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가 되어

씨디를 인연으로 산정호수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1. 3. 19:57

씨디를 인연으로 산정호수에서


지금 시각 오후 4, 집에 돌아와서 지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엄지를 친다. 보이차를 마시며 오늘 하루 일과를 글로써 결산해 본다.

오늘 오전 8시 산정호수를 향해 차를 몰았다. 10시 반에 김홍성 선생을 상동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네비를 보니 108키로에 1시간 50분 거리이다.

 


수도권외곽순환고속도로와 구리포천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북으로 달린 것이다. 수도권에 살다보니 남으로만 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흔치 않는 일이다. 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북으로 달릴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김홍성 선생을 만나 뵙고 싶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읽고서 자유로운 삶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배낭 하나 메고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로망을 말한다. 김홍성 선생이 페이스북에 연재하고 있는 네팔, 히말라야, 라닥 지역 관련 소설과 글이 그랬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김선생이 나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다. 그것은 "^^"이었다. 글자가 아니다. 웃는 모양이다. 이 표시 하나를 계기로 삼았다. 즉각적으로 "선생님,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선생에게 이미우이 음악씨디를 보냈다. 김선생은 "^^"로 세상에서 가장 짧은 표현을 했다. 이에 문자를 주고받다가 통화하게 되었다.

약속장소와 날자를 정했다. 오늘이 그날이다. 수요일 평일임에도 산정호수로 차를 몬 것이다. 일인사업자의 자유에 해당된다.

만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선재동자가 되어서 사람을 만나기로 발원했기 때문에 누구나 대상이 된다. 반드시 명사가 대상은 아니다.

어떤 이유로 만나야 할까? 두가지를 이유로 들었다. 하나는 학교선배이기 때문에 만나고자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처가 고향에 살기 때문에 만나고자 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이유로 들어 만남을 시도했다.

페이스북친구는 금방 통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글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면임에도 구면처럼 익숙하다. 김홍성 선생도 그랬다.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주제는 없다. 어떤 것이든지 말할 수 있다. 걸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산정호수를 한바퀴 도는 것도 좋지만 단풍이 산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단풍이 환상적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명성산 산행을 했다. 등룡폭포까지만 가기로 했다. 암반계곡에 붉은 단풍이 절정이다. 평일 오전임에도 사람들이 많다. 일할 시간임에도 주차장은 꽉 찼다. 어떤 사람들일까? 보통사람들이다. 평일 고속도로 휴게소가 북적이는 것처럼 관광명소도 사람으로 북적인다.

 


1
시간 반동안 산행했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대해 주로 물어보았다. 소설가로 알고 있었으나 시인에 더 가깝다고 했다. 소설 쓴지는 오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책도 하나 선물로 받았다. 김홍성 선생의 사진에세이 '트리술리의 물소리'이다.

만남을 요청할 때 점심식사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김선생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초면에 어떻게 집으로 데려갈 수 있을까?

김홍성 선생 댁은 산정호수 명성산 아래에 있다. 산중에 있다. 마치 TV에서 보던 자연인의 집을 연상케 한다. 숲속 외딴 곳에 있는 독립가옥이다. 예전에 캠핑 장소라고 한다. 부친이 오래 전에 사 놓은 사유지에 사는 것이다.

집에는 김선생 내외 두 분이 살고 있다. 고양이와 개가 있는데 식구와도 같다.

사모님이 점심을 차려 주었다. 특별히 도토리묵을 준비했다. 어제 저녁에 만들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소고기 불고기도 준비했다. 너무 과분한 대접을 받은 느낌이다. 초면에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김홍성 선생과는 아무런 연고도 없고 아무런 인연도 없다. 단지 페이스북친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오래된 사람처럼 대접을 받았다. 마치 꿈이 현실이 된 것 같다. 가상공간의 사람이 실체가 있는 사람으로 바뀐 것 같다.

요즘 씨디 보내기를 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의 한계를 극복해 보고자 한 것이다. 가상공간에서 친구는 마치 게임 속의 사람과도 같다. 게임을 실행하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지만 게임을 끝내면 사라진다. 페이스북친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어떤 이는 가상공간에서 만남으로 만족한다. 현실은 현실공간의 일이고, 가상공간은 가상공간의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이버공간에서 친구관계를 현실공간으로 확장시키고자 하지 않는 것이다. 대개 필명을 사용하거나 얼굴을 숨기는 사람이 이에 해당되는 것 같다.

페이스북친구도 현실공간에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오늘 김성홍 선생과의 만남에서 다시 한번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인연만들기 시도를 했다. 그래서 일부로 찾아 갔다. 씨디를 발송하는 것으로 계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인연 맺은 사람들이 몇명 된다.

사이버공간에서 소통하는 것과 현실공간에서 대화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보다 더 크다. 페이스북친구가 백명, 천명이 되어도 현실공간에서 맺은 인연 한두명만 못하다. 어떤 차이일까? 다섯 감역의 차이라고 본다.

사이버세상에서는 시각적인 것만 있다. 현실세상에서는 모든 감각이 동원된다. 이런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근사한 먹거리를 올려 놓았을 때 그림의 떡과 같다. 그러나 현실공간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미, 촉각으로 먹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 될 수 없다. 이는 다름 아닌 접촉의 문제이다.

페친에게 씨디를 보낸 것은 접촉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가상공간의 친구를 현실공간의 친구로 만들어 보고자 한 것이다. 이런 시도에 대하여 J선생은 "나눔은 무소유의 실천입니다."라며 격려해 주었다.

오늘 김홍성 선생과의 만남은 적극적 실천의 결과이다. 무엇보다 흔쾌히 받아 준 김선생의 통큰 아량에 있다. 더구나 초면임에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점심까지 제공했다. 세상에 이런 환대가 어디 있을까?

학교선배이자 처가의 고향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김성홍 선생을 찾아 뵈었다. 명성산 등룡폭포까지 산행을 하고 점심도 제공받았다. 초면 임에도 이런 환대를 받고 보니 사이버세상 보다 현실세상이 훨씬 더 따뜻하고 정감이 있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접촉하면 정이 생겨난다. 우정을 말한다. 세상 살아가면서 우정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만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 우정이 생겨난다.

집에만 있으면 퇴보한다. 홀로 고립되어 살면 위험하다.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것이 취미모임이든, 공부모임이든, 수행모임이든 만나서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세상에 우정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2021-11-0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