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밤에는 맛지마 낮에는 디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26. 21:26

밤에는 맛지마 낮에는 디가

그동안 너무 태만 했었다. 아니 자만했었다.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을 것이다. 이를 전재성 선생은 "너 자신의 무지를 알라!"라고 해석했다. 무지가 생략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맛지마니까야와 디가니까야를 보고 있다. 이제 3일 되었다. 무엇이든지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두 경전을 읽기 시작했으니 이대로 주욱 가면 된다. 시일이 경과되면 다 읽게 될 것이다.

밤낮으로 경전을 읽고 있다. 밤에는 맛지마니까야를 읽고, 낮에는 디가니까야를 읽는다. 이는 집에서 맛지마를 읽고, 일터에서는 디가를 읽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시에 읽는 것은 태만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최근 자타카 교정을 보았다. 어제 금요니까야모임 갔더니 교정한 것에 대해서 칭찬해 주었다. 꼼꼼히 교정을 잘 보아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번역의 어려움도 말했다. 독역의 경우 궁정언어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난해하다고 했다. 일역 역시 고어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정반대로 번역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번역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게송이라고 한다. 시어는 고도로 압축되어 있고 또한 문법이 생략된 것도 있어서 뜻이 난해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무엇이든지 난해하면 심오해 보인다. 한줄이 빠졌을 때 뜻이 통하지 않는데 이럴 때 심오해 보이는 것이다. 게송은 고도로 압축 되었기 때문에 생략된 것이 많다. 그래서 게송 하나 번역하는데 하루종일 걸린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자타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방일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이다. 보살이 코끼리였을 때도, 보살이 자고새였을 때도 인간의 말로 인간에게 방일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방일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게으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불방일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부지런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방일은 빠마다(pamada)를 말하는데 이는 사띠를 놓친 상태를 말한다. 불방일은 압빠마다(appamada)를 말하는데 사띠가 유지된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방일하지 말라는 것은 사띠를 놓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부처님 최후의 말씀이 있다. 그것은 "압빠마데나 삼빠데타"라는 말이다. 이를 한자어로 "불방일정진"이라고 한다. 부처님은 최후의 순간까지도 방일하지 말라고 했다. 늘 사띠을 유지하라는 말이다.

불방일과 정진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있다. 불방일하면 자연스럽게 정진하게 되어 있다. 사띠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정진인 것이다. 이는 다름아닌 수행이다. 부처님은 최후의 순간까지 "압빠마데나 삼빠데타"라 하여 수행을 강조하신 것이다.

불교인들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아야 힌다. 부처님이 "불방일정진!"을 말씀하셨다면 그렇게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방일하기 쉽다. 사띠를 놓치기 쉬움을 말한다. 그 결과 마음은 늘 감각 대상에 가 있다.

선거가 끝난지 보름이 넘었다. 그날 이후 일체 뉴스도 보지 않고 유튜브도 보지 않는다. 대상이 사라졌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 마음은 늘 대상에 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전읽기로 마음을 돌리고자 했다. 결정적으로 자타카 교정을 본 것이다.

자타카 교정본을 밤낮으로 보았다. 하루라도 빨리 보아야 했다. 그리고 꼼꼼히 첵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런 여세를 몰아 경전을 읽기로 했다.

경전읽기는 먼저 사부니까야가 대상이다. 앙굿따라니까야는 통합본 교정을 볼 때 읽어 본 바 있다. 상윳따니까야는 1권을 번역비교한 바 있다. 그래서 맛지마니까야와 디가니까야를 먼저 보기로 했다. 그것도 동시에 보고자 한 것이다. 맛지마는 집에서 밤에 보고 디가는 일터에서 낮에 보는 식이다.

시동은 걸었다. 이제 주욱 나가기만 하면 된다. 뉴스도 보지 않고 유튜브도 보지 않기 때문에 할 것이 없다. 노는 입에 염불한다는 말이 있다. 노는 시간에 경전을 보는 것이다.

욕심부리면 안된다. 하루에 조금씩 읽어야 한다. 노랑형광메모리펜을 이용하여 읽는다. 그래 보아야 4-5페이지 읽는다. 진도만 빨리 나가면 의미 없다. 칠해진 것을 새겨야 한다. 노랑 면칠 해진 부위를 다시 한번 본다.

경전읽기는 이제 시작이다.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 나가다 보니 이제까지 경전을 대하는 행태가 잘못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경전을 장식품 정도로 생각했었던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열어 보는 식은 경전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빠른 것이라고 했다. 사부니까야를 사 놓은지 10년 되었는데 아직까지 완독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맛지마와 디가를 시동걸었으니 올해 안으로 다 읽게 될 것이다. 이후 나머지 경전도 밤낮으로 읽을까 한다.

그날 이후 뉴스를 보지 않는다. 그날 이후 유튜브도 보지 않는다. 마음은 늘 대상에 가 있기 때문에 대상을 찾아야 한다. 경전을 대상으로 했다. 마음이 경전에 가 있는 것이다. 경전은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 진리의 말씀이기 때문일 것이다.

2022-03-26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