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내가 만든 책도 금자탑이 될 수 있을까?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 26. 07:29

내가 만든 책도 금자탑이 될 수 있을까?


어제 인쇄와 제본 의뢰한 책을 찾아왔다. 네 종류 책으로 모두 12권이다. 각 권당 300페이지 안팍이다. 안양 관양동에 있는 제일복사에 맡긴 것이다. 85천원이라고 한다. 현금으로 계산하려고 하자 8만원만 내라고 한다.

 


이번에 만든 책은 2012년 일상에 대한 기록 두 종류와 금요니까야모임 관련 책이 두 종류이다. 전자의 책 제목을 '42 진흙속의연꽃 2012 IV' '43 진흙속의연꽃 2012 V'로 정했다. 후자는 '44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19-20 II' '45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2021 III'로 정했다.

책은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만들었다. 목차를 만들고 서문을 썼다. 그래야 책같아 보인다. 편집하기는 했지만 내용을 손보지 않았다. 띄어쓰기 오류 등이 보이지만 내버려 두었다. 다만 제목만 짧게 바꾸었을 뿐이다.

 


책은 과거에 써 놓은 것을 시기별로 카테고리별로 모은 것이다. 특별한 것이 없다. 그날그날 느낌을 쓴 것이다. 매일 쓰다 보니 글을 30-50개 모으면 책이 한권 된다.

책을 pdf로도 만들었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려 놓았다. 퍼가라고 올려 놓은 것이다. 누군가 인연 있는 사람이 가져 갈 것이다. 인터넷의 바다 위에 띄워 놓았을 때 누군가 읽고서 공감한다면 나의 역할은 다한 것이다.

 

44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19-20 II_220115.pdf
3.86MB
45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 2021 III_220116A.pdf
3.82MB


책을 인터넷에 공개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교리와 관련된 것으로 '담마의 거울 2009'의 후기를 올린 것이 발단이 되었다. 목차와 함께 내용을 소개했다. 그리고 pdf가 필요하면 메일로 알려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메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었다. 해결방법은 pdf를 공개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만든 책에서 금요니까야모임 후기 관련 책은 특별하다. 금요모임의 역사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때마다 노트를 했다. 노트한 것을 바탕으로 후기를 작성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경전을 참고한다. 또한 수많은 검색이 이루어진다. 한참 자판을 치다 보면 책상 위에는 경전으로 가득하고 모니터에는 띄워진 것들로 가득하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하루하루 쌓인 것이 세월이 흐르다 보니 엄청나게 축적되었다. 조정래 작가는 자신의 글쓰기에 대해서 '화려한 글 감옥'이라고 했다. 오전을 글 쓰는 시간으로 보냈는데 그 시간만큼은 글 감옥에서 산 것 같다.

 


이번주 금요일에 1월 두 번째 금요니까야모임이 열린다. 두 종류의 책을 전재성 선생과 도현스님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도현스님에게 의미가 있다.

후기를 작성하면 카톡방에 올려 놓는다. 이에 도현스님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글씨가 작아서 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프린트하면 어떻게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아이디어를 내었다. 후기를 모아서 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도현스님의 제안이 모티브가 되어서 책을 만들게 되었다. 2018 12월에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을 만든 것이 시작이다. 이후 지금까지 45권 만들었다. 앞으로 만들어야 할 책이 많다. 이제 2012년 것까지 끝냈을 뿐이다. 한달에 서너권 만들어야 한다.

책장에 꼽힌 책을 바라다 본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모두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글이긴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 놓고 보니 엄청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종종 책을 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 출판사에서 내는 책을 말한다. 그러나 그럴 생각을 갖지 않는다. 책으로 낼 만한 콘텐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책을 내기 위한 글을 따로 쓰지 않는다. 그날그날 느낀 것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책을 낼것을 염두에 두고 글쓰기 하기 때문에 의미와 형식을 갖춘 글쓰기를 하고자 했다.

금자탑(
金字塔)이라는 말이 있다. 황금으로 쌓은 금()자 모양의 탑을 말한다. 대개 길이 후세에 남을 뛰어난 업적을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 내가 만든 책도 금자탑이 될 수 있을까?

2022-01-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