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지금을 즐겨라. 먼 훗날 후회한다.”라는 구호에 대하여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자.” 이 말은 오래 전에 들은 말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을 미루었을 때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곧바로 주어야 한다. 먼저 보는 사람이 먼저 주어야 한다. 누군가 ‘줍겠거니’ 하며 지나친다면 지저분해질 것이다. 집에서든 밖에서든 먼저 본 사람이 먼저 줍는다면 세상이 깨끗해질 것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다. 오늘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을 하지 않으면 낭패당할 수 있다. 공과금은 고지서 날라 오는 즉시 내는 것이 좋다. 세금도 내야 할 것이라면 즉각 내야 한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벌금낸다.
“받을 돈은 일찍받고 줄 돈은 늦게 주자.” 이런 말은 장사나 사업하는 사람들에게는 공식이다. 후불제로 하는 것도 줄 돈은 늦게 주자는 심리가 발동된 것이다. 그러다가 못 주는 수도 있다. 지금 생각날 때 해야 한다. 미루면 늦는다. 테라가타에 이런 게송이 있다.
“실로 먼저 해야 할 일들을
나중에 하려고 한다면,
그는 행복한 상태를 빼앗기고
나중에 후회하는 자가 된다.”(Thag.225)
이 게송은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하자’라는 말의 오리지널 버전이라 보여 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해왔는데 알고 보니 테라가타에 있는 말이다. 이런 경우는 많다.
금강경에 뗏목의 비유가 있다. 금강경에만 있 는줄 알았으나 맛지마니까야에도 있었다. 맛지마니까야가 금강경보다 먼저 성립되었기 때문에 맛지마니까야가 원조라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금강경에 실려 있는 수많은 게송도 알고 보면 대부분 니까야에서 발견된다. 금강경 편집자가 초기경전에 있는 문구를 가져와서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선불교에 ‘살불살조(殺佛殺祖)’가 있다. 이 말은 임제록에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여라.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여라. 친족을 만나면 친족을 죽여라. 그리하면 비로소 해탈을 얻을 것이다.”라고 구절을 근거로 한다. 그런데 부모도 죽이고 친족도 죽이라고 했다. 이 말의 원형이 법구경에 있다는 사실이다.
법구경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이고 왕족 출신의 두 왕을 살해하고 왕국과 그 신하를 쳐부수고 바라문은 동요없이 지낸다.”(Dhp.294)라는 게송이 있다. 수수께끼 같은 게송은 주석을 보아야 한다. 어머니는 갈애를 상징하고 아버지는 자만을 상징한다.
게송에서 어머니를 죽이라고 한 것은 “어머니가 사람을 낳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갈애가 세 가지 세계[三界: tiloka]의 존재를 낳기 때문이다.”(DhpA.III.454)라고 했다. 아버지를 죽이라고 한 것은 “ ‘내가 있다는 자만’은 ‘나는 이러이러한 왕이나 귀족의 가문에서 태어났다.’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버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DhpA.III.454)라고 했다.
법구경 게송을 보면 임제스님이 처음이 아니다. 내용도 다르다. 조사스님 말보다 부처님 말씀을 따르고자 한다. 조사어록이 제아무리 훌륭해도 부처님 원음에 미치지 못한다.
불교의 뿌리는 초기경전에 있다. 법사들이 법문할 때 자신이 말한 것처럼 말하지만 알고 보면 초기경전에 있는 것을 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말한 것처럼 말한다면 이를‘가르침의 도둑’이라 해야 할 것이다. 경전적 근거를 밝히고 법문해야 하는 이유에 해당된다.
테라가타에서 “먼저 해야 할 일들을 나중에 하려고 한다면”(Thag.225)이라고 했다. 이 말은 “예전에 늙고 죽음 등에 정복되지 않았을 때에, 나중에 할 시기를 지나친다.”(Thag.II.89)라는 뜻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천상계에 태어나거나 열반을 성취할 발판을 얻지 못함을 말한다. 그래서 “행복한 상태를 빼앗기고”(Thag.225)라고 한 것이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지금해야 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룬다면 “나중에 후회하는 자가 된다.”(Thag.225)고 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나는 선업을 짓지 못했다.”라며 후회한다는 것이다.
지하철 종로3가 환승역에 공익광고가 있다. 포스터를 보니 “젊은이여, 지금을 즐겨라. 먼 훗날 후회한다.”라는 문구이다. 젊을 때는 즐기라는 것이다. 젊을 때 즐기지 못하면 늙어서는 즐길 수 없음을 말한다. 이 말은 건강할 때 즐기라는 말과 같다. 병들면 즐길 수 없음을 말한다. 부처님 가르침과 정반대 되는 말이다.
부처님은 오늘 해야 할 일은 오늘 하라고 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미루었을 때 언제 할지 알 수 없다. 그 일은 다름아닌 선업공덕 쌓는 것이다. 젊었을 때, 건강할 때 즐기는 삶을 살다가 노년이 되었을 때 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공익광고 “젊은이여, 지금을 즐겨라. 먼 훗날 후회한다.”라는 구호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요즘 특별히 하는 일이 없다. 일감은 끊기고 노는 날이 대부분이다. 언제 일감이 올지 알 수 없다. 언제까지나 일감만 바라보고 살 수 없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선업을 짓는 것이다. 십선행이 대표적이다. 이것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불교인이라면 원대한 꿈을 꾸어야 한다. 불교인이라면 목적이 있어야 한다. 아홉가지 출세간법을 말한다. 사향사과와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 불교인들의 목적이다. 반드시 출가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이라면 모두 해당된다. 가르침 앞에 출재가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이번 생에 안된다면 다음생에서라도 해야 한다. 이번 생에서 최소한 발판이라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가만 있을 수 없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할지 알 수 없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어느 누구도 나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밥먹는 것이 가장 큰 행사가 되어 버렸다.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밥만 먹는다면 오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극한직업을 보는 것처럼 일해야 한다. 수행자는 마음의 밭을 갈아야 한다. 내가 벌어 내가 먹지만 최소한 밥값은 해야 한다. 게송 외우기부터 해야 겠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후회한다.
2021-09-0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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