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의 거울

이것을 말하지만 이것의 실체를 알았으니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22. 18:06
이것을 말하지만 이것의 실체를 알았으니

불교에는 부처님 가르침만 있는 줄 알았다. 놀랍게도 부처님 가르침이라고 볼 수 없는 것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것"에 대한 가르침이다.

이것에 대한 가르침을 최초로 인지한 것은 부산 무심선원 선원장의 법문을 듣고 나서 부터이다. 법문을 들었는데 남는 것이 없다. 오로지 "이것"만 이야기 했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 한시간가량 법문을 한 것이다.

선원장은 다음 법문에도 이것을 이야기 했고 그 다음 법문에도 이것을 이야기 했다. 그는 "이것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이것이라니까요? 이것 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누군가 들으면 "이것타령"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선원장은 법문 중에 책상을 탕탕치기도 한다. 책상을 치면서 "바로 이것입니다. 지금 보여 드리고 있잖아요?"라며 말한다. 대체 이것은 무엇일까? 언어로 설명이 안되니 이것이것하면서 책상을 탕탕치는 것이다. 대체 이것은 무엇일까?

유튜브를 보니 놀랍게도 이것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님도 있고 재가자도 있다. 공통적인 특징은 선불교쪽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말하는 사람들 그 누구도 초기불교를 말하지 않는다. 부처님이 설한 니까야에 대해서는 언급자체를 하지 않는다. 아마 진리는 언어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맛지마니까야를 읽다가 '이것'을 발견했다. 부처님도 이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어떤 이것일까?

"이것이 세계이며, 이것이 나의 자아이다. 나는 죽은 뒤에도 상주하고 견고하고 지속하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서 영원히 그와 같이 존재할 것이다."(M22)

부처님이 오온이 나의 것이 아님을 설명하시면서 외도의 견해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여기서 "이것이 세계이며, 이것이 나의 자아이다."라는 것은 "세계는 자아와 동일한 것이다."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초기 우파니샤드의 범아일여에 대한 것이다.

이것을 말하는 자들의 공통적인 주장을 들어 보면 참나를 말한다. 진짜 나, 진아인 것이다. 이것에 대한 각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이것은 보다 근본적인 자아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고, 완전히 정립된 영원주의적 관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 영원한 것 자체가 갈애의 대상이고 자만의 대상이고 자아에 대한 잘못된 견해가 되어 버렸다."(맛지마니까야 한국빠알리성전협회본 400번 각주)

각주는 전재성 선생이 달아 놓은 것이다. 이것은 자아이론에 대한 것으로 이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견을 말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자아와 세상은 영원하다'고 보는 영원주의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정견과 사견이 있다. 불교적으로 보았을 때는 부처님 가르침은 정견이 되고 다른 것은 견해가 된다. 연기법에 위배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견해가 된다. 초기경전에서 견해는 일반적으로 사견으로 간주된다. 대표적으로 영원주의와 허무주의가 있다.

영원론자는 오온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가질까? 영원론 자체가 갈애이고 자만이고 견해이기 때문에 "이것은 나의 것이고, 이것은 나이고, 이것은 나의 자아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이것을 말하는 자들의 법문을 들어 보면 이 범주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어떤 것일까? 오온에 대한 부정이다. 그래서 "이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이것은 나가 아니고, 이것은 나의 자아가 아니다."(M22)라고 말한다. 오온의 색, 수, 상, 행, 식에 대하여 나의 것, 나, 나의 자아가 아닌 것으로 본다.

이것을 말하는 자들의 특징이 있다. 그들은 "이것만이 진리이고, 다른 것은 거짓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언어나 문자로 된 것은 경시된다. 진리는 언어나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이 설한 8만4천 법문도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것을 말하는 자들에 따르면, 진리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마음에서 마음으로, 뜻에서 뜻으로 전승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선승들이 경전을 보지 않는 것 같다. 특히 초기경전을 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교학과 교리에 대하여 무지하게 되었다. 시대에 뒤쳐진 사람들이 된 것이다. 이것을 말하지만 이것의 실체를 알았으니 다만 그런 줄 안다.

2022-04-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