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니까야모임

하인과 같은 남편이 되고자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8. 12:33

하인과 같은 남편이 되고자

 

 

나의 아내는 어떤 아내일까? 양처일까 악처일까? 아내에 대한 경이 있다. 3월 두 번째 금요모임에서 합송한 것이다. 교재에서는 결혼한 연인들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고 어떠한 여인이 바람직한 아내인가?’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이는 앙구따라니까야 일곱 가지 아내의 경(Sattabhariyāsutta)’(A7.63)에 대한 것이다.

 

여러분 잘 아시는 유명한 경입니다.”

 

전재성 선생은 아내의 경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여러분 잘 아시는 유명한 경입니다.”라고 말했다. 불교인이라면 일곱 종류의 아내에 대하여 한번쯤 들어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역경전에서는 옥야경(玉耶經)으로 알려져 있다.

 

스님들 법문을 들어 보면 종종 일곱 종류의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여성불자들이 많다면 보살님들은 어떤 아내에 해당됩니까?”라고 물어본다. 세상의 아내들은 일곱 종류의 아내 중에 어디에 해당될까? 세상의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가 일곱 종류 중에서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할까? 일곱 종류의 아내는 다음과 같다.

 

 

쑤자따여,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일곱 가지 아내가 있다. 일곱 가지란 무엇인가? 쑤자따여, 살인자와 같은 아내, 도둑과 같은 아내, 지배자와 같은 아내, 어머니와 같은 아내, 누이와 같은 아내, 친구와 같은 아내, 하인과 같은 아내이다. 쑤자따여,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일곱 가지 아내가 있다. 쑤자따여, 그대는 이들 가운데 어떠한 아내인가?”(A7.63)

 

 

남자들은 자신의 아내를 이야기할 때 여러 가지 호칭을 말한다. 가장 많은 호칭은 아마 집사람일 것이다. 집에만 있어서 집사람이라고 하는 것일까? 다음으로 와이프라는 말이다. 영어로 말하면 무난할 것처럼 인식하는 것 같다. 이밖에도 마나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내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좀처럼 아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여자는 자신의 배우자를 남편이라고 부른다. 남편이 있으면 여편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편이라는 말보다는 여편네라 하여 낮추어 부르는 경향이 있다. 가장 무난한 호칭은 아내라는 말일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면 아내는 일곱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다. 이처럼 분류해 놓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 선생은 부처님이 부부관계를 잘 파악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일곱 종류의 아내를 보면 악처와 양처로 구분할 수 있다. 악처의 범주에 들어 가는 것은 살인자와 같은 아내(vadhakasamā), 도둑과 같은 아내(corīsamā), 지배자와 같은 아내(ayyasamā)”로서 세 종류의 아내가 있다. 양처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어머니와 같은 아내(mātāsamā), 누이와 같은 아내(bhaginīsamā), 친구와 같은 아내(sakhīsamā), 하인과 같은 아내(dāsīsamā)”로서 네 종류의 아내가 있다.

 

며느리의 경이 있는데

 

경에서는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며느리 수자따가 나온다. 아나타삔디까는 부처님의 교단에 제따바나 승원을 기증한 대부호이다. 수자따 역시 부호의 딸이다. 이는 경에서 재산이 있는 부호의 가문에서 시집왔는데”(A7.63)라는 문구로 알 수 있다.

 

부호의 가문에서 시집왔다면 손에 물을 묻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른바 태생의 교만, 부자의 교만으로 가득 차 있을지 모른다. 그런 수자따가 시집왔을 때 처음부터 안하무인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수자따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경에 따르면 그녀는 시어머니를 모시지 않고, 시아버지를 모시지 않고 남편도 모시지 않습니다.”라고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시집왔을 때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앙굿따라니까야에 며느리의 경(vadhukāsutta)’(A4.74)이 있다. 부처님은 시집온 며느리에 대하여 “수행승들이여, 예를 들어 며느리가 시집오면, 바로 그 날 밤이나 그 날 낮 동안은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와 남편과 심지어는 하인이나 일꾼들에게까지 아주 부끄러워하고 창피스러워한다.”(A4.74)라고 말했다.

 

어느 모임이나 단체이든지 신입회원은 대체로 조용하다. 그러나 시간이 달라진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말도 많아 진다. 며느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그러나 함께 살게 되고 친밀해지면서 나중에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와 남편과 심지어는 하인이나 일꾼들에게까지 ‘비켜요, 당신들이 무얼 알아요.’라고 말한다.(A4.74)라고 말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부처님이 며느리 비유를 든 것은 새내기 수행승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다. 새내기 수행승도 며느리와 다르지 않아서 “수행승들이여,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어떤 수행승은 집에서 집없는 곳으로 출가하면, 바로 그 날 밤이나 그 날 낮 동안은 수행승과 수행녀와 재가의 남자신자와 재가의 여자 신자와 심지어는 승원에서 일을 돕는 사미승에게까지 아주 부끄러워하고 창피스러워한다.”(A4.74)라고 말했다.

 

새내기 수행승이 승원에서 살게 되면 이것 저것 많이 알게 된다. 마치 새내기 며느리가 집안 일에 대하여 아는 것과 같다. 그 결과는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그러나 함께 살게 되고 친밀해지면서 나중에는 스승에게도 친교사에게도‘비켜요, 당신들이 무얼 알아요.’라고 말한다.(A4.74)라고 말했다.

 

일곱 종류의 아내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며느리 수자따는 안하무인이었다. 어느 날 부처님이 장자의 집을 방문했었는데 소란이 일어났다. 수자따가 큰 소리로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경에서는 어시장의 어부들처럼 큰 소리로 크게 소란을 떨었다.”라고 표현되어 있다.

 

부처님은 수자따를 불렀다. 부처님은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음을 말씀하시고서는쑤자따여, 그대는 이들 가운데 어떠한 아내인가?”라며 물었다. 수자따가 법문해 줄 것을 요청하자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1) 살인자와 같은 아내

 

남편을 위해 연민하지 않고

다른 남자에 빠져서

남편을 경멸하고

악한 마음으로 재물을 사서

살해하고자 열망하고

이와 같은 남자의 아내가 있다면,

살인자와 같은 아내라 불린다.”

 

2) 도둑과 같은 아내

 

기술, 상업, 농사에 종사하며

남편이 아내를 위하여

노력하여 얻은 재물을

조금이라도 아내가 빼앗고자 한다.

이와 같은 남자의 아내가 있다면,

도둑과 같은 아내라 불린다.”

 

3) 지배자와 같은 아내

 

일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게으르고 게걸스럽고

거칠고 포악하고 조악한 말을 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남편을

제압하며 지낸다.

이와 같은 남자의 아내가 있다면,

지배자와 같은 아내라 불린다.”

 

4) 어머니와 같은 아내

 

남편의 이익을 위하여

항상 연민하고

어머니가 아들을 돌보듯

남편을 돌보고

남편이 저축한 재산을 수호한다.

이와 같은 남자의 아내가 있다면,

어머니와 같은 아내라 불린다.”

 

5) 누이와 같은 아내

 

어린 누이가

손윗누이를 섬기듯,

자기의 주인으로 존경하고

부끄러움을 알고

남편에게 순종한다.

이와 같은 남자의 아내가 있다면,

누이와 같은 아내라 불린다.”

 

6) 친구와 같은 아내

 

친구가 멀리서 오면

친구를 보고 기뻐하듯

여기 아내가 남편을 보고 기뻐한다.

고귀한 계행을 지니고

남편에게 헌신한다.

이와 같은 남자의 아내가 있다면,

친구와 같은 아내라 불린다.”

 

7) 하인과 같은 아내

 

폭력으로 위협을 받아도

분노하지 않고

악한 마음 없이

남편에 대하여 인내한다.

분노하지 않고 남편에게 순종한다.

이와 같은 남자의 아내가 있다면,

하인과 같은 아내라 불린다.”

 

 

부처님은 수자따에게 일곱 종류의 아내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서는 그대는 이들 가운데 어떠한 아내인가?”라며 재차 물었다. 이에 수자따는 세존이시여, 오늘부터 저를 남편에 대하여 하인과 아내로 새겨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부처님은 꼰대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수자따는 스스로 하인과 같은 아내가 되겠다고 말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적어도 친구와 같은 아내, 누이와 같은 아내 정도로 기대했는데 하인과 같은 아내라니! 놀라운 반전이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 선생은 이런 것이 부처님의 설득하는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라고 말했다.

 

부처님은 비유의 천재이다. 진리를 알기 쉽게 비유로 설명하는 것이다. 만일 부처님이 하인과 같은 아내가 되라!”라며 명령조로 말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먹혀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꼰대란 무엇인가? 백과사전에 따르면 꼰대 또는 꼰데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 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부처님은 꼰대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부처님이 너 그렇게 하지마!”라고 말했다면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정언명령식으로 말했을 때 역효과가 날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것이다. 꼰대식으로 하면 설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처님은 비유와 함께 상황을 설명하여 교화했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 선생은 이벤트로 말했다. 대표적으로 라훌라를 교화한 것을 말한다.

 

라훌라는 부처님 아들이다. 라훌라는 어려서 출가했다. 부처님은 어느 날 라훌라가 거짓말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부처님은 라훌라를 불러 놓고 발씻을 세수대야에 있는 물을 엎어 버렸다. 그리고서는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에게 수행자의 덕성은 이와 같이 뒤집혀 없어진다.”(M61)라고 말했다.

 

부처님이 만일 라훌라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라며 명령조로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꼰대가 말하는 것처럼 했을 때 거꾸로 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부처님은 하나의 이벤트를 마련했다. 세수대야의 물을 엎어 버리는 퍼포먼스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서 고의로 거짓말을 하는 데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자는 어떠한 악하고 불건전한 것들이라도 못할 바가 없다.”(M61)라며 따끔하게 충고했다.

 

한가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열 가지 거짓말을 준비한다는 말이 있다. 거짓이 거짓을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할 정도로 양심이 없는 자는 도덕적으로 금하는 어떤 것도 서슴지 않고 자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자따는 왜 하녀와 같은 아내가 되겠다고 했을까?

 

부처님은 이벤트와 법문으로 라훌라를 교화했다. 라훌라는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다시는 농담으로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자따도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수자따가 하녀와 같은 아내가 되겠다고 말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에 대하여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사이에 토론이 있었다. 어떤 이는 악처에 떨어질 것이 두려워서일 것이라고 했다, 이는 경에서 계행을 지키지 않고 거칠고 불경스러운 아내는 몸이 파괴되어서 지옥에 떨어진다.”(A7.63)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이다.

 

경에서는 살인자와 같은 아내, 도둑과 같은 아내, 지배자와 같은 아내에 대해서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로 어머니와 같은 아내, 누이와 같은 아내, 친구와 같은 아내, 하인과 같은 아내에 대해서는 하늘나라에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수자따가 하녀와 같은 아내가 되겠다고 한 것은 악처에 가지 않고 선처에서 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30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고

 

나의 아내는 일곱 종류의 아내 중에서 어디에 해당될까? 분명한 사실은 지금은 어머니와 같은 아내, 누이와 같은 아내, 친구와 같은 아내, 하인과 같은 아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하기에 달려 있다. 살인자와 같은 아내, 도둑과 같은 아내, 지배자와 같은 아내가 되는 것은 천성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남편이 아내에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남편이 아내에게 살인자와 같은 남편으로 대한다면 아내도 살인자와 같은 아내가 될 것이다.

 

지난 3월 아내의 생일이 있었다. 생일날 전날에 카톡을 보냈다. 장문의 글을 쓴 것이다. 선물보다도 카드나 옆서 같은 것을 오래 전부터 말한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글에서는 아내의 사진을 컴퓨터 배경화면으로 깔아 놓았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이것이 효과가 컸던 것 같다. 아내는 눈물 날 것 같다고 답신을 했다. 이것으로 30년 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정확하게는 34년이다.

 

일곱 종류의 남편에 대한 경은 없을까?

 

부처님의 가르침은 수행의 가르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부니까야를 보면 자애의 가르침, 우정의 가르침, 현실직시의 가르침 등 다양한 가르침이 있다. 특히 앙굿따라니까야에는 재가불자들의 삶과 관련 있는 가르침이 많다. 그래서 앙굿따라니까야를 재가불자들을 위한 경으로 보고 있다.

 

법사들이 종종 일곱 종류의 아내의 경에 대하여 법문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곱 종류의 남편에 대한 경은 없을까?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전재성 선생은 앙굿따라니까야가 편집될 당시 가부장적 권위주의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원래는 있었는데 빠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부처님은 남자와 여자에 대하여 동등하게 보았다.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글자만 바꾸어 남자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전재성 선생에 따르면 율장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로 알 수 있는 것은 남편경도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살인자와 같은 남편, 도둑과 같은 남편, 지배자와 같은 남편, 아버지와 같은 남편, 오빠와 같은 남편, 친구와 같은 남편, 하인과 같은 남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인과 같은 남편이 되고자

 

일곱 종류의 아내와 일곱 종류의 남편 중에서 최상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친구와 같은 아내와 친구와 같은 남편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왜 그런가? 게송을 보면 고귀한 계행이라고 언급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서로 오계를 지키는 삶을 살았을 때 마치 도반처럼 지낼 수 있음을 말한다.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다면 일곱 종류의 남편도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어떤 남편이 되어야 할까? 수자따는 부처님 설법을 듣고서 하녀와 같은 아내가 되고자 했다. 나는 하인과 같은 남편이 되고자 한다.

 

 

2022-04-08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