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국의 시간이다
내일의 해는 내일 떠오른다. 살아만 있다면 내일이 있다. 오늘 죽을 것 같아도 하루밤 자고 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내일 아침이 되면 찬란한 태양이 떠오른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조국 영화를 보았다. 다큐 영화 '그대가 조국' 시사회에 초대받아 개봉을 하루 앞두고 본 것이다. 진모영 감독이 초대해 주었다. 재가불교 활동한 것이 인연으로 작용한 것 같다. 가까이는 김동수 열사 추모제에 참석한 것도 영향 주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블로거이기 때문 아닐까?
영화는 5월 24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되었다. 강남 코엑스에 있는 메가박스에서 상영되었다. 안양에서 삼성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했다. 역에서 지하길을 한참 가다 보니 영화관이 나왔다. 처음 가보는 곳이다.
영화관에서 이학종 선생을 만났다. 부부가 함께 왔다. 멀리 당진에서 온 것이다.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체로 젊은 사람들이 많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감독과 만나는 시간이 있었다. 영화를 제작한 사람들이 앞에 도열했다. 모두 일곱명 나왔다.
총괄프로듀서는 진모영 감독이다. 연출은 이승준 감독이다. 이승준 감독은 "드디어 이날이 왔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견제받지 않는 공권력의 민낯을 보게 될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권력과 고통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연출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영화의 대강이 잡히는 것 같다. 특히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 것에 공감했다. 영화가 답이나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로 하여금 "왜?"라고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어떤 질문을 하게 될까?
유튜버 빨간아재도 나왔다. 포렌식 전문가도 나왔다. 포렌식 전문가는 "그분들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프로듀서는 "공정, 상식, 정의는 상상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라고 말했다.
8시 반부터 영화가 시작되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이기 때문에 3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보여주었다. 나레이션은 일체 없다. 화면을 보고 시청자가 판단하면 된다. 판단이 안되면 "왜?" 또는 "무엇때문에?"라며 질문하는 것이다.
영화 보기가 불편했다. 답답하기도 했다. 과거 보았던 것을 다시 보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다. 그때 일에 대해서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여주니 착잡했다. 더구나 가해자는 최고 자리에 올라가 있지 않은가?
영화를 보는 내내 눈을 감았다. 귀로만 들었다. 세상사가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눈을 감아 버린 것이다. 이런 눈감기는 두 달 이상 계속되고 있다.
뉴스를 보지 않는다. 그날 이후 공중파 방송을 보지 않는다. 식당도 피해 다닌다.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얼마나 오래 갈까? 아마 오년 동안 그럴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주변 사람들 대부분 그런 것 같다.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매주 토요일 서초동에 나가서 "검찰개혁! 조국수호!"를 외쳤다. 여의도에서는 "공수처를 설치하라!"를 외쳤다. 그럼에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영화는 의문을 가지고 질문할 것을 요청한다. 판단은 관람자가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다. 그것은 조국의 부활이다.
영화에서 조국이 외출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영화의 시작 장면이다. 배우처럼 잘생긴 미남형의 얼굴이다. 귀공자같은 스타일이다.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목에 바싹 조인다. 결기가 있어 보인다. 마치 장수가 전장에 나가는 것 같은 결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조국은 아파트에서 혼자 산다. 밥도 혼자 먹는다. 아파트는 평수가 작은 것 같다. 거실 구조를 보니 이십평형대의 아파트로 보인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아내는 감옥에 있다. 딸은 나가서 살고 있다. 아들은 군대에 있다.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국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크게 잘못한 것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왜 집안이 풍비박산 난 것일까? 그들은 조국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 유력한 대권후보로 간주한 것이다. 그래서 싹을 잘라 버리고자 한 것이다.
영화는 10시 반에 끝났다. 꼬박 2시간 채운 것이다. 전반부는 답답했다. 마치 하이에나 떼에게 물어 뜻기는 듯했다. 기득권 카르텔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영화이든지 반전이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도 반전이 있을까? 분명한 사실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무언가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조국의 재발견이다.
그는 모욕을 당했어도 감정을 폭발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상황을 견딜 수 없어 했을텐데 감정을 잘 다스린 것이다. 어느 경우에도 잘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온 것일까? 아마 그것은 결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늘 떳떳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졌다. 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들은 잔인했다. 그런 그들에게 분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분노하지 않는다. 그대신 그들을 연민한다. 인과의 엄중함을 생각하면 그들을 연민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은 이제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 그들은 모든 것을 가졌다. 이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때가 되면 내려와야 한다. 더구나 정의롭지 않게 빼앗았다면 늘 마음에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올라갈 일만 남았다. 정상에 있는 사람은 내려갈 일만 남았다. 세월은 가차없이 흘러갈 것이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정의롭게 산 자가 승리하게 되어 있다.
조작질로 정권을 잡은 자는 잠 못 이룰 밤이 되기 쉽다. 이제 조국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그토록 두려워하여 죽이고자 했으나 다시 살아났다.
조국은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자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어쩌면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하게 될지 모른다.
그들은 조국이 대권후보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학력, 경력, 인물, 인품 등 조건을 잘 갖추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스펙이다. 그래서 죽이고자 했다.
조국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시련속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투력이 강해졌다. 싸우면서 큰 것이다. 이제 전투력까지 갖춘 강남좌파는 그들에게 두려운 대상이 되었다. 이제부터 조국의 시간이다.
2022-05-25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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