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암송

게송을 외우는 것도 마음 밭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1. 9. 6. 06:43

게송 외우는 것도 마음 밭을


아리조와 탈레 킷토 오까모까따 웁바또 빠리판다띠당 찟땅 마라데이양 빠하따웨. 마치 암호문 같다. 오늘 외워야 할 빠알리 게송이다. 우리말로 "물고기가 물에서 잡혀 나와 땅바닥에 던져진 것과 같이 이 마음은 펄떡이고 있다. 악마의 영토는 벗어나야 하리." (Dhp.34)라는 뜻이다.

 


또다시 새벽이다. 아침 6시 이전 까지는 진정한 내시간이다. 이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까? 대개 멍하니 보내기 쉽다. 이를 어떤 이들은 멍때리기 명상이라고 말한다. 멍청하게 앉아 있는 것도 명상이라고 하는 세상이다. 멍하게 앉아 있으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나 하루 세 끼 먹는다. 누구나 졸리면 잠을 잔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것을 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의 자기합리화라고 생각한다. 부처님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

부처님이 탁발 나갔을 때 바라문 농부가 물었다. "그대는 밭을 가는 자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대가 밭을 가는 것을 보지 못했네. 밭을 가는 자라면 묻건대 대답하시오."(Stn.76) 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우리는 그대가 경작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까?”라며 다그쳤다. 부처님은 어떻게 답했을까?

부처님은 마음의 밭을 가는 자라고 했다. 농부는 땅을 갈아 농사를 짓지만 수행자는 마음 밭을 갈아 농사지음을 말한다. 그래서 "믿음이 씨앗이고, 감관의 수호가 비며, 지혜가 나의 멍에와 쟁기입니다. 부끄러움이 자루이고, 정신이 끈입니다. 그리고 새김이 나의 쟁기 날과 몰이막대입니다.”(stn77)라고 말씀하셨다.

농부는 논과 밭에서 고된 일을 한다. 농부가 농사짓는 것은 농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공장에서 일을 한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일하면 급료를 받는다. 장사하는 사람은 매일 가게 문을 연다. 사업자는 사무실에서 사무를 본다. 누구나 생업이 있어서 일을 한다. 수행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농부는 밭을 갈지만 수행자는 마음 밭을 간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이와 같이 밭을 갈면
불사의 열매를 거두며,
이렇게 밭을 갈고 나면
모든 고통에서 해탈합니다.”(stn80)

불교의 목적은 해탈과 열반이다. 구체적으로 사향사과와 열반이다. 가르침을 실천하여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 불교의 목적이다. 이 생에서 가능하지 않다면 다음 생에서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이 생에서 발판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움 밭을 갈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수행자라고 하여 멍때리기하거나 밥만 먹는 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매일 아침 게송을 암송하는 것도 마음 밭을 가는 것이 된다. 어제 외운 게송을 확인하고 오늘 외울 게송을 백번, 천번 새기면 외워진다. 날이 가면 갈수록 쌓이고 쌓여져서 어느 날 다 외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 밭을 갈아 결실의 수확을 맛보는 것과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 되기 쉽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것이 수행이라고 말하는 자들이 있지만 놀고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앉아 있다고 하지만 멍때리기 한다면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된다.

수행자라면 마음 밭을 갈아야 한다. 그것이 좌선이 될 수도 있고 행선이 될 수도 있다. 모두 사띠하는 것이다. 사띠는 일상에서도 행해져야 한다. 사띠라 하여 반드시 알아차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띠는 본래 기억의 의미가 있다. 이전 상태를 기억하는 의미도 있지만 가르침을 기억하는 의미도 있다. 일상에서도 늘 가르침을 기억해야 한다.

일상에서 가르침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르침을 외우는 것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된다. 사성제, 팔정도, 십이연기 등과 같은 근본 가르침은 외워야 한다. 가르침을 외우는 것도 마음 밭을 가는 것이다.

오늘도 하나의 게송을 외울 것이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빠알리 단어를 마치 영어단어 외우듯이 백번이고 천번이고 새기면 외워진다. 농부는 밭을 갈지만 나는 마음 밭을 간다.


2021-09-05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