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약이겠지요." 유행가 가사 중에 한대목이다. 세월이 지나야 낫고 세월이 지나야 해결되는 것들이 있다. 코로나도 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오미크론 3일째이다. 이제 한가지 증상만 남았다. 목이 잠긴 것이다. 목이 퉁퉁부어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목에서 불이 나는 것 같다. 침 삼키기도 힘들다. 가래가 나오기 시작한다. 끝물의 시작인가?
감기는 약을 먹어도 일주일이고 먹지 않아도 일주일이라고 했다. 평소 감기에 자신 있는 사람은 약을 먹지 않고서도 버티는 것같다. 빤냐와로 스님이 그랬다고 한다.
수행자는 수행의 힘으로 질병을 극복하고자 한다. 병이 났을 때 아픈 부위를 관찰함으로 물리치고자 하는 것이다. 빤냐와로 스님이 오미크론에 걸렸을 때 그렇게 하고자 했다. 그러나 결국 의사 처방을 받아 완치 되었다고 한다. 일반 감기는 지켜 보면 나가는데 오미크론은 안나가더라는 것이다.
나에게 감기 퇴치 비법이 있다. 그것은 이불 쓰고 눕는 것이다. 땀을 흘리고 나면 한결 게운해 진다. 어머니가 알려주었던 전통 방식이다. 이 방식만 적용하면 말라리아와 같은 학질도 낫는다고 했다.
어제 오전 오미코론이 절정이었던 것 같다. 목이 칼칼함과 동시에 오한이 왔기 때문이다. 살이 떨리고 근육이 쑤셨다. 잠시도 가만 있을 수 없었다. 타이레놀 하나 투입했다. 그리고 경을 암송 했다.
최근 빠다나경을 외웠다. 하루에 한 두번 암송하고 있다. 25개 게송으로 되어 있어서 뜻을 음미하며 암송하면 30분가량 걸린다. 방바닥을 경행하면서 암송했다.
"경구는 외우지 않음이 티끌이요
집은 보살피지 않음이 티끌이다.
용모는 가꾸지 않음이 티끌이고
수호자에는 방일이 티끌이다."(Dhp.241)
아무리 아름다운 문구도 외워 놓지 않으면 내것이 아니다. 기억해야할 문구는 새겨야 한다. 특히 경전의 부처님 말씀이 그렇다. 사성제, 팔정도, 십이연기와 같은 근본 가르침은 외워야 한다.
사성제는 책을 안보고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전을 보고 설명하면 늦다. 경전이 없는 곳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군가는 스마트폰 시대이기 때문에 검색하면 될 것이라고 한다.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 외딴 곳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까?
죽음의 침상에 누웠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것도 힘들 것이고 눈을 뜨기도 힘들 것이다. 그때 어떤 생각이 들까? 자신이 지은 행위가 떠오를 것이다. 신체적으로 언어적으로 정신적으로 행위한 것들을 말한다.
가지고 갈 것은 업밖에 없다. 한평생 술로 보냈으면 그 업에 적합한 세계에 태어날 것이다. 한평생 마약으로 살았다면 아둔한 존재로 태어날지 모른다. 한평생 청정한 수행자로 살았다면 지혜를 갖춘 자로 태어나게 될 것이다.
트로트 신동이 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도 잘 한다. 사람들은 신통방통하다고 말한다.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다. 전생부터 해 오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전생의 화가는 현생에서 화가로 살고, 전생의 피아니스트는 현생에서도 피아니스트로 산다. 이것이 까르마의 법칙이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업이 되면 다음 생에도 그 업으로 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좋아서 하는 일이 그렇다. 수행을 예로 들 수 있다.
금요니까야모임에 새로운 인물이 왔다. 그는 주제와 관련 없는 질문을 오래 했다. 그것은 선정에 대한 것이다. 초기경전에서는 선정을 강조 했는데 "한국에서는 왜 위빠사나만 강조합니까?"라며 묻는 것이다. 조준호 선생도 이런 의문을 제기 했다. 위빠사나 위주의 수행방법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행방법은 위빠사나이다. 행선을 하면서 발의 움직을 면밀히 관찰하고, 좌선하면서 배의 움직임을 역시 면밀히 관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렇게 위빠사나 위주의 수행을 하는 자를 건관자라고 한다. 선정 없이 지혜에 의한 해탈을 이루기 위함을 말한다.
해탈은 반드시 선정으로만 성취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가르침으로도 알 수 있다.
"싸리뿟따여, 저들 오백 명의 수행승들 가운데 육십 명의 수행승들은 세 가지의 명지에 정통한 님이며, 육십 명의 수행승들은 여섯 가지 곧바른 앎을 성취한 님이고, 육십 명의 수행승들은 지혜에 의한 해탈과 마음에 의한 해탈을 함께 성취한 님이고, 또한 다른 사람들은 지혜에 의한 해탈만을 성취한 자이다.” (S8.7)
선정 없이 지혜에 의한 해탈자가 훨씬 더 많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선정에 의한 심해탈이 어려울까? 그것은 선정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위빠사나 수행의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복부의 팽창과 수축을 보는 마하시방법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선정을 기반으로 하는 수행센터가 있다. 파옥센터를 말한다.
파옥 수행센터에서는 선정에 기반한 위빠사나를 지도한다. 선정수행을 해서 빛과 같은 니밋따가 떠야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나 선정에 들어가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전생에 한수행 하지 않은 자라면 금생에 선정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생이지자로서 수행자만이 선정에 쉽게 들어갈 것이다. 이는 니까야에서 게송으로도 확인 된다.
"계행을 확립하고 지혜를 갖춘 사람이
마음과 지혜를 닦는다.
열심히 노력하고 슬기로운 수행승이라면,
이 얽힌 매듭을 풀 수 있으리라.”(Vism.1.1, S1.23)
청정도론 제1장 1절에 있는 게송이다. 청정도론 오픈테마라고 볼 수 있다. 게송에서 주목하는 밀은 "지혜를 갖춘 사람"이다.
지혜를 갖춘 사람(naro sampanno)은 생이지자를 말한다. 이에 대하여 청정도론에서 “세 가지 원인에 의한 업생적 결생의 지혜로 지혜를 갖춘 자”(Vism.1.7)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전생에 무탐, 무진, 무치의 수행을 했던 자가 이 세 가지를 원인을 하여 금생에 태어남을 말한다. 이는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학이지자가 아님을 말한다.
전생에 수행했던 자가 금생에도 수행한다. 전생에 선정 수행했던 자가 금생에도 수행한다. 한번도 수행이라는 것을 해 본적이 없는 자가 수행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선정에서 니밋따를 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위빠사나 수행은 다르다. 니밋따 뜨는 것과 무관하게 지혜에 의한 해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초기경전을 근거로 하여 선정에 바탕을 둔 위빠사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앉아 있는다고 해서 누구나 선정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미얀마 마하시 사야도의 직제자 중의 하나인 우 자나까(찬먜) 사야도는 이렇게 말한다.
"복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위빳사나 수행법은 존귀하신 마하시 세야도께서 널리 보급하셨습니다. 그러나 처음으로 이 방법을 계발한 분이 마하시 세야도는 아닙니다."(위빳사나 수행 28일, 439-441쪽)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발간된 '위빳사나 수행 28일'에 실린 것이다. 우 자나까 사야도가 호주에서 28일 동안 수행지도한 법문을 녹취한 것이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마하시 방식이 인기 있다. 이는 지침서에서 "마하시 세야도께서도 이 방법이 매우 성공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후에 마하시 세야도께서 제자들을 지도할 때 무엇을 관찰해야 좋을지 잘 모르는 수행자들을 위해 이 방법을 위빳사나 수행의 기본대상으로 가르치셨던 것입니다.”(위빳사나 수행 28일, 439-441쪽)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수행방법은 선정과 위빠사나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정에 드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호흡관찰이 사마타와 위빠사나 모두 가능하다면 호흡관찰이야말로 최고의 수행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찬먜사야도에 따르면 호흡수행을 하여 사마타의 길로 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라 했다. 물론 근기가 있는 사람은 일주일이나 열흘만에도 선정에 이를 것이라 했다. 그러나 수행의 근기가 없는 사람들은 시간이 대단히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호흡수행으로써 깊은 집중을 얻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요? 그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과거 생에 호흡 수행으로 축적되어진 여러분의 경험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위빳사나 수행 28일, 409쪽)
위빠사나 스승은 선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중적인 위빠사나 지도를 한다고 했다. 니밋따를 보는 등 이 생에서 한수행하는 자는 전생부터 선정수행자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선정 수행으로만 해탈과 열반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전생에 선정수행한 공덕으로 이 생에서도 수행하면 양면해탈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초기경전에 따르면 "또한 다른 사람들은 지혜에 의한 해탈만을 성취한 자이다.” (S8.7)라고 했다. 선정 없는 혜해탈자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으로 목이 불타는 듯하다. 아마 아귀 세계가 있다면 이것이 아귀 세계일 것이다. 시시각각 불쾌가 밀려 온다. 이럴 때 경을 암송하는 것이 좋다.
어제 오전 오한이 절정에 달했을 때 빠다니경 25게송을 30분가량 경행하면서 암송했다. 온 몸에 땀이 났다. 이불 뒤집어 쓰고 땀 빼는 효과와 같았다. 오후가 되자 오한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마 타이레놀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에 걸리고 보니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맛지마니까야 읽기를 하고 있지만 행선이나 좌선, 게송 외우기 같은 것은 하기 힘들다. 이전에 했던 것으로 먹고 사는 것 같다.
중병에 걸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건강할 때 많은 것을 이루어 놓아야 한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성취해 놓아야 한다. 죽음의 침상에 누우면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예전에 했던 것으로 먹고 사는 것이다. 다행히 빠다나경 외운 것이 있어서 이것으로 버틴다.
다음 생을 위해서라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한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성과를 내야 한다. 그것은 누구도 가져갈 수 없는 "믿음의 재물, 계행의 재물,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아는 재물, 배움의 재물, 보시의 재물, 지혜의 재물"(A7.6)을 갖추는 것이다. 암송은 배움의 재물에 해당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정신적 재물은 다음생에서 생이지자로서 조건이 된다. 수행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2022-04-21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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