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암송

빠다나경 외우기 대장정을 마치고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14. 07:19

빠다나경 외우기 대장정을 마치고


오늘 새벽 빠다나경을 다 외웠다. 숫따니빠따 세 번째 품에 있는 두 번째 경인 '정진의 경'(Sn.3.2)을 말한다. 30분 걸린 것 같다.

마지막 게송을 다 외웠을 때 다 외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전에 외운 게송들을 확인하고 들어 갔기 때문이다.

마지막 게송 외운 것을 확인하자 전체 게송을 외워 보기로 했다. 마지막 게송을 전체 게송에 붙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 보고자 한 것이다.

빠다나경 25게송을 1번 부터 암송했다. 외우기 단계에서 암송단계로 바뀐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암송할 것을 확신했다. 이미 모든 게송을 다 외운 상태이기 때문에 읊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1
번 게송 "땀 망 빠다나빠히땃땅"에서 부터 25번 게송 "땃떼반따라다야타띠"까지 모두 암송했다. 드디어 다 외운 것이다. 빠다나경 외우기 시동을 건지 두 달 6일만이다.

무엇이든지 결심하면 이루어진다. 빠다나경 외우기 결심을 한 것은 2 8일의 일이다. 그때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빠다나경 외우기 시동을 걸고'(2022-02-08)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에서 "이번 것은 두달 목표로 잡고 있다. 외워야 할 게송이 25개이기 때문이다."라고 써 놓았다.

빠다나경 25게송 외우기는 틈틈히 외웠다. 일과 글쓰기, 경전읽기와 병행했다. 도중에 자타카 교정작업도 있었다. 밤낮으로 틈만 나면 새로운 게송을 외우고 이전에 외운 것들과 붙여서 암송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목적지에 다가갔다. 달려서 갈 수 없고 타고 갈 수 없는 목적지이다. 오로지 암기에 의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빠다나경 25게송 외우기 대장정을 떠난 것이다.

빠다나경 25게송은 이제까지 외운 빠알리 경에서 가장 길고 가장 외우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것은 사람들이 많이 외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유튜브 검색에서도 알 수 있다.

빠알리 예불문이나 수호경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이른바 테라와다 삼경이라 불리우는 라따나경, 멧따경, 망갈라경에 대한 챈팅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빠릿타가 있는데 빠다나경 챈팅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한국 최초가 될지 모른다. 빠다나경을 빠알리어로 외운 최초의 한국인을 말한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날자가 지나면 다 외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2 8일자 글에서 "어느날 다 외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고 써 놓았다. 오늘이 그날이 되었다. 66일 걸렸다.

이제부터는 즐기는 시간이다. 어떻게 즐기는가? 부처님처럼 즐기는 것이다.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고 난 다음 49일 동안 이 나무 저 나무 아래에서 적멸을 즐겼듯이, 빠다나경 25게송 외운 것을 암송하며 즐기는 것이다.

잎으로 한달가량 암송하는 것을 즐기고자 한다. 애써 이룬 것을 그냥 둘 수 없다. 이미 내것으로 만들었지만 다시 되새김함으로서 암송하는 즐거움을 맛보고자 하는 것이다.

빠다나경 25게송은 내것이 되었다. 이를 '배움의 재물(sutadhana
)'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칠성재 중의 하나이다. 물질적 재물이 아닌 정신적 재물이다.

칠성재는 믿음의 재물, 계행의 재물,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재물, 배움의 재물, 보시의 재물, 지혜의 재물을 말한다. 이와 같은 정신적 재물에 대하여 부처님은이와 같은 일곱 가지 재물은 불이나 물이나 왕이나 도둑이나 원하지 않는 상속자에 의해서 약탈될 수 없는 것입니다.”(A7.7)라고 말했다.

칠성재야말로 확실히 내것이다. 누군가 가져 갈 수 없다. 내가 끝까지 가져 갈 수 있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가져갈 수 있다. 죽었을 때는 저 세상의 노자돈이 된다. 칠성재를 가지면 세상의 부자도 부럽지 않고 세상의 권력자도 부럽지 않다.

애써 모아 놓은 재물은 없어지게 되어 있다. 설령 천문학적인 재산을 모아 놓았다고 하더라도 죽어서 가져갈 수 없다. 재산 형성과정에서 저지른 악업만 가져갈 뿐이다. 권력자는 때 되면 내려 와야 한다. 권력이 죽음 이후까지 연장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권력을 쟁취하기까지 자행한 행위에 대한 업만 가져갈 것이다.

한평생 즐기며 산 사람이 있다. 눈과 귀, , , 몸으로 오욕락을 즐긴 사람을 말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오욕락을 즐긴다. 눈으로는 매혹적인 형상을 쫓고, 귀로는 아름다운 소리에 탐닉한다. 혀로는 맛있는 것을 찾는다. 이성과 보드라운 잠자리를 갖는 것도 해당될 것이다. 한평생 감각을 즐겨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탐욕에 따른 불선업뿐이다. 죽어서 불선업만 가지고 가는 것이다.

오늘 큰 재물을 얻었다.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불멸의 재물이다. 빠다나경 외우기 시동을 건지 66일만에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앞으로 한달 간은 애써 외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게 매일 암송해야 한다.

경을 암송하면 암송의 즐거움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보고 외웠을 때 상쾌하다. 아니 상쾌를 넘어 통쾌하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그러나 혼자 즐거움을 누려서는 안될 것이다. 회향해야 한다.

경을 암송하고 나면 회향한다. 먼저 선망부모님께 회향한다. 다음으로 일체중생에게 회향한다. 이렇게 회향할 때 누군가 "사두!"라고 한다면 공덕은 그 사람 것이 된다. 물질을 나누면 줄어 들지만 공덕은 아무리 나누어도 줄어 들지 않는다.

나는 오늘 승리자가 되었다. 도저히 되지 않을 것 같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여 마침내 해냈다. 걸어서 국토를 종단하는 것이나 오토바이로 대륙을 횡단하는 것 못지 않다. 천자가 넘는 글자를 다 외웠을 때 정신적 대장정을 마친 것이다. 참고로 외운 빠다나경 빠알리 원문은 다음과 같다.

Padh
ānasutta

427.
‘‘ Ta
ma padhānapahitatta, nadi nerañjara pati;
Viparakkamma jh
āyanta, yogakkhemassa pattiyā.

428.
‘‘ Namucī karua vāca, bhāsamāno upāgami;
Kiso tvamasi dubbaṇṇo, santike maraa tava.

429.
‘‘‘ Sahassabh
āgo maraassa, ekaso tava jīvita;
J
īva bho jīvita seyyo, jīva puññāni kāhasi.

430.
‘‘‘ Carato ca te brahmacariya, aggihuttañca jūhato;
Pah
ūta cīyate puñña, ki padhānena kāhasi.

431.
‘‘‘ Duggo maggo padhānāya, dukkaro durabhisambhavo ’’’ ;
Im
ā gāthā bhaa māro, aṭṭhā buddhassa santike.

432.
Ta
tathāvādina māra, bhagavā etadabravi;
‘‘ Pamattabandhu pāpima, yenatthena idhāgato.

433.
‘‘ Aumattopi puññena, attho mayha na vijjati;
Yesañca attho puññena, te m
āro vattumarahati.

434.
‘‘ Atthi saddhā tathā vīriya, paññā ca mama vijjati;
Eva
ma pahitattampi, ki jīvamanupucchasi.

435.
‘‘ Nadīnamapi sotāni, aya vāto visosaye;
Ki
ñca me pahitattassa, lohita nupasussaye.

436.
‘‘ Lohite sussam
ānamhi, pitta semhañca sussati;
Ma
sesu khīyamānesu, bhiyyo citta pasīdati;
Bhiyyo sati ca pa
ññā ca, samādhi mama tiṭṭhati.

437.
‘‘ Tassa meva
viharato, pattassuttamavedana;
K
āmesu nāpekkhate citta, passa sattassa suddhata.

438.
‘‘ K
āmā te pahamā senā, dutiyā arati vuccati;
Tatiy
ā khuppipāsā te, catutthī tahā pavuccati.

439.
‘‘ Pañcama thinamiddha te, chaṭṭhā bhīrū pavuccati;
Sattam
ī vicikicchā te, makkho thambho te aṭṭhamo.

440.
‘‘ L
ābho siloko sakkāro, micchāladdho ca yo yaso;
Yo catt
āna samukkase, pare ca avajānati.

441.
‘‘ Esā namuci te senā, kahassābhippahārinī;
Na na
asūro jināti, jetvā ca labhate sukha.

442.
‘‘ Esa muñja
parihare, dhiratthu mama
Sa
gāme me mata seyyo, ya ce jīve parājito.

443.
‘‘ Pagāhettha na dissanti, eke samaabrāhmaā;
Tañca magga
na jānanti, yena gacchanti subbatā.

444.
‘‘ Samantā dhajini disvā, yutta māra savāhana;
Yuddh
āya paccuggacchāmi, mā ma hānā acāvayi.

445.
‘‘ Ya te ta nappasahati, sena loko sadevako;
Ta
te paññāya bhecchāmi āma pattava asmanā

446.
‘‘ Vas
īkaritvā sakappa, satiñca sūpatiṭṭhita;
Ra
ṭṭhā raṭṭha vicarissa, sāvake vinaya puthū.

447.
‘‘ Te appamattā pahitattā, mama sāsanakārakā;
Ak
āmassa te gamissanti, yattha gantvā na socare ’’ .

448.
‘‘ Satta vassāni bhagavanta, anubandhi padāpada;
Ot
āra nādhigacchissa, sambuddhassa satīmato.

449.
‘‘ Medavaṇṇava pāsāa, vāyaso anupariyagā;
Apettha mudu
vindema, api assādanā siyā.

450.
‘‘ Aladdhā tattha assāda, vāyasetto apakkami;
K
ākova selamāsajja, nibbijjāpema gotama ’’ .

451.
Tassa sokaparetassa, v
īā kacchā abhassatha;
Tato so dummano yakkho, tatthevantaradh
āyathāti.


이와 같은 빠알리 원문은 선명하다.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포토메모리'라고 했을 것이다.

다음은 빠다나경 우리말 해석이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본 숫따니빠따에 실려 있는 '정진의 경'(Sn.3.2)이다.

정진의 경

1. [
세존] “네란자라 강의 기슭에서

스스로 노력을 기울여
멍에로부터의 평안을 얻기 위해

힘써 정진하여 선정을 닦는 나에게 일어난 일이다.

2.
악마 나무치는 위로하여

말을 건네며 다가왔다.
[
악마] ‘당신은 야위었고 안색이 나쁩니다.
당신은 죽음에 임박해 있습니다.

3.
당신이 죽지 않고

살 가망은 천에 하나입니다.
존자여, 사는 것이 좋습니다.
살아야만 공덕을 성취할 것입니다.

4.
그대가 청정한 삶을 살면서
성화에 제물을 올린다면
많은 공덕이 쌓이지만,
당신의 노력은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5.
애써 정진하는 길은 가기도 힘들고
행하기 힘들며 성취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같은 시를 읊으면서

악마는 깨달은 님의 곁에 서 있었다.

6.
악마가 이렇게 말하자,

세존은 이와 같이 말했다.
[
세존] ‘방일의 친척이여, 악한 자여,

어떠한 목적으로 이 세상에 왔는가?

7.
털끝만큼의 공덕을 이루는 것도

내게는 필요가 없다.
공덕을 필요로 하는 자,

그들에게 악마는 말해야 하리.

8.
내게는 믿음이 있고, 정진이 있고,

내게는 또한 지혜가 있다.
이처럼 스스로 노력을 기울이는 나에게

그대는 어찌하여 삶의 보전에 관해 묻는가?

9.
이러한 정진에서 오는 바람은

흐르는 강물조차 마르게 할 것이다.
스스로 노력을 기울이는 나에게

피가 어찌 마르지 않겠는가!

10.
몸의 피가 마르면,

담즙도 점액도 마르리라.
살이 빠지면, 마음은 더욱 더 맑아지고

나는 새김과 지혜, 삼매를 확립한다.

11.
나는 이와 같이 지내며

최상의 느낌을 누리니,
내 마음에는 감각적 쾌락에 대한 기대가 없다.

보라, 존재의 청정함을!

12.
그대의 첫 번째 군대는 욕망,
두 번째 군대는 혐오라 불리고,
그대의 세 번째 군대는 기갈,
네 번째 군대는 갈애라 불린다.

13.
그대의 다섯째 군대는 권태와 수면,
여섯째 군대는 공포라 불리고,
그대의 일곱째 군대는 의혹,
여덟째 군대는 위선과 고집이라 불린다.

14.
잘못 얻어진 이득과 환대와 예배와 명성,
그리고 자기를 칭찬하고 타인을 경멸하는 것도 있다.

15.
나무치여, 이것들은 그대의 군대,
검은 악마의 공격군인 것이다.
비겁한 자는 그를 이겨낼 수가 없으나
영웅은 그를 이겨내어 즐거움을 얻는다.

16.
차라리 나는 문자 풀을 걸치겠다.
이 세상의 삶은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가!
내게는 패해서 사는 것보다는

싸워서 죽는 편이 오히려 낫다.

17.
어떤 수행자나 성직자들은

이 세상에서 침몰하여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계행이 있는 고귀한 자들이

가야할 길조차 알지 못한다.

18.
코끼리 위에 올라탄 악마와 더불어,
주변에 깃발을 든 군대를 보았으니,
나는 그들을 맞아 싸우리라.
나로 하여금 이곳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라.

19.
결코 신들도 세상 사람도
그대의 군대를 정복할 수 없지만,
굽지 않은 발우를 돌로 부수듯,
나는 지혜를 가지고 그것을 부순다.

20.
나는 사유를 다스리고,
새김을 잘 확립하여,
여러 제자들을 기르면서,
이 나라 저 나라로 유행할 것이다.

21.
그들은 방일하지 않고 노력하며
내 가르침을 실행하면서,
그대는 그것을 싫어하지만,
가서 슬픔이 없는 경지에 도달하리라.’

22. [
악마] ‘우리들은 7년 동안이나
세존을 발자국마다 따라다녔다.
그러나 새김을 확립한 올바로 깨달은 님께
다가갈 기회가 없었다.

23.
기름 빛깔을 한 바위를

까마귀가 맴돌며 생각한다.
이곳에서 부드러운 것을 찾을 수 있겠지.
아마도 맛 좋은 먹이가 있을 것이다.

24.
그곳에서 맛있는 것을 얻을 수 없어
까마귀는 거기서 날아가 버렸다.
바위에 가까이 가 본 그 까마귀처럼,
우리는 실망하여 고따마 곁을 떠난다.’

25.
슬픔에 넘친 나머지
옆구리에서 비파를 떨어뜨리고,
그만 그 야차는 낙심하여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2022-04-14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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