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기

흔들릴 때마다 앉아야

담마다사 이병욱 2021. 9. 26. 09:45

흔들릴 때마다 앉아야

 

 

조용한 일요일 아침이다. 북동향 창 밖에서 햇살이 비친다. 이제 추분이 지났으므로 잠깐 비치고 말 것이다. 아지트 불을 껐다. 사무실을 아지트라고 부른다. 암자라고 부를 수도 있다. 암자처럼 고요하기 때문이다.

 

일인 아지트에는 나홀로 앉아 있다. 아지트에는 온갖 식물로 가득하다. 화분이 이십 개가 넘는다. 물만 주어도 잘 자라는 열대식물이 대부분이다. 북동향 창문에는 아침햇살로 가득하다.

 

 

아침 시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침부터 뉴스를 볼 수 없다. 유튜브 시사 영상을 보는 순간 마음은 혼란스러워진다. 격정에 사로 잡히게 된다. 아침에는 가능하면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일터에 나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이미우이 음악을 트는 것이다. 라따나숫따, 자야망갈라가타, 멧따숫따 등을 메들리로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다음으로 절구질을 해야 한다. 절구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절구용 커피 원두는 페이스북친구 임진규 선생이 선물한 것이다. 이제까지 맛본 원두 중에서 최상이다. 상표를 보니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G1 네추럴이라고 되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같다. 그것도 방망이질을 하여 만든 커피이다. 이 커피에 맛들이니 다른 것은 못 마실 것 같다. 맛의 중독성이다. 이것도 갈애일 것이다.

 

하루 일과를 커피로 시작한다. 그러나 하루 한번뿐이다. 오후에 마시면 맛이 떨어진다. 밤에 잠이 잘 안오는 요인도 될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마자 이미우이 음악을 틀어 놓고 나홀로 마시는 것이다.

 

커피를 마실 때는 또 다른 아지트에 가서 마신다. 아지트에 또 아지트가 있는 것이다. 행선과 좌선을 할 수 있는 수행공간을 말한다. 작은 일인용 사무실 중앙에 칸막이를 하여 만들어 놓은 곳이다.

 

 

수행공간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다르다. 같은 공간임에도 책상 의자에 앉아 있는 것하고 카페트 요가매트에 앉아 있는 것이 다른 것이다. 왜 그럴까? 한 공간은 일하는 공간이고, 또 다른 공간은 수행하는 공간이어서 그럴 것이다. 마치 칸막이가 속과 성을 가르는 것 같다.

 

좀더 성스러운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는 전등불을 꺼야 한다. 자연채광이 좋은 것이다. 창이 북동향이기 때문에 약간 어두침침하다. 마치 성당에서 자연채광에 의존하여 분위기를 성스럽게 만드는 것과 같다.

 

좌선에 들어가기 앞서 먼저 행선을 해야 한다. 마하시전통 수행처에서 권하는 방식이다. 앉자 마자 좌선에 들어가는 것 보다 먼저 몸을 푸는 것부터 해야 한다. 천천히 걷는 것이다. 이를 경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걸을 때 사띠하기 때문에 행선이라고 한다.

 

한걸음 한걸음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잡념이 없어진다. 오로지 발의 움직임만 관찰했을 때 집중이 이루어진다. 이를 순간삼매라 해야 할 것이다. 이를 근접삼매라고 말할 수 있다. 본삼매(근본삼매) 전단계를 말한다.

 

행선을 하고 나서 앉으면 집중이 잘 된다. 이는 행선을 함으로 인하여 집중된 삼매를 그대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비단계로서 집중을 하는 것으로서는 경전 암송도 들 수 있다.

 

좌선에 들기 전에 행선도 하지만 경전암송도 병행한다. 경전을 암송하면 이는 법수념에 해당된다. 청정도론에 따르면 각종 수념은 근접삼매에 해당된다고 했다. 초선에 들기 전의 마음 집중상태를 말한다.

 

행선도 근접삼매에 해당되고 경전암송도 근접삼매에 해당된다. 이와 같은 근접삼매 상태에서 자리에 앉으면 이와 같은 집중을 그대로 가져 갈 수 있다. 명상공간에 오자 마자 막바로 자리에 앉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예비동작으로서 행선과 암송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리에 앉으면 마음이 고요 해진다. 이미 행선과 암송으로 인하여 마음이 고르게 된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집중에 들기 쉽다. 이는 호흡을 보기 쉬움을 말한다. 왜 그럴까?

 

좌선을 하면 호흡을 보아야 한다. 호흡을 놓치지 않고 따라 가야 한다. 이는 복부의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 배의 부품과 꺼짐을 보는 것이다. 이는 가슴에서 팽창과 수축을 보는 것과도 같다. 그런데 행선을 한 다음에 호흡을 보면 더 보기 쉽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앉자 마자 부품과 꺼짐이 크게 관찰된다. 이런 이유로 행선을 먼저 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아지트 중에 아지트에 불을 끄고 앉아 있으면 고요하다. 창밖에서는 차소리가 나지만 게의치 않는다. 마음에서는 끊임없이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나 호흡을 붙들고 있으면 끌려 가지 않는다. 일어난 생각은 곧바로 사라진다. 생각에 대한 판단을 하지만 호흡에 대한 집중이 강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좌선은 많이 하지 않는다. 생업과 관련이 있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좌선 중에 이런 생각 저런 생각 떠 오르는 것도 오늘 해야 할 일과 관련이 있다. 만약 수행처라면 한시간도 좋고 두시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십분이면 족하다. 오분만 앉아 있어도 충분하다. 이미 마음은 흙탕물이 가라 앉은 것처럼 차분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아침 명상이 끝났기 때문에 하루 일과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먼저 메일을 열어 보아야 한다. 새로운 일감이 왔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일감 없는 날이 많다. 특히 구월이 그렇다. 이제 월말이 다가오는데 고작 세 건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는 먹고 살 수 없다. 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힘들다.

 

마치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하루 종일 앉아 있는다. 마음이 흔들리면 명상공간에 앉는다. 단 오분만 앉아 있어도 번뇌는 이전 마음이 되어 버린다. 흔들릴 때마 앉아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늘 매일 아침을 맞을 때 설레인다. 의무적 글쓰기도 해야 하고 백권의 책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기대하는 것은 일감이다. 코러나시기어서일까 일감이 없다. 추석이 끼어서 그런 것일까? 키워드 광고 클릭단가를 높여야 할까?

 

왜 일감이 없을까?”라며 고민하던 차에 마침내 문의가 들어왔다. 한달 먹고 살 일감이다. 키워드 광고한 보람을 느낀다. 어떻게 해서든지 잡아야 한다. 핀당 설계 단가가 천원인데 대폭하향 하여 핀당 670원에 견적했다. 사실상 하청단가나 다름없다. 잡으려면 할 수 없다.

 

일감이 나에게 올까?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린다. 결정 나면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신나게 밤낮으로 주말없이 일할 것이다. 물론 글쓰기도 빼놓지 않는다. 단 오분만이라도 앉아 있어야 한다.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 고액연봉자나, 고액연금수령자, 임대건물주들은 세상 살기가 쉬울지 몰라도 대부분 사람들은 힘겹게 살아간다. 특히 하루 벌어 하루살아 가다시피 하는 자영업자의 삶은 힘겹다. 마치 천수답처럼 손님만 바라보고 있다. 마치 귀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살다 보면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이럴 때 사람들은 알코올을 찾는 것 같다. 흔들릴 때마다 한잔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마음이 흔들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다. 어느 공간이든 좋다. 가만 앉아서 눈을 감고 오분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흔들릴 때마다 앉아야 한다.

 

 

2021-09-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