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불가원

뉴스없이 살아보니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7. 17:38

뉴스없이 살아보니


요즘 뉴스 공포증에 걸린 것 같다. 뉴스를 기피하다 보니 식당에 들어 가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발소도 예외가 아니다.

한달에 한번 이발한다. 단골 이발소가 있다. 아파트 부근 과천이발관이다. 안양에서 왜 과천 이발관인가? 과천 아파트가 재건축됨에 따라 잠시 안양으로 이전했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굳어졌다고 한다. 과천 단골손님도 일부로 찾아온다고 한다. 안양에서는 월요일 쉬는데 화요일에 쉰다.

과천이발은 십년 이상 다녔다. 미용실이나 체인점과 달리 나이 든 아저씨가 깍아 준다. 아저씨라 하지만 나이가 꽤 되는 것 같다. 아마 70은 넘은 것 같다. 항상 넥타이에 흰 와이셔츠 차림이다. 오래 봐서 그런지 나이를 먹지 않은 것 같다. 이발비용은 커트만 하는데 7천원이다. 자신의 가게이기 때문에 올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골 이발소 가기를 망설였다. TV뉴스 때문이다. TV를 켜 놓고 있는데 뉴스채널이다. 지난번 대선 전에 갔었을 때 고객과 말다툼한 적도 있었다. 보수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한마디 쏘아붙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발소 주인도 보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것들이 겹쳐서 이발소를 바꾸려고도 생각했었다.

어제 이발소에 1시 넘어 도착했다. 연합뉴스 채널을 틀어 놓고 있었다. 다행히도 정치관련 뉴스는 없었다.

뉴스를 기피하는 것이 비겁한 것일까? 의도를 가지고 기사를 내보냈을 때 자극받는다. 자극적인 내용은 진보측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요즘은 어떤 주의나 주장하는 것을 배격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회피하는 것이다.

정치관련 유튜브는 진영을 막론하고 기피 대상 1호이다. 증오와 혐오와 적개심을 부추기기 때문에 하등 이익 될 것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하는 것이 더 낫다.

기사나 뉴스를 보지 않으면 그들의 의도대로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뉴스로서 가치가 없는 기사는 외면하는 것이 좋다. 조회수 장사를 하기 위해서 낚시성 제목을 달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뉴스가 있다면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보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체 기사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오래 전부터 회자되는 말이 있다. 뉴스는 반만 믿어도 많이 믿는 것이라고 했다. 하물며 가짜뉴스는 어떠할까?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편집되었을 때 반도 믿을 가치가 없다. 뉴스로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안보는 것이 상책이다

뉴스를 사실처럼 또는 진실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 종종 뉴스를 인용하기 때문이다. 어느 기사이든지 의도가 실려 있다. 하다못해 블로그에 올리는 글도 의도가 실려 있다. 그럼에도 기사를 보고 흥분한다면 그들의 의도에 말려 드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안보면 퇴출될 것이다. 의도가 실린 기사도 안보면 퇴출될 것이다. 뉴스를 보고 흥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순진한 사람일 것이다.

뉴스를 보지 않으니 대상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자기자신의 계발로 돌리는 것이다. 뉴스 볼 시간에 경전을 본다. 뉴스를 보면 속이 뒤집히지만 경전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뉴스를 보지 않으니 해야 할 일이 많아 졌다. 경전도 보고, 게송도 암송하고, 글도 쓰는 것이다. 그럼에도 에스엔에스를 통하여 종종 간접적으로 접한다. 울분에 찬 구호를 보았을 때 한편으로 공감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 공허해 보이기도 한다.

정치적 관심사에 올인하는 삶은 정신적으로 황폐해지기 쉽다.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뉴스를 보지 않지만 투표는 한다. 투표마저 하지 않는다면 방관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식당에 가지 않을 수 없고 이발소에 가지 않을 수 없다. 뉴스가 보기 싫다고 하여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경우 채널을 돌리거나 무음으로 할 수 있다. 이런 것도 고객의 권리일 것이다.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다. 뉴스는 반에 반만 믿어도 많이 믿는 것이다. 어떤 주의나 주장에도 동조하지 않는다. 먼저 자신의 이익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 다음에 타인의 이익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자신도 이익 되고 타인도 이익 되는 삶이 최상이다. 정치적 이슈에 올인하는 삶은 허망하다.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너무 가까이하면 타버리고 너무 멀리하면 방관자가 된다. 중도적 삶을 살아야 한다. 뉴스없이 살아보니 세상은 뉴스 없이도 살 만하다.


2022-04-0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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