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고독을 즐기는 삶을

담마다사 이병욱 2022. 1. 30. 15:57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고독을 즐기는 삶을


사람 사는 곳에 시장이 있다. 시장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람 사는 곳에 두 개의 시장이 있다. 시장이라 불리는 곳과 마트라고 불리는 곳이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가 대표적이다.

어제 중앙시장에 갔었다. 평소보다 사람들이 많다. 설명절이 모레인 것이다. 상품은 넘쳐난다. 상인들은 오랜만에 대목을 맞았다. 오미콘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에도 무풍지대인 것 같다. 어느 게이트에서도 첵크하지 않는다.

 


재래시장은 본래 코로나 무풍지대였다. 재작년 초 코로나 공포가 극에 달했을 때도 상인들은 초연했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터진 공간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인들에게는 코로나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생계였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중앙시장에서는 코로나 이전이나 이후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오늘 오전 이마트에 갔다. 설을 이틀 남겨 두고 있어서인지 평소보다 쇼핑객이 30%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대형마트에 들어가려면 누구나 첵크 해야 한다는 것이다. 큐알(QR) 첵크하는 것이다. 첵크를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보안요원이 제지하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불리하다. 결정적으로 주차에서 불리하다. 설령 외곽에 공용주차장을 만들어 놓았어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장점도 있다. 그것은 정이 있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포근한 느낌이다. 재래시장에 가면 집떠난 나그네가 귀향한 것 같다.

설날이 이틀 남았다. 어디 달리 갈 데가 없다. 오래 전에 듣던 말이 있었다. "이번 명절에 어디 가십니까?"라는 말이었다. 늘 북쪽으로 갔었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그랬다. 북한산과 도봉산이 보이는 서울 하늘 아래 갔었다.

명절때 딱 한가구가 온다. 동생네가 오는 것이다. 서울 원룸에 사는 아들도 온다.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음식 장만은 해야 한다.

설 민심이라는 것이 있다. 이번 설에 어떤 얘기가 오가느냐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것이라고 말한다. 에스엔에스에서는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방어하고 또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공격하라고 한다. 그러나 중도층이 아닌한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을 것이다.

처가 쪽은 표가 갈린다. 처가쪽 형제와 사촌들은 표가 양진영으로 확연히 갈리는 것이다. 어떤 이는 대단히 보수적이다. 아직까지 백신접종도 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처가쪽 사람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것 같다. 옛날 이북이었던 곳에 살아서 그런 것일까? 38선 너머 산 것이 영향을 준 것인지 모른다.

시람들은 귀소본능이 있는 것 같다. 명절 때 집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부모와 형제, 자매가 있는 집이다. 타지에서 원룸사는 아들과 딸도 집으로 향할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음식장만을 할 것이다. 며느리와 손자가 온다면 더욱 더 명절분위기 날 것이다.

명절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홀로 사는 사람들이다. 갈 데가 없는 사람들이다. 남들은 명절이라 하여 들떠 있지만 소외된 사람들은 심하게 외로움을 탈 것이다. 그러나 하루만 넘기면 된다.

명절날 어떤 이는 외로움을 탈 것이다. 소주를 친구삼아 보낼지 모른다. 또 어떤 이는 고독을 즐기며 보낼지 모른다.

누구나 홀로 된다. 고령화 시대에 가면 갈수록 나홀로 사는 사람은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고독을 즐기며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에 의지하는 삶을 말한다.

언젠가 홀로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외롭다고 파트너를 찾으면 실패하기 쉽다. 왜 그런가? 외롭다는 것은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외롭다고 타인에게 의지하면 실패한 인생이 되기 쉽다. 재혼, 삼혼이 깨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밖에서 대상을 찾을 것이 아니라 안에서 찾아야 한다. 고독을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매일 소주 한병 마시는 친구가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혼한 친구는 늘 외롭다고 말한다. 외로워서 타인에게 의존하고자 하지만 여의치 않자 소주를 친구로 하는 것 같다.

홀로서기 연습을 해야 한다. 배우자가 있고 자식이 있어도 결국 혼자 살아 간다. 설령 그가 3대에 걸쳐서 일가를 이루었다고 해도 명절날 하루뿐이다.

위만 바라보고 살다가 이제 아래를 바라보고 사는 나이가 되었다. 아내에게는 시댁이 사라진 것이다. 어머니가 있어서 친정은 살아 있다. 그렇다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구십 노부모가 있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설날이 되면 홀로 사는 자식이 돌아온다. 아내는 음식준비를 할 것이다. 동생네도 반년만에 보게 된다. 음식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은근하게 스트레스가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날 하루뿐이다. 그날이 지나면 또다시 나홀로 시간이 시작된다. 앞서 가신 분들이 그랬듯이, 언젠가는 멈출날 있을 것이다.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고독을 즐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

2022-01-30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