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가 되어

고미숙 선생을 만나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2. 7. 10. 08:15

고미숙 선생을 만나다


꼭 만나고 싶었다. 만나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어쩌면 이런 것도 집착일 것이다. 과도한 인정욕구일수도 있다. 오늘 고미숙 선생을 만났다.

오늘 7 9일 북콘서트가 열린다는 정보를 들은 것은 한달전이다. 옥복연 선생이 청년붓다 카톡방에 올려 놓아서 알았다. 그것과 관계 없이 고미숙 선생을 한번 만나보고자 했다.

청년붓다 8강은 4월초부터 6월초까지 두 달 들었다. 감이당에서 진행된 유료 강좌를 말한다. 줌으로 들었다. 강연이 모두 끝났을 때 찾아 보기로 했다. 그러나 고미숙 선생에 대한 연락처가 없다. 감이당 어느 선생에게 만남을 부탁했다. 결론적으로 불발되었다. 몹시 실망했다.

만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했다. 청년붓다 8강을 모두 다 들었고 후기도 모두 다 작성했다. 매달 정기적인 후원도 시작했다. 그러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리한 요청이었는지 모른다. 7 9일로 미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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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북콘서트하는 날에는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짧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티타임이 있으면 동석하고 싶었다. 이런 희망을 옥복연 선생에게 메세지로 알렸다.

고미숙 선생의 청년붓다 북콘서트가 7 9일 문화살롱 기룬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불교아카데미에서 주관한 것이다. 옥복연 선생은 불교아카데미 원장이다. 이번에 알았다. 원장에 취임하고 난 다음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이 고미숙 선생의 청년붓다 출간 북콘서트인 것 같다.

 

안양에서 승용차로 출발했다. 장충동에 있는 문화살롱 기룬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행사는 오후 2시에 열리는데 30분전에 도착한 것이다.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가장 먼저 김재성 선생을 봤다. 위빠사나 지도자로 잘 알려졌다. 미얀마에서 한번 만났었는데 얼굴을 알아 보았다. 에스엔에스에 얼굴 공개한 것이 효과 있는 것 같다. 이혜숙, 김영국, 허태곤, 손상훈, 정재호 선생도 봤다. 주로 재가불교운동을 함께 한 사람들이다.

 


콘서트장에는 여성불자들이 많다. 아마 70-80프로 되는 것 같다. 50명 이상으로 자리는 다 찼다. 서서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미숙 선생이 도착했다.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다. 방송에서는 카리스마 넘쳤는데 실제로 보니 갸날픈 몸매에 수수한 옷차림이다. 전철 타고 왔다고 한다.

고미숙 선생은 15분 전에 도착했다. 옥복연 선생은 차를 대접하기 위해 3층 원장실로 모셨다. 옥복연 선생이 이런 상황을 알려 주어서 동석하게 되었다.

원장실에 네 명 모였다. 고미숙 선생, 옥복연 선생, 박병기 선생과 함께 자리를 같이 했다. 드디어 만난 것이다.

고미숙 선생에게 아는 체 했다. 청년붓다 8강 모두 후기 올린 사람이라고 소개 하자 기억 했다. 긴 글 올리는 사람으로 기억했고 또한 파워블로거로도 기억했다.

미리 준비한 씨디를 전달했다. 선과 관련된 명상음악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있을 것 같아 준비 했는데 딱 맞아 떨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옥복연 선생 역할이 컸다. 티타임 가능성에 대해서 물어 봤는데 정말 티타임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준비해 둔 말이 있었다. 유튜브를 빠짐없이 봤다는 말과 함께 강연한 것에 대해서 공감한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그랬다. 유튜브를 보고서 공감한 것에 대해서 글을 여러편 썼기 때문이다.

글쓰기 강연도 도움 되었다. 특히 암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크게 공감했다. 평소 하고 있었던 것들이다. 강연을 듣고 쓰기, 외우기, 암송하기, 읽기를 생활화 하는 계기가 되었다.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계속할 것들이다. 이런 이유로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었다.

마침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짧은 만남이지만 할 말은 다 했다. 참으로 극적인 만남이다. 평소 좋아하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동안 방송에서만 봤었는데 차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정평불 고문 박병기 선생은 고미숙 선생과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옛날 이야기를 하며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초면인 사람에게는 조심스러웠다. 그럼에도 활달하게 얘기 했다.

고미숙 선생은 학번으로 따졌을 때 나보다 한 학번 밖에 높지 않다. 말하다 보니 모임에서와 같이 자연스런 대화가 되었다. 이것이 차담의 효과일 것이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북콘서트가 열렸다. 불교관련 책이기 때문에 불교단체에서 주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북콘서트가 열리게 된 동기는 아마 옥복연 선생이 청년붓다 8강을 수강한 것이 인연이 되었을 것이다.

 


청년붓다 8강을 완주했다. 그리고 장문의 후기를 8편 남겼다. 북콘서트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북콘서트에서 고미숙 선생은 크게 세 가지를 말했다. 청년사상, 정신혁명, 과학불교에 대한 것이다. 청년붓다에 실려 있는 내용일 것이다. 8강에서 이미 언급된 것이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고미숙 선생의 강연을 들어 보면 새롭다. 같은 내용이라도 들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고미숙 선생 강연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래서 받아 쓰기에 바쁘다. 수십명 되는 사람 중에 필기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50분 강연과 50분 질의응답에 대하여 메모하다 보니 21페이지 썼다.

 


첫째, 청년사상에 대한 것이다. 이를 에로스와 로고스, 파토스로 설명했다. 모든 존재에 대한 연민, 알고 싶어 하는 것, 그리고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의 청년들은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청년들은 감각적 즐거움에 빠져서 자기자신 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무기력한 삶, 아무런 희망 없는 삶이 지배하게 되어서 "죽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때 청년붓다의 에로스와 로고스, 파토스가 요청된다고 했다. 이런 요청은 청년뿐만 아니라 중년, 노년에게도 해당된다고 했다.

 


둘째, 정신혁명에 대한 것이다. 내면의 혁명을 말한다. 제도와 시스템만 바꾸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사회제도만 바꾸어서는 안되고 마음과 일상에서 혁명을 일으켜야 함을 말한다.

이제까지 인류는 제도와 시스템만 바꾸면 성공할 것이라고 여겼다. 사회개혁을 말한다. 그러나 모두 실패로 돌아 갔다고 했다. 이제는 사회적 혁명보다는 먼저 마음의 혁명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욕망의 제어같은 것이다. 부처님이 그랬던 것처럼 자기자신을 바꾸어 세상을 바꾸어 보자는 취지로 받아 들여 졌다.

정신혁명에도 에로스와 로고스, 파토스가 등장한다. 이러한 정신혁명은 청년뿐만 아니라 중년과 노년에도 해당된다고 했다. 그래서 "무언가 알고 싶은 것이 없으면 끝장입니다."라고 말했다. 진리탐구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죽은 목숨과 같다는 것이다.

 

셋째, 과학불교에 대한 것이다. 이는 불교와 과학의 만남에 대한 것이다. 현대물리학과 불교와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다. 시공이 사라지는 상대성이론과 주체가 사라지는 양자역학 이론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잘 들어 맞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불교는 과학적인 종교라는 것이다. 이처럼 불교가 현대과학과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 불교가 너무나 매력적인 종교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종교 중에서 과학과 맞는 종교는 불교가 유일하다고 했다. 이를 과학과 영성의 만남이라고 했는데 '에스엔에스(SNS)'라고 했다. 사이언스 앤 스피리튜얼(Science and Spiritual)이라는 뜻이다. 자연과학의 법칙을 밝혀내어서 인간의 실존법칙과 결합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불교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본다면 21세기는 불교의 시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강연을 들으면 책에서 접할 수 없는 얘기를 듣게 된다. 멀리서 일부러 강연장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고미숙 선생도 책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를 쏟아 냈다. 질의응답시간에 "자아는 병이다."라는 말도 이에 해당된다. 자아의 감옥에 갇히면 치료 방법이 없는데 이때 무아 말고는 다른 치료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고미숙 선생은 진화의 완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진화의 완성을 자비로 보았다. 베풀고 나누고 도울 줄 아는 사람은 완성된 자라고 했다. 반면 늘 인정받고 싶고 늘 사랑받고 싶다면 덜 완성된 자라고 했다. 또한 아무리 부자라도 끊임없이 부를 축적하려 한다면 마음이 결핍되어서 가난한자와 같다고 했다.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부자라는 것이다.

고미숙 선생은 자신은 불자가 아니라고 했다. 어떤 종교이든지 제도권 종교에 소속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했다. 불교를 본격적으로 안지는 5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더구나 명상이나 요가는 전문가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붓다평전을 쓰게 된 것은 부처님이 인류의 스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처님은 불자들만의 부처님이 아니고 부처님은 불교만의 부처님이 아니라고 했다.

책을 구입했다. 청년붓다 8강 강의한 내용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북콘서트에서 말한 것도 책에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 2만원 주고 샀다. 그리고 사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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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2부 행사가 끝나고 사인회가 있었다. 수십명이 사인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내 차례가 되었다. 콘서트하기 전에 티타임을 가졌기 때문에 얼굴을 알아 보았다.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책은 아내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책으로 몰랐던 것을 알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농담으로 하인과 같은 남편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을 말이 될 것이다. 책에는 "이병욱님! 바람처럼 사자처럼 연꽃처럼!"이라는 말과 함께 날자와 서명을 해 주었다.

 


고미숙 선생 강연은 언제 들어도 유익하다. 어느 말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모두 새겨 두고 싶은 말이다. 그만큼 인문학적 토대가 탄탄하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다 불교가 접목 되었다. 옥복연 선생에 따르면 고미숙 선생과 또 다른 만남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다. 이렇게 만남의 시간을 갖게 되자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도 눈 녹듯이 풀렸다. 어쩌면 불가에서 말하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라는 말에 근거하여 무리한 부탁을 했는지 모른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사람에게 한가하게 차담이나 요청하는 식이 되었다.

이번에 초면이니 다음에 만나면 구면이 될 것이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옥복연 원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북콘서트는 조만간 유튜브에 공개될 것이라고 한다.


2022-07-0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