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대봉이 익어 간다

담마다사 이병욱 2021. 11. 16. 14:11

대봉이 익어 간다

 


올해 처음 대봉을 먹었다. 말랑말랑하게 잘 익었다. 얇은 껍질을 벗겨내자 보드라운 살결이 나왔다. 조금이라도 힘을 가하면 뭉게질 것 같다. 조심스럽게 잘라 입에 넣어 본다. 물컹한 것이 어느 과일에서도 맛볼 수 없는 것이다. 귀한 열대과일이 이만할까?

 


대봉이 익어간다. 박스 가득 담긴 대봉이 시차를 두고 익고 있다. 어느 것은 완전히 익었고, 어느 것은 중간단계이고, 또 어느 것은 딱딱하다. 너무 익으면 터져 버린다. 익은 순서대로 먹어야 한다. 오늘 스타트를 끊었다.

 


"있을 때 줏어 먹어라!" 회사 다닐 때 사업부장이 한 말이다. 무역회사 상사에서 온 이사는 영업감각이 탁월했다. 입사해서 오로지 해외영업만 해 왔는데 제조회사 사업부장으로 발령받은 것이다.

사업부장은 늘 타이밍을 강조했다. 시장이 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이만큼 먹고 내년에는 저만큼 먹는 것이 아니라 있을 때 다 먹으라는 것이다. 그래서 "있을 때 줏어 먹어라!"라고 말했다.

있을 때 먹어야 한다. 아깝다고 아껴 먹으려 한다면 못 먹게 될 가능성이 높다.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있는 것은 한달 이내에 소진해야 한다. 먹을 것은 가능하면 곧바로 먹는 것이 좋다. 아껴 먹으려고 하다가 못 먹는 수가 있다.

커피 원두도 6개월 이내에 갈아 마셔야 한다. 오래 되면 맛이 없다. 차도 오래 되면 맛이 없다. 국화꽃차가 좋다고 하여 아껴 먹고자 한다면 건조해서 맛이 나지 않는다. 녹차가 귀하다고 하여 몇 년 보관해서 마실 수 없다. 어떤 차든지 6개월 이내에 모두 소비해야 한다. 보이차는 오래 두어도 가능할 것이다. 오래 숙성되어서 좋은 것이라면 오래 보관해서 마실 수 있다.

쌀도 막 도정한 것이 맛 있다. 쌀 포대를 보면 도정날자가 있는데 이는 빨리 먹으라는 말과 같다. 몇 년 묶은 쌀은 맛이 없고 햅쌀이 맛 있다. 밥도 막 지은 것이 맛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은 고소하다. 일반적으로 밥 지은지 20분 안에 먹으라고 말한다. 그 이상 되면 밥 맛 없다고 한다. 돌솥밥집이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고구마 두 박스가 이제 거의 비어 간다. 한달 이상 열심히 먹었다. 귀하고 아깝다고 하여 나중에 먹고자 한다면 썩은 것을 먹을 수 있다. 먹거리는 그때 그때 먹는 것이 좋다. 그래서 제철에 나는 먹거리는 보약과도 같다고 했나보다.

무엇이든지 시기가 있다. 배움도 시기가 있다. 돈도 벌릴 때 벌어야 한다. 수행도 힘이 있을 때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하는 것이 낫다.

 


대봉이 익어가고 있다. 당분간 대봉을 계속 먹어야 한다. 하루 한개씩 먹어야할 것 같다. 먹지 않으면 문드러져 못 먹게 될 것이다. 있을 때 줏어 먹어야 한다.

2021-11-16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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