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암송

내가 일용할 게송

담마다사 이병욱 2022. 3. 29. 10:04

내가 일용할 게송


일용할 양식이라는 말이 있다. 기독교 용어이지만 대단히 와 닿는 말이다. 소박하고 경건한 삶을 보는 것 같다. 하루에 먹을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일 것이다.

나에게도 일용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일용할 게송이다. 오늘 하루 외워야 할 것을 말한다. 경을 외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늘 일용할 게송은 다음과 같다.


양 떼 땅 납빠사하띠
세낭 로꼬 사데바꼬
땀 떼 뿐냐야 벳차미
아망 빠땀와 아스마나

Ya
te ta nappasahati,
sena
loko sadevako;
Ta
te paññāya bhecchāmi ,
āma pattava asmanā

"
결코 신들도 세상 사람도
그대의 군대를 정복할 수 없지만,
굽지 않은 발우를 돌로 부수듯,
나는 지혜를 가지고 그것을 부순다."(Stn.445)


이것이 일용할 게송이다. 빠다나경 19번째 게송으로 악마의 군대을 지혜의 힘으로 쳐부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새벽에 잠에서 깨었을 때 몇시인지 모른다. 멍하게 누워 있으면 멍때리기 하는 것이 된다. 정신이 맑을 때 해야 할 것이 있다. 이전에 외운 게송을 확인하는 것이다.

새 게송을 외우기 전에 반드시 이전 게송을 확인해야 한다. 외우다 보니 18개를 외웠다. 모두 25개 이므로 아직도 7개가 남았다. 그러나 아무리 게송이 많아도 문제되지 않는다. 외운 것이 자동으로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오늘은 무척 바쁜 날이 될 것 같다. 어제 월요일에도 바빴다. 업체에서 요구한 것을 처리하다 보니 밤늦게 일이 끝났다. 그 과정에서 화를 냈다. 고객에게 화를 낼 수 없다. 주문을 준 업체 담당에게 벌컥한 것이다. 이런 것도 갑질에 해당될 것이다.

내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큰소리 쳤다. 업체 담당은 설계에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수용할 수 없었다. 마치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결국 잘못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큰소리쳤다.

결국 다시 설계해야 했다. 담당이 지적한대로 해 준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남은 것은 화 밖에 없는 것 같다. 성냄으로 인한 불선업을 지은 것이다.

마치 공든 탑이 무너진 것 같다. 화를 한번 냄으로 인하여 이제까지 쌓은 공덕이 무효가 된 것 같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도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다. 오늘 하루 일과는 새벽에 경을 암송하고 게송 하나 외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전 게송 18게송을 확인하고 새 게송에 들어 간 것이다.

새 게송은 오늘 일용할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내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서너타임 하다 보면 입에 붙게 될 것이다. 이런 것도 정진 아닐까?


2022-03-29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