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토론도 좋지만 진도도 나가야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14. 14:41

토론도 좋지만 진도도 나가야


금요모임이 지난주 3 11일 열렸다. 두 개의 경을 합송했다. 평소보다 진도가 덜 나간 것이다. 세 개 내지는 네 개가 적정할 것 같다.

니까야모임에서 진도는 중요한 요소일까? 전에는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았다. 한 개의 경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전재성 선생의 얘기를 듣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경을 두 개 하거나 세 개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늘어지면 하세월이 될 것이다.

 


금요모임이 시작된 것은 2017 2월의 일이다. 올해로 만 5년이 지났다. 현재 교재 '생활속의 명상수행'에서 입곱 번째 법수를 진행하고 있다. 총 법수가 열한 개이므로 앞으로 몇 년 걸릴지 알 수 없다.

한번 모임 가질 때 경을 하나 밖에 소화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5년 이상 걸릴 것 같다. 두 개를 소화하면 상당히 단축될 것이다. 세 개를 하면 더 단축될 것이다. 네 개를 하면 2년가량 걸릴 것이다.

 


금요모임에 군더더기는 없다. 참석자 숫자와 관계없이 저녁 7시가 되면 시작된다. 예경문과 삼귀의, 오계 순으로 독송하고 10분 동안 입정한다. 끝나는 시간은 9시를 넘지 않는다.

모임은 경을 합송하고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 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지면 시간이 늘어진다. 대개 내용이 심오한 경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데 질의와 응답을 반북하다 보면 옆길로 새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주제와 관련 없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모임에서 첫번째로 합송한 경은 매우 난해했다. 질의와 응답이 이어지다 보니 8시 반이 되었다. 한 개의 경에 대해서 무려 1시간 20분가량 토론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얻는 것도 많았다. 전재성 선생이 말한 것을 열심히 받아 적기에 바빴다.

 


삼장을 꿰뚫고 있는 선생의 말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러나 경의 주제를 벗어나 다른 것이 화제가 되었을 때 시간이 문제가 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진도도 나가야 하는 것이다.

현재 금요니까야 모임은 한달에 두 번 열리고 있다. 매달 둘째주와 넷째주 금요일날은 모임에 참석하는 날이다. 5년 동안 반복되는 월례 행사가 되었다. 그런데 그 이전에도 모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전재성 선생 아파트 거실에서 열린 토요니까야 모임을 말한다.

토요모임은 2016년 여름부터 다음해 1월까지 진행되었다. 한달에 한번 토요일 저녁에 열렸다. 한번 빠지면 두 달에 한번 가게 되는 셈이 된다. 그때 당시 멤버들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무엇이든지 처음 모임을 가지면 시행착오가 있는 것 같다. 토요모임도 그랬다. 멤버들의 개성이 있어서일까 한목소리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참석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 놓았을 때 짤막한 경 임에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고작 한개 경만 소화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한달에 한번 있는 토요모임에서 한개의 경만 소화했을 때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진도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각자 자신들 얘기 하기에 바빴다. 어떤 참석자는 자신의 수행담에 대해서 30분 얘기했다. 어떤 노스님도 참석했는데 자신의 얘기를 30분가량 했다. 제지하지 않았다면 계속했을 것이다.

참석자들의 긴 얘기는 받아 적을 것이 없다. 참석자들의 경험담 얘기 듣자고 모임에 온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부 참석자는 신이 나서 얘기할 때 어서 끝내 주기만을 고대했었다.

토요모임에서 주어진 시간은 두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전재성 선생의 얘기를 많이 들어야 했다. 그러나 참석자 중에는 재미로 오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았다. 염불 잘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염불 좀 해 보라고 부추기는 사람이 있어서 염불창을 오래 들어야 했다.

토요모임에서는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헸다. 음식 재료를 가지고 와서 조리해 먹은 것이다. 귀중한 두 시간에서 먹는 것으로 한시간가량 보내는 일도 있었다. 이런 경험이 있어서일까 2017 2월부터 시작된 새로운 모임인 금요니까야 모임에서는 일체 사적인 이야기나 음식을 조리해 먹는 일은 없게 되었다.

모임에 참석하면 반드시 후기를 남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록해 두어야 한다. 전재성 선생이 말한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마치 속기사가 속기하듯이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글씨체로 기록해 둔다.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후기를 쓴다. 이때 많은 경을 참고하게 된다. 청정도론 등 논서도 열어 본다. 빠알리 원문을 찾고 빠알리 사전으로 검색도 한다. 모임에 거의 빠지지 않았지만 합송한 경에 대한 후기도 거의 빼먹지 않는다.

후기만을 모아서 책으로 엮었다. 책 제목을 '원음향기 가득한 서고의 저녁'으로 정했다. 현재 세 권 만들었다. 첫번째 책은 2017년과 2018년 모임에 대한 것이고, 두번째 책은 2019년과 2020년 모임에 대한 것이고, 세번째 책은 2021년 모임에 대한 것이다. 올해가 지나면 네번째 책으로 2022년 모임에 대한 것이 나올 것이다.

 


책을 만들어 전재성 선생과 도현스님에게 드렸다. 책은 pdf파일로 만들어 블로그에 공개해 놓았다. 누구든지 다운받을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이런 것도 금요니까야모임의 역사가 될 것이다.

금요니까야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모두 자발적 참석자들이다. 대부분 한두번 나오고 말지만 초창기때부터 꾸준히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 있는 사람들은 늦기도 하는데 모임이 금요일이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개인적 사정으로 빠질 때도 있지만 종종 참석하여 끈을 놓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금요모임 멤버들은 배우는 학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후원자이기도 하다. 새로운 번역이 나오면 교정자로서 참여하기도 한다. 또한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후원금을 내기도 한다. 누가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경전 말미에 후원계좌가 세 개 있는데 매월 또는 일시적으로 능력껏 후원하는 것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는 현재 자타카 출간을 앞두고 있다. 멤버들 중 일부는 교정자로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이는 출간을 앞두고 특별보시를 하기도 한다. 평소 공양청해서 공양하기를 즐겨하는 법우님은 이번에 자타카 출간과 관련하여 후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담마를 공부하는 것이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모여서 하면 더 효과가 있다. 더구나 삼장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런 면으로 본다면 금요니까야 모임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최상의 모임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최상의 모임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정진의 모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임은 단지 지식을 얻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향상과 성장을 위하여 지혜를 계발하는 모임이 되었을 때 정진의 모임이 된다. 또한 모임에서 배울만한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을 따라 하고자 하는 것도 정진의 모임에 해당될 것이다. 이런 것도 금요니까야 교재 '생활속의 명상수행'에서 배운 것이다.

부처님의 담마는 놀라운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지난 5년 동안 모임에 참여하면서 전에 접해 보지 못했던 경이롭고 놀라운 가르침을 배웠다. 앞으로도 배울 것이다. 그래서 모임날이 되면 설레임으로 참여한다. 이런 이유로 모임에서 하나라도 경을 더 접하고자 한다. 토론도 좋지만 진도도 나가야 한다.


2022-03-14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