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동자가 되어

미국불교 메인스트림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1. 16. 21:38

미국불교 메인스트림은?


건망증이 있는 것 같다. 물건을 잘 잊어버린다. 돌아와서 보니 물건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다. 나설 때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나중에서야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안산시에서 김형근 선생과 점심식사 했다. 미국에 사는 교포불자이자 미주현대불교 발행인이기도 하다.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알았다. 이에 만나 보고자 했다. 마침내 안산시에 있는 한정식 식당에서 자리를 마주 했다.

안산에서 만나게 된 것은 김형근 선생 동생이 식당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양에서도 가깝고 해서 그렇게 약속장소를 잡은 것 같다.

김형근 선생과 초면은 아니다. 2018년 초 정평법회 때 만난 적이 있다. 아마 이희선 공동대표와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참석했을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1989년 미주현대불교를 창간했을 때 이희선 선생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서 책을 찍어서 미국에 몇 차례 보냈다고 한다.

식당에서 만나자 마자 이미우이 음악씨디를 주었다. 가방에 늘 몇 장씩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줄 준비가 되어 있다. 김선생은 최신판 미주현대불교 두 권을 주었다. 월간지로서 미국지역 불교계 동향과 신행, 수행, 그리고 불교정보에 대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노랑봉투에 담겨진 책을 세 번 놓쳤다. 한번은 식당에서 놓고 나왔고, 또 한번은 카페에다 놓고 나왔다. 왜 이렇게 챙기지 못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긴장했던 것 같다. 마치 VIP를 만나는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온통 사람에 집중하다 보니 책 놓고 온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안산 카페에 놓고 온 책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다. 선물로 준 것인데 포기할 수 없었다. 오늘 오전에 안산으로 차를 몰았다. 카페에 도착해서 물어보니 책을 잘 보관하고 있었다.

책을 세 번째로 잊어버렸다. 안산 카페에서 책을 찾아온 다음 사무실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자리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또 놓고 온 것이다. 무려 세 번이나 똑같은 실수가 반복된 것이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주의력 결핍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에 빠졌을 때 놓치는 것이 이를 말한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할 때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이는 긴장한 것과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물건을 자주 잊어버린다. 기억력에 문제가 있고 주의력에 문제가 있다. 그러고 보니 모두 사띠와 관련된 것이다. 사띠의 제1의 뜻은 기억(memory)이다. 사띠가 수행의 의미로 사용된다면 이전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삼빠자나와 함께 쓰여서 이전 것을 기억하여 분명히 아는 것이다. 사띠가 일상의 삶 속에서 적용된다면 부처님 가르침을 기억하는 것이 된다. 어느 경우이든지 기억이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물건을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은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기억은 사띠와 동의어이기 때문에 물건을 잘 잊어버린다는 것은 사띠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임을 말한다. 한마디로 주의력 결핍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건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위를 천천히 하는 수밖에 없다. 옷 입을 때도 천천히 입고 밥 먹을 때도 천천히 먹어야 한다. 대화할 때 천천히 해야 한다. 자신의 행위를 알아차림 하는 것이다. 이를 요니소마나시까라, 지혜로운 주의기울임이라 해야 할 것이다.

김형근 선생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산식당에서부터 시작하여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차로 사무실까지 카풀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절구커피를 대접했다. 커피원두를 절구질하여 만든 것이다. 또 이야기를 하다 보니 30분 이상 하게 되었다. 김선생은 명학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집으로 갔다.

김형근 선생을 만나보고자 한 것은 미국불교에 관심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불교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에 대하여 김선생은 1840년대 에머슨과 소로우로 보고 있다. 은둔하며 마치 노자의 무위자연과 같은 삶을 사는 것에 대하여 불교적 삶을 사는 것과 같은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머슨과 소로우는 사제지간이다. 이들이 불교를 직접적으로 접하지는 않았으나 불교적 삶을 산 것에 대하여 미국불교 시초로 보고 있다. 또한 이들과 맥을 같이 하는 초월자 그룹에서 그때 당시 법화경을 번역했다는 것이다. 불어판 법화경을 영역한 것이다. 이를 자생적 불교라고 말 할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은 세계최강이다. 지금은 약간 약화된 느낌이 있지만 여전히 미국에 의해서 세계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이를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고 한다.

팍스아메리카나 시대에 미국은 무엇이든지 넘버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모든 면에서 1등 국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회사 다닐 때 들은 이야기가 있다. 미국시장에서 1등하면 세계시장에서 1등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미국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아야 세계적인 상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떨까?

김형근 선생에게 미국불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김선생은 1984년 유학을 목적으로 미국에 건너 갔기 때문에 미국불교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또한 미주현대불교 발행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미국불교 흐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김형근 선생에 따르면 현재 미국불교에는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있다고 했다. 일본불교, 티벳불교, 테라와다불교를 말한다. 어느 전통이 우세할까? 요즘은 대체로 테라와다불교가 강세라고 한다.

미국에서 왜 테라와다불교가 강세일까? 그것은 아마도 전세계적으로 테라와다가 메인스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1999년 유엔에서 웨삭을 공식적 홀리데이로 선언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부처님의 탄생, 성도, 열반 이렇게 세 가지 행사에 대하여 음력 사월보름에 치루는 행사를 말한다.

미국에서 일본불교는 60년대부터 유행했다고 한다. 스즈키 순류스님이 195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포교활동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그때 당시 히피들이 대거 불교에 귀의함으로 인하여 큰 흐름을 형성했다고 한다.

스즈키 순류스님은 조동종계통이다. 이는 묵조선임을 말한다. 김형근선생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간화선을 어렵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조동종의 묵조선에 대한 호응이 컸다고 한다.

티벳불교는 초감 트롱파 린포체가 1970년 미국에 오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고한다. 어느 정도였을까? 이는 나르파대학과 샴발라센터 설립으로 알 수 있다. 이후 달라이 라마에 의하여 다시한번 티벳불교 붐이 일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 같지 않다고 한다.

김형근 선생이 준 자료에 따르면 예전처럼 구름처럼 몰리는 일은 없다고 한다. 특히 2010년 이후 명상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이에 대하여티벳불교가 힘이 빠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테라와다불교는 어떨까? 현재 테라와다불교가 강세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김형근 선생은 현재 네 그룹이 눈에 띈다고 했다. 1)잭 콘필드, 죠셉 골드스테인, 샤론 실즈버그 등이 설립한 IMS 와 스피릭 락,
2)
스리랑카, 태국, 미얀마 등 남방불교 국가들의 사찰들, 3)고엥카 센터들과 4)구나라타나 스님이 이끄는 바바나 소사이어티 등이 중심이라고 했다.

요즘 미국에서는 명상붐이 거세게 일고 있다고 한다. 2010년 이후 일이라고 한다. 아마 MBSR 영향도 있을 것이다. 미얀마나 태국에서 명상수행한 사람들이 돌아와서 보급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특히 소그룹 명상모임이 많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 추세라고 한다. 이렇게 본다면 위빠사나 명상을 특징으로 한 테라와다불교가 미국에서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미국불교인구는 얼마나 될까? 이런 질문은 우문이라고 한다. 김형근 선생이 보내 준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종교인구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불교단체에서도 굳이 종교를 물어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정확한 미국불교인 통계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 불교인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명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와 무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명상한다고 해서 모두 불교인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에서 명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명상 관련 사업도 많다고 한다. 당연히 명상 관련 책도 많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도 명상 관련 번역서가 많은데 주로 미국에서 출판된 책이라고 한다. 어쩌면 불교가 미국에서 역수입되고 있는지 모른다.

미국불교는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큰 것인지 모른다. 전세계의 불교전통이 모두 들어와 있는 곳이 미국이다. 마치 불교전시장 내지는 불교박람회장 같은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경쟁력 있는 불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미국시장에 물건을 내 놓아서 살아 남으면 경쟁력이 있는 것과 같다. 미국시장에서 1등을 하면 세계시장에서 일류상품이 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김형근 선생으로부터 미주현대불교 두 권을 받았다. 각각 2021 9-10월호와 11-12월호에 대한 것이다. 미국이라는 너른 지역에서, 그것도 한국불교가 척박한 나라에서 격월간지가 발행되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것도 1989년 창간이래 362호째이다. 이 모두가 김형근 선생의 노고로 인한 것이다. 이와 같은 귀중한 책을 잊어버릴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았으니 틈틈이 읽어 보려고 한다.

 


2021-11-1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