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타는 목에 대한 대책은

담마다사 이병욱 2022. 4. 22. 09:47

불타는 목에 대한 대책은

코로나 4일째 아침이다. 일단 몸과 마음이 개운하다. 확실히 어제와 다른 양상이다. 아마 잠을 잘 자서 그런 것 같다.

흔히 잠이 보약이라고 한다. 이런 말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말이 있다. 그것은 면역력이다. 잠을 잘 자야 면역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 질병이든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발생한다. 잠을 못자서 늘 피곤한 상태에 있을 때 바이러스의 온상이 될 것이다. 외적이 쳐들어 왔는데 막아낼 힘이 없다면 정복당하고 말 것이다.

목구멍에 문제가 있다. 오미크론이 목구멍을 공략하고 있는 것 같다. 침을 삼키기가 힘들 정도이다. 목젖은 퉁퉁 부어 있다. 목에서 불이 타는 듯 하다. 이럴 때 "아, 목이 불탄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아귀고라 해야 할까? 아귀가 물을 마실 때 불타는 물을 마시는 고통을 말한다.

음식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한다. 가만 있어도 통증을 느낀다. 앉으나 서나 불쾌한 통증이 지배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책을 볼 수도 없고, 글을 쓸 수도 없고, 경을 암송할 수도 없고, 영화를 볼 수도 없다. 밥먹는 것도 힘든데 좌선이나 행선 등 수행도 할 수 없다.

불타는 듯한 목젖은 지옥이 따로 없다. 잠시도 틈을 주지 않는 것 같다. 앉아 있을 수도 없고 서 있을 수도 없다.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해가 휜히 떠 있는 오후 임에도 자리에 누웠다. 극세사전기장판의 스위치를 껐다. 오전에 땀 내는 용도 였다면 지금은 자포자기로 누워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온기는 필요 없었다. 그대신 항공담요를 몸에 둘렀다. 그리고 옆구리를 아래로 하여 누웠다. 자연스럽게 몸을 웅크리게 된다. 마치 병난 개가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가만 있는 것과 같다. 이불을 덥어 가렸다.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았다. 들리는 것은 나의 거친 숨소리 뿐이다.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 내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 걸걸한 숨소리를 자장가로 삼았다.

숨소리의 처음과 끝을 들었다. 어떤 숨소리는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튀어 나오기도 한다. 목젓에서 변형되어 숨으로 뿜어 나온 입소리인 것이다. 그렁그렁한 소리도 들리고 터지는 듯한 소리도 난다. 옆구리를 아래로 하여 이블을 뒤집어 쓰고 안면의 범위를 좁혔더니 다양한 숨쉬는 소리가 났다.

평일 낮에 잠을 자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잠을 자도 큰 대자로 잔다. 그런데 옆구리를 아래로 자니 숨이 잘 들리는 것같다. 숨소리에 집중하니 잡념이 사라졌다. 걸걸한 소리, 삑사리나는 듯한 소리, 나도 모르게 치고 들어 오는 듯한 갖가지 소리를 듣고 있으니 잡념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오후를 보냈다. 불타는 목은 잊어 버렸다. 그러나 일어나면 다시 지옥이 되는 것 같았다. 또다시 목이 불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저녁먹을 시간이 되었다. 물을 삼키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먹어야 했다. 곧 죽어도 "먹어야 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무지 밥맛이 나지 않았다. 불타는 목에 아무리 맛 있는 음식을 먹어도 괴로운 것이다. 그렇다고 먹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 갑자기 배달이 생각났다.

이제까지 한번도 시켜 먹은적이 없다. 시켜 먹는다는 것은 게으른 것이고 낭비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우리 사전에 배달은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문밖에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었다.

배달앱을 깔았다. 배달의 민족(배민)이 생각나서 플레이스토어에서 검색해 보니 발견되었다. 이미 천만명 다운로드된 인기 앱이다.

먹고 싶은 것이 있었다. 갈비탕, 설렁탕, 짜장면, 짬뽕, 탕수육, 햄버거가 떠 올랐다. 갈비탕을 주문했다. 하나에 15,000원이다. 배달료는 3,000원이다. 16,000원 이상 구매해야 된다고 한다. 할 수 없이 4,000원짜리 만두 한팩을 추가 주문했다. 합해서 23,000원 들었다.

배달음식점은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있다. 아마 가장 가까운 곳을 연결 시켜 주는 것 같다. 십분이 지났을 때 배달음식이 도착 했다. 밥과 깍두기, 김치도 함께 왔다. 갈비탕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배달이 활성화 될수록 자원낭비는 심해지고 환경은 악화될 것이다.

갈비탕은 세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뜨거운 물을 부어서 세 개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불타는 목에 맛을 잃어 버린 상태에서 그나마 갈비탕은 먹을만 했다. 밥을 국에 말아 훌렁훌렁 그냥 넘겼다고 봐야 한다.

불타는 목에 대책이 없다. 가글하면 약간 나아지는 것 같다. 뱡원에서 준 것이다. 그러나 그때 뿐이다. 목을 가다듬으면 다시 찢어질 듯 괴롭다.

약이 생명이고 진리이고 구원이다. 목젖이 부었다고 하여 약이 하나 더 첨가 된 것 같다. 약을 먹고 또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것도 초저녁이다.

불을 끄고 마치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이 자리에 누웠다. 또다시 모로 누웠다. 항공담요로 몸을 감고 그 위에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수면제 반알을 먹었다. 숨소리를 자장가 삼았다.

아침이 되었다. 잠을 잘 잔듯한 느낌이다. 몸과 마음이 사쁜하다. 불타는 목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래를 뱉어 보니 불타는 현상은 사라졌다. 아직 칼칼한 기미는 있지만 어제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줄어 들었다.

지금은 도라지-인삼-생강 닳인 물을 마셔도 목이 따갑지 않다. 이제 부터 본격적으로 가래가 시작되는 것 같다. 가래를 뱉어버리면 시원하다. 4일 째 날에 희망이 보인다.

아내도 확진자이다. 나보다 하루 먼저 걸렸다. 어제 4일차 아내 모습은 거의 다 나은 것 같다. 한때 기침이 심했으나 그런 현상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목젖이 약한 것 같다. 감기에 걸리면 목젖부터 붓는다. 이번 오미크론도 목젖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결과 불타는 목이 되었다. 물을 삼키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마음을 내려 놓고 숨소리에 집중하며 누워 있었더니 나은 것 같다.

이번에 하심의 중요성을 배운 것 같다. 앞으로는 잠을 잘 때에 옆구리를 아래로 하여 모로자면서 숨소리를 관찰해야 겠다. 세상의 근심도 줄어들고 잠도잘 올 것같다. 코로나 4일째, 오늘은 좀 살 만하다.

2022-04-2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