했다. 불을 지핀다고 하나 실패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누님을 태우고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집으로 차를 몰았다. 부로스터를 가져왔다. 이것 하나면 음식을 데워 먹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상황 끝이었다. 불이 훨훨 잘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은 데워 먹어야 맛이 있다. 원시인처럼 부뚜막을 만들어 놓고 장작을 태워 불을 만드니 음식이 데워진 것이다. 애써 가져온 부로스타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형의 행위가 못 미더웠고 반드시 실패할 것 같아 몰래 누님을 불러 가져온 행위가 부끄러웠다. 형의 능력을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형은 피디출신이다. 데워진 움식을 먹으면서 형의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이 조연출로 있을 때 이와 비슷한 일을 수도없이 겪어 보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의 사례를 말해 주었다.

형이 암행어사 조연출 하고 있던 때라고 한다. 야외촬영 하고 있었는데 소품 담당이 마패를 챙겨 오지 않은 것이다. 초분을 다투는 현장에서 난감했다고 한다. 그때 소품 담당이 15분만에 마패를 만들었다고 한다. 먹고 남은 밥을 뭉쳐서 동그랗게 만들고 거기에다 고운 흙을 바른 것이다. 더구나 말의 모양까지 새겨 넣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 틀림없는 마패모양이 된 것이다. 그러나 세개 만지면 으스러진다. 이정길에게 사정을 말하고 마지막 장면에 잠깐 보여 주는 것으로 위기를 넘겼다고 한다.

형은 조연출 시절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매일 밤샘 촬영하다시피 했는데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고 한다. 어느 것 하나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 갈 수 없다. 이럴 때 임기응변이 필요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는 것이다. 마패사건이 좋은 예이다.

형의 능력을 과소 평가해서 미안했다. 틀림없이 안될 것이라 생각했다.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보았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머리로만 생각한 것이다. 몸으로 부딪쳐 보지 않은 것이다. 해 보지도 않고 안될 것이라 생각해서 누님 집으로 차를 몬 것이다. 경솔한 행위에 대해서 미안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좋은 교훈으로 삼고자 한다.

"
안되면 되게 하라!"는 구호가 생각난다. 안된다고 쉽게 포기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해결 능력이 생긴다. 더 큰 문제가 닥쳐도 이겨 낼 수 있다. 머리로만 아는 지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2021-07-1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