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내가 잠못 이루는 것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23. 08:00

내가 잠못 이루는 것은?

오미크론 5일째이다. 마치 오미크론 일기 쓰는 것처럼, 오미크론 중계하는 것처럼 돼 버렸다. 글쓰기가 일상화된 블로거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본다.

전화가 계속 걸려 온다. 대부분 업체에서 걸려 온 전화이다. 고객들은 참을성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인정사정도 봐주지 않는 것 같다. 때로는 잔인하기 까지 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급하다고 한다.

삶은 아슬아슬한 곡예와 같다고 생각한다. 외줄 타다가 삐끗하면 천길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 같다. 딱 거기 까지이다. 추락하는 순간 단절이다. 일인사업자에게 사고가 났을 때 대책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큰 회사를 찾는지 모른다.

일인사업자는 시간 내기가 비교적 자유롭다. 업무시간에 돌아 다닐 수 있는 것은 자영업자의 특권이다. 그러나 긴 시간을 낼 수 없다. 해외여행과 같이 일주일 또는 그 이상의 시간 내는 데는 부담이 있다.

직장생활하면 해외여행 다니기가 쉽지 않다. 휴가를 내서 다녀올 수 있지만 그런 배짱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교사 등 교육관련 사람들은 방학때 마다 나가는 것 같다. 그러나 해외여행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여성이다. 패키지 여행을 하명 거의 90프로는 여자이다. 남자도 있기는 하지만 은퇴한 사람이거나 정년백수인 경우가 많다.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여행이 활성화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보복소비라는 말이 있듯이 보복여행이 될 것 같다. 그동안 부자들은 어떻게 참았을까? 유한계층 사람들은 철마다 나가지 않으면 근질근질거려 살 수 없다고 한다. 철마다 밖에 한번 나갔다가 와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들 말한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생각해 보니 해외여행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이 후회 되었다. 일년에 한번은 해외성지순례 명목으로 나가고자 했다. 그러나 몇차례 되지 않는다. 가장 발목을 잡는 것은 일이다. 여행기간 중에 일감이 들어 왔을 때 처리하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을 말한다.

언젠가 한번은 노트북을 들고 나갔다. 현지에서 일을 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무용지물이 되었다. 짐만 되었다. 일을 볼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인터넷도 터지지 않았고 비밀번호 체계도 달랐다.

대책이 필요했다. 부재중에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마침내 찾았다. 그는 동종업계의 나의 멘토이다. 일을 하다 막히면 전화로 물어 본다. 전화통화로 해결 되는 것이 많다. 그는 나보다 열살 아래이다. 그는 독신이다. 해외여행 가게되면 그에게 일을 봐달라고 부탁한다. 멘토가 있기에 안심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모든 준비는 다 끝났다. 떠나기만 하면 된다. 다른 곳은 관심 없다. 불교 유적이 있는 곳이나 불교 사원이 있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지 성지순례 대상이 된다. 몇 번 다녀 보지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인도이다. 사대성지와 팔대성지가 있는 곳이다.

해외성지순례를 가면 모두 기록으로 남겨 두었다. 한번 보는 것으로 그친다면 시간도 아깝고 비용도 아깝다. 여행은 세 번 즐긴다고 말한다. 출발하기 전의 설레임과 현지에서 오감으로 느끼는 즐거움, 그리고 다녀온 후에 후기를 작성하는 즐거움을 말한다. 가기 전에 자료조사가 이루어진다. 여행기도 읽어 본다. 현지에서 여행을 두 배 세 배 즐기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만큼 훌륭한 선생은 없다. 가이드 뒤에 바싹 붙어서 가이드가 말하는 것을 열심히 기록해 둔다. 농담도 예외가 아니다.

오미크론 5일째이다. 어제 보다 상황은 좋다. 그러나 여전히 목에 문제가 있다. 목소리가 변성 되었다. 시간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 올 것이다. 생명 있는 것들은 항상성 내지 복원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시간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다.

아내는 다 나은 것 같다. 비교적 약하게 걸린 것 같다. 나는 대체로 심하게 걸린 것 같다. 추가로 약을 타왔다. 비대면 진료로 타온 것이다. 다음주 화요일이 되면 해제 되는 날이다.

확실히 잠이 보약인 것 같다. 잠은 면역력과 관련이 있다. 잠을 잘 자야 면역력이 생겨남을 말한다. 그런데 잠은 억지로 청한다고 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내려 놓았을 때 잠이 온다. 자포자기 상태에서도 잠은 잘 온다.

부처님도 잠을 잘 자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앙굿따라니까야를 보면 부처님과 알라바까왕자와의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왕자는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잘 주무셨습니까?"라며 물었다. 이에 부처님은 "왕자여, 나는 잘 잤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잠을 잘 자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A3.35)라고 답했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부처님은 번뇌가 없는 사람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왕자는 잠을 잘 이룰 수 없었다. 가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물질적으로도 가진 것이 많지만 사람도 많이 가졌다. 아내도 많았다. 오늘밤은 어디서 자야할지 고민도 있을것이다. 들뜨고 흥분되고 욕망의 마음이 있다면 잠을 잘 못잘 것이다.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누군가 자신의 것을 훔쳐 가려 한다거나, 심지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하면 역시 잠을 잘 못잘 것이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번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소유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을 때 잠못 이루는 밤이 되기 쉽다. 그러나 소유한 것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번뇌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잠도 잘 자게 될 것이다.

부처님은 소유한 것이 없어서 잠을 잘 잤다. 반면에 왕자는 소유하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잠을 못이루었다. 나도 잠을 잘 못 이루는 때가 많다. 소유한 것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2022-04-23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