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암송

시간이 철철 남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1. 9. 2. 07:11

시간이 철철 남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요즘 시간이 철철 남는다. 이 많은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2주가량 철철 남는 시간을 허송세월한 것 같다. 매일 의무적 글쓰기를 하고 의무적 책읽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 가지고는 부족하다.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철철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일까? 직접대면이 거의 없는 이 시대에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없다. 에스엔에스(SNS)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만 분칠한 것 같다. 자랑거리나 근황을 알리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 침묵한다. 이 정도로는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열심히 먹는다는 사실이다. 하루 세 끼 먹고 사는 것이다.

시간이 철철 남다 보니 밥 먹는 것이 가장 큰 행사가 되어 버렸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사람이 먹기 위해 존재했을 때 축생과 다를 바 없다. 먹는 것을 낙으로 여겼을 때 최악의 삶이 된다. 허기가 졌을 때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나?”라며 맛집을 찾는다면 인생 종착점에 온 것이다.

무언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식도락가 된다면 배부른 돼지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을 그렇게 살 순 없다. 말년에 복이 있어서 연금으로 사는 자들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지금은 일하는 나이이다. 사회적 정년은 지났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자기사업을 하는 자에게 정년은 없는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일감을 기대한다. 일감이 걸리면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 하다. 이제 현업이 마치 제2의 천성이 된 듯하다. 습관적인 업을 쌓으면 다음 생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직업은 가져야 할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은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생계문제에서 자유로울까?

모든 것을 갖춘 풍족한 사람이 있다. 노후대책을 완벽하게 마련해 놓은 사람들은 이 세상은 낙원이나 다름없다. 자산가, 고액연금 수혜자, 건물주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그들에게 마땅히 해야 할 것은 없을 것 같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하루일과 중에 가장 큰 행사는 먹는 것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여행다니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 공항의 인파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도 내년이면 연금생활자가 된다. 국민연금 수령자가 되는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에 비하면 반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적게 내고 많이 가져가는 것이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이다. 왜 이런 차이와 불평등이 생겨나는 것일까?

언젠가 라디오에서 연금개혁에 대해서 들은 것이 있다. 공무원연금은 보상개념이고 국민연금은 보험개념이라고 했다. 이런 차이가 같은 돈을 내도 큰 차이가 나는 이유에 해당된다.

보상과 보험은 다른 것이다. 공무원연금을 왜 보상개념으로 보는 것일까? 그것은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신분을 인정해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찰이나 소방관, 군인 등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한다. 그럼에도 보상개념을 전공무원에게 확대적용하는 것은 공무원에게 특권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 같다.

공무원이 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최상의 복지혜택이 주어진다. 연금은 늙어 죽을 때까지 타는 것이고 죽으면 유족에게 상속된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공무원신분에 대하여 마치 고대인도 사성계급의 최상층에 있는 브라만과 같은 지위로 보기도 한다. 한국에는 현대판 카스트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공무원연금귀족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고액의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은 국민이 부담하고 있다. 납부한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적게 내고 많이 타 가기 때문에 세금에서 나가는 것이다. 고령화시대에 연금수령자가 늘어난다면 결국 젊은 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불평등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 어떤식으로든지 손을 볼 것이다.

국민연금수령자가 되면 어느 정도 생업에서 자유로울 것 같다. 일감이 없다고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 일하는 것 없이 연금으로 산다면 시간이 철철 남을 것이다. 그 많은 시간을 삼시 세 끼 먹는 재미로 보낼 수 없다. 여행 다니는 재미로 살 수 없다. 무언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수행을 해야 한다. 나이 들어서 해야 할 일은 수행밖에 없는 것 같다.

요즘 수행한다고 의무적으로 앉아 있다. 그러나 30분 앉아 있기 힘들다. 선원으로 집중수행 들어가지 않는 한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앉아 있으면 편하다. 마치 거룩한 사람이라도 되는 것 같다.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면 앉곤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하릴없이 유튜브 시청하는 것이 가장 큰 적이다. 재미를 찾아 이것 저것 클릭했을 때 남는 것이 없다. 이리저리 TV채널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 남는 것은 허탈감밖에 없다. 철철 남는 시간을 이렇게 보낸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다. 이럴 때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그것은 경을 암송하는 것이다.

읽었으면 써야 한다. 쓰기는 생활화되어 있어서 문제 없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쓰고만 살 수 없다. 경을 암송하는 즐거움도 있다. 요즘은 팔정도경을 빠알리어로 암송하고 있다. 천자 가까이 되는 긴 길이의 경을 안보고 암송했을 때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사두! 사두! 사두!”라는 말이 나온다. 자신이 자신에게 칭찬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망부모님과 유주무주 고혼에게 회향한다.

요즘 일감이 없는 나의 삶은 단순하다. 오전에는 의무적 글쓰기를 한다. 요즘에는 두 개도 좋고 세 개도 좋다. 한번 쓰기 시작하면 긴 글이 된다. 유리한 것만 쓰지 않는다. 때로 불리한 것도 쓴다. 불리한 것은 어떤 이들에게는 공격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글쓰기가 끝나면 팔정도경을 암송한다. 매일하는 것은 아니다. 이틀에 한번 꼴이다. 책은 조금씩 읽는다. 한번에 다 읽으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는 밑줄치며 정독한다. 나중에 글쓰기 소재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시간이 철철 남는다.

철철 남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까? 밥먹는 것이 큰 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제밤 에스엔에스 글쓰기에서 게송 암송하는 것을 선언했다. 약속했으면 지켜야 한다. 어떤 게송을 외워야 헐까? 오늘 새벽 갑자기 법구경이 생각났다. 빠알리 법구경 외우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경과 게송을 외웠다. 불교입문 초기 2004년부터 반야심경, 금강경, 천수경 등 대승경전을 외웠다. 한문으로 된 것이다. 빠알리경전을 외운 것은 2011년 부터이다. 지금으로 부터 10년 전에 중국패키지 여행 갔었을 때 라따나경(보배경) 외우는 것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후 멧따경(자애경), 자야망갈라가타(길상승리게), 망갈라경(축복경), 초전법륜경 등을 외웠다. 법구경은 1품과 2품을 외웠다. 가장 최근에는 팔정도경을 외웠다. 모두 빠알리어로 된 것이다.

마음을 다잡고자 할 때 경을 외운다. 해외여행 갈 때 주로 외웠다. 호텔에서 시간이 철철 남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시간이 철철 남기 때문에 외우고자 한다. 수행이 진척되지 않기 때문에 외우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외우고 나면 확실히 내것이 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과의 약속이다.

언젠가 법구경 외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법구경 문구에 매료되어서 423개 게송 외우는 것을 일생의 목표로 삼겠다고 블로그에 쓴 것이다. 그러나 모두 26개 품에서 고작 두 개의 품을 외웠을 뿐이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오늘부터 빠알리법구경 외우기에 돌입한다.


2021-09-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