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속의연꽃

염좌 다육을 샀는데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23. 07:47

염좌 다육을 샀는데


갑자기 할 일이 없어 졌다. 오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글도 의무적으로 하나 썼다. 급하게 일감 하나 처리했다. 차분히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보고 싶은 유튜브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걷기로 했다. 이때 늘 향하는 곳은 중앙시장이다.

사무실에서 중앙시장까지는 5정거장 걸린다. 걸어서 가기로 했다.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 되어서일까 날씨가 포근하다. 따사로운 햇살에 바람은 차갑지 않다. 걷기 운동하기에 딱 좋은 날씨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을 상기하며 천천히 걸었다.

무엇이든지 목적이 있어야 한다. 중앙시장에 가 고자 하는 것은 난을 사고자 가는 것이다.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것이다. 10년도 넘게 친 난이 이제 고사 직전에 있다.

아마 2008년이었던 것 같다. 그때 작은 법회 모임 법우에게 이미우이 씨디를 주었는데 답례로 난을 가지고 왔다. 관음사계라는 이름의 난이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 14년 동안 쳐 왔는데 이제 한계에 이른 것 같다.

 


중앙시장은 정치무풍지대 같다. 나라의 주인이 바뀌어도 전혀 표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시장사람들은 누가 되든 상관없는 것 같다. 소외된 사람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그놈이 그놈이기 쉽다. 삶이 바닥이라면 때놈이든, 왜놈이든, 양키이든 나라 주인이 바뀌어도 그놈이 그놈인 것처럼 보일 것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사는 곳에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나라의 주인이 바뀌어도 시장은 선다. 시장이야말로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이자 의지처이다. 코로나 시기에도 시장은 무풍지대였고 정권이 바뀌어도 무풍지대가 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데올로기도 없고 구호도 없다. 시장에서는 사고 파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난을 노점에서 사고자 했으나 난 장사가 보이지 않는다. 중앙시장 대로변 게이트 입구에 늘 있었으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무언가 하나라도 사야 한다. 가능하면 노점 좌판에서 사야 한다.

난 대신에 다육식물을 샀다. 2001 아웃렛 앞 노점에서 산 것이다. 큰 것 하나에 만원이다. 쿠루시아처럼 생긴 다육식물이다. 식물이름을 물어보니 '염좌'라고 한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다.

 


염좌 좌판 옆에 달래를 파는 좌판이 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한무더기를 샀다. 2천원이다. 시장에 갔으니 빈손으로 돌아올 수 없는 것이다. 이왕이면 길거리 좌판 행상 것을 팔아 주고자 한다.

길거리 좌판 물건은 사는 사람들만 산다. 부자들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살 리가 없다. 서민 것은 서민이 팔아 준다. 길거리 좌판은 서민을 상대로 장사한다. 서민이 팔아 주지 않으면 누가 팔아 줄까?

사찰순례 가면 절 입구에 좌판을 볼 수 있다. 나물 등 농산물이나 지역 특산품을 판다. 순례자들이나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것이다. 이럴 때 팔아 주는 것이 좋다. 찾아온 사람들이 팔아 주지 않으면 누가 살까? 파는 사람은 직거래해서 좋고, 사는 사람은 도와주어서 좋은 것이다. 사찰 순례 갈 때 좌판을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염좌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분갈이 할 때는 다육용 흙을 쓰라고 한다. 평소 잘 다니는 화원에 갔다. 대로 건너편에 있다.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제 얼굴을 알아본다. 꽃파는 아저씨를 말한다. 다육용 흙 두 개를 샀다. 한개에 2,500원이다. 합해서 5천원 들었다.

 


염좌를 도자기 화분에 옮겼다. 물을 자주 주면 죽는다고 하지만 분갈이 했기 때문에 물을 듬뿍 주었다. 앞으로 한달 후에 물을 줄 것이다. 달력에 물 준 날자를 표기해 놓았다.

식물에 대한 욕심이 한이 없다. 화원을 지나가면 유심히 본다. 꼭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고야 만다. 이렇게 한개 두개 모으다 보니 화분 천지가 되었다. 오늘 염좌가 반려 식물이 되었다.


2022-03-2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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