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불가원

허전하고 텅 빈 마음에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10. 15:03

허전하고 텅 빈 마음에


오늘 아침 올린 글이 위로가 되었나 보다. 페이스북 댓글에 '위로의 글 감사하다'는 글이 많다. 허전하고 텅 빈 마음에 무언가 채워 넣어야 했는데 딱 맞아 떨어진 모양이다.

허전한 마음은 꽤 오래 갈 것이다. 일단 매스콤을 차단해야 한다. 당분간 뉴스를 보지 말아야 한다. 이는 경전적 근거가 있다. 부처님은 원한 맺힌 자에게는 "그 사람에 대하여 새김을 놓아버리고 정신활동을 기울이지 않는다."(A5.161)라고 했다.

뉴스를 보면 그 사람들이 보인다. 그 사람들을 보면 볼수록 혐오와 증오가 일어난다. 이럴 때는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그 사람들에 대하여 기억을 하지 않고 정신활동을 기울이지 않는 것(asatiamanasik
āra)’이다. 한마디로 그 사람들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 신경 꺼야 한다. 당분간 뉴스를 비롯하여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접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은둔하라는 것은 아니다. 혐오의 대상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 또한 경전적 근거가 있다.

맛지마니까야에 '모든 번뇌의 경'(M2)이 있다. 번뇌가 발생하는 일곱 가지 유형에 대해서 설명해 놓은 것이다. 그 중의 하나는 피함으로써 끊어지는 번뇌가 있다.

보기 싫은 사람, 증오하는 사람, 혐오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안 보는 것이 상책이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피하지 않으면 곤혹과 고뇌에 가득 찬 번뇌가 생겨날 것이지만, 피하면 곤혹과 고뇌에 가득 찬 번뇌가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M2)라고 했다. 이렇게 피함으로써 끊어지는 번뇌는 "그 사람에 대하여 새김을 놓아버리고 정신활동을 기울이지 않는다."(A5.161)라는 가르침과 맥을 같이 한다. 소극적 행위인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를 멀리 함으로써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증오와 혐오가 절정에 이를 때가 있다. 싸워서 패했을 때이다. 법구경에 이런 게송이 있다.

"
승리는 원망을 낳고
패한 자는 잠을 못 이루네.
이기고 지는 것을 버리면,
마음 편히 잠을 이루네.”(S3.14, Dhp.201)

꼬살라국왕 빠세나디가 조카인 마가다국왕 아잣따삿뚜와의 전투에서 패한 것에 대한 게송이다. 전투에서 패한 빠세나디 왕은 분노로 잠 못 이루었다.

승리는 원한을 낳는다. 잠 못 이룬 빠세나디 왕은 조카에게 복수하고자 했다. 그러나 복수는 또 다른 보복을 부른다. 보복의 악순환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하여 "이기고 지는 것을 버리라."라고 했다. 원한은 원한을 여읨으로서 원한을 제거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면 잠을 편히 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분노와 증오와 혐오로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을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보면 볼수록 분노와 증오와 혐오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소극적 방식이다. 수행자라면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 적극적 방식을 실천해야 한다.

첫째, 그 사람에 대하여 자애를 닦아야 한다.
둘째, 그 사람에 대하여 연민을 닦아야 한다.
셋째, 그 사람에 대하여 평정을 닦아야 한다.
넷째, 그 사람에 대하여 새김을 놓아버리고 정신활동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섯째, 그 사람에 대하여 행위가 주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업이 자신의 주인임을 반조해야 한다. 분노와 증오와 혐오가 일어났을 때 "이 사람에게 행위가 주인이고. 행위가 상속자이고, 행위가 모태이고, 행위가 친족이고, 행위가 의지처이다. 선하거나 악한 행위를 하면, 그것의 상속자가 될 것이다."(A5.161)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연민하게 된다. 악업에 대한 과보를 생각하면 연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마음도 평안 해진다.

오늘부터 뉴스를 일체 보지 않는다. 식당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뉴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피함으로 인해 번뇌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분간 소확행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시장에 갔다. 시장은 정치의 무풍지대 같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세상의 주인이 바뀌어도 서민 들의 삶은 변화 없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시장에 가야 한다. 그것도 재래시장에 가는 것이다. 이것 저것 사다 보면 잊어버린다. 오늘은 삼치를 샀다. 청년의 칼질이 능숙하다. 오늘 저녁 삼치구이 해 먹어야 겠다.


2022-03-10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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