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아로니아 택배를 받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1. 7. 29. 20:12

아로니아 택배를 받고


택배를 받았다. 남해에서 아로니아가 올라왔다. 김재상 선생이 보낸 것이다.

카톡방에 공지가 하나 떴다. 좀처럼 견해를 말하지 않는 김재상 선생이 자신이 농사 지은 아로니아를 소개한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잽싸게 개인카톡 보내서 사겠다고 했다.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묵묵부답이다. 답은 하지 않고 물건을 보냈다고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알려 달라고 했다. 두 번째는 "플리즈"라고 썼다. 마침내 계좌번호를 알려 주었다.

김재상 선생은 나에 대해서는 특별히 무상으로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거절했다. 농산물은 직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돈을 주고 사먹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김선생은 일부만 받겠다고 했다. 이것 마저 거절할 수 없어서 오케이(OK)했다.

택배 무게가 상당하다. 무려 10키로가 된다. 스치로폴 박스를 터보니 마치 검은 콩처럼 생긴 열매로 가득하다. 맛을 보았다. 시큼하다. 생전 처음 먹어 보는 것이다.

 


김재상 선생과 인연이 있다. 2018 12 31일 처음 보았다. 미얀마 양곤 외곽에 있는 담마마마까 국제선원에서 본 것이다. 그때 당시 김진태 선생이 한국수행자 10여명을 인솔했었다.

2018
년 끝자락 늦은 밤에 김재상 선생은 롱지를 입고 있었다. 먼저 와서 수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 미얀마 사람인줄 알았다. 미얀마 전통복장인 롱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마같이 생긴 것이다.

김재상 선생과 인연은 다음해 2019 7월 직지사 템플스테이에서도 이어졌다. 담마마마까 선원장 우 에인다까 사야도가 방한해서 특별지도 했었다. 그때 당시 56일 일정으로 강도 높게 위빠사나 집중수행이 있었다.

세 번째 인연은 스리랑카 순례에서 있을 뻔했다. 담마끼티 스님이 인솔자가 되어 불교방송에서 출발하는 910일 순례일정이었다. 그러나 불발되었다. 2019 12 25일 출발하는 날 장인이 돌아 가셨기 때문이다. 김재상 선생 혼자서 출발했다.

네 번째 인연은 올해 3월 중순 남도 순례했었을 때이다. 12일 일정으로 강진 백운사와 다산초당 등을 순례했었다. 장흥에 있는 민선홍 선생 댁에서 하루 밤 잤는데 그때 김재상 선생도 함께 했다. 다음날 남해도에 있는 김선생 꾸띠로 향했다.

 


김재상 선생은 현재 남해도에서 살고 있다. 진주 경상대를 정년 퇴직하고 수행자로서 삶을 살고 있다. 처음 가본 선생의 꾸띠는 소박했다. 잘 지은 집을 예상했으나 빗나갔다. 콘테이너 하우스였던 것이다.

김재상 선생은 안락한 생활을 포기하고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 것일까?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나름대로 철학이 있었다. 수행자로서 삶을 살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노동하는 수행자의 삶이다.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하루일과 중의 반은 노동하고 반은 수행하는 삶을 말한다.

 


교수에 대한 편견이 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수출신은 아상이 강한 것 같다. 일종의 배운 자의 자만이라 해야 할 것이다. 평생 학생만 가르치는 삶을 살았을 때 몸에 밴 것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굽힐 줄 모르는 것 같다. 좀처럼 '미안하다'라거나 '죄송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권위와 명예를 생각해서일 것이다.

김재상 선생에게서는 교수티가 나지 않는다. 명예교수라고 할 수 있음에도 한번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그 대신 수행자티가 난다. 전직 교수라기 보다는 현재 수행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재상 선생은 나보다 나이가 많다. 70년대 초반 학번이니 70년대 끝자락 학번인 나와는 나이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깍듯이 대하는 것 같다. 글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다른 교수출신들과는 대조적이다.

 


아로니아를 어떻게 먹어야 할까? 김재상 선생은 개인카톡에다가 "씻어서 냉동보관하시고 한번에 30~50, 바나나1, 우유에 갈아 마시면 됩니다."라고 했다. 기호에 따라 첨가해도 좋다고 한다.

아로니아, 그 동안 이름만 들어 보았다. 오늘 무려 10키로를 받았다. 김재상 선생이 농사지은 것이다. 수행과 노동의 산물이다. 오늘 좋은 선물 받았다.


2021-07-2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