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후기

노후는 쉐어하우스에서

담마다사 이병욱 2023. 2. 2. 07:49

노후는 쉐어하우스에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이 들어 일한다는 것은 허물이 될 수 있다. 하물며 실수를 연발하면 어떻게 될까? 허물에 허물이 될 것이다.

나이 든 사람 앞에서 나이 얘기하면 허물일 것이다. 육학년이라면 나이가 적지 않다. 나이 얘기해도 허물이 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나보다 연배가 많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다. 제자가 스승을 능가하는 것을 말한다. 서로서로 좋은 것이다. 제자는 스승의 이름을 빛내서 좋고, 스승은 자신을 넘어섰기 때문에 뿌듯해 할 것이다. 자식이 부모를 능가했을 때 자식키운 보람을 느끼듯이, 나이 어린 사람이 제 할 일을 잘 하고 있을 때 속으로 인정해 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자신의 생각을 약간은 건방질 정도로 쓴다는 것은 큰 허물은 아니라고 본다.

어제 모처럼 일했다. 수정작업이 들어온 것이다. 돈은 되지 않는다. 무상으로 해주었다. 그래야 다음 주문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수정과정에서 너무 덤벙댄 것이다. 파일을 잘못 적용했다. 그로인하여 고객으로부터 지적당했다.

고객은 연배가 비슷한 사람이다. 이해심이 있어서 문제없이 넘어갔다. 만일 젊은 담당자였다면 어땠을까? 아마 '나이 들어 일하다가 실수한 것이다'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실수가 한두번으로 그치지 않고 종종 발생한다면 어떻게 볼까? 아마 노인이 운전하는 것처럼 불안하게 여길 것이다.

종종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이 들어 일한다는 것은 자신에게나 젊은 사람에게나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실수하면 최악이다. 노인이 일한다고 뒷소리 듣기 쉽다.

젊은이들과 일할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켠다. 나이들어서까지 일해서일까 해가 가면 갈수록 일감이 줄어든다. 요즘에는 일하는 날보다 노는 날이 훨씬 더 많다. 이런 상태라면 사무실 유지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가스비 인상으로 인하여 관리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다.

나이 들어 돈벌이는 구차한 것이다. 돈 좀 벌자고 젊은 사람들과 상대한다면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다. 왜 그런가? 비즈니스를 나이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을 좋아한다. 딸 뻘 되는 담당자가 안쓰러운 마음으로 대했을 때 이런 일은 이제 그만두고 싶어진다.

나이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 노인은 노인답게 살아야 한다. 몇년 지나면 국가가 인정하는 공식노인이 된다. 전철 프리패스 카드가 나오면 노인이 되기 싫어도 노인이 되는 것이다. 그때도 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

 


어제 밤에 노후와 관련된 영화를 봤다. 채널을 돌리다가 걸린 것이다. 중간에서 봤지만 끝까지 다 본 것은 순전히 한사람의 배우 때문이다. 고독한 미식가에 나오는 고로상이다.

유튜브에서 고독한 미식가를 종종 본다. 같은 먹방채널이라도 품위가 있는 먹방이다. 드라마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배우가 출연하는 먹방채널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 먹방 배우를 본 것이다.

 


영화제목은 '노후 자금이 없어!'(2020)이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소재로한 코믹영화이다. 영화에서는 분명한 메세지를 던져 주고 있다. 그리고 노후에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영화에서 연금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연금에 목매는 자식이 있다는 것이다. 일년에 3백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3천만원 정도 타는 아버지에게 의지해서 사는 자식이다. 그것도 50대 자식이다.

 

십여년전 남유럽에서 경제위기가 있었다.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그 중에 하나가 과도한 연금지출에 대한 것이었다. 경제가 파탄나자 젊은이들은 직장을 잡을 수 없었는데 놀랍게도 부모연금에 의지해서 사는 것이었다. 이른바 캥거루가족이다. 일본 영화에서도 부모연금에 의지해서 사는 자식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노후에 연금은 든든한 것이다. 매달 꼬박꼬박 상당액의 돈이 입금된다는 것은 천상의 삶을 사는 것과 같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울 때 받는 연금은 받기에 미안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고액연금수혜자들은 부자가 몸조심하듯이 티를 내지 않는 것 같다. 치앙마이 한달살이와 같은 여행을 소문내지 않고 즐기며 조용히 사는 것이다.

혼자만 잘 살면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다. 연금귀족은 나라가 부도위기에 처해도 연금을 꼬박꼬박 수령해 간다. 그런데 저성장시대의 연금은 자식들의 생활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을 때 연금으로 부양하는 것이다. 이는 연금의 기본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다. 모두 잘 살아야 연금 수령도 떳떳한 것이 된다.

영화에서 주인공 고로상은 오중고를 겪고 있다. 50대 중반의 가장은 실직상태에 있다. 수십년 다니던 회사가 부도난 것이다. 그로 인하여 퇴직금 3천만엔, 3억원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노후자금이 달아난 것이다. 아내는 다니던 비정규직에서 그만 두게 되었다. 철없는 딸은 덜컥 임신을 하게 되어서 호화판 결혼을 꿈꾸고 있다. 아들은 대학등록금이 어떻게 마련되는지도 모른다. 여기에다 고령의 어머니까지 있다. 고로상은 어떤 선택을 할까?

고로상은 닥치는대로 일한다. 공사판에서 주차정리하는 일도 한다. 아내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한다. 노후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영화에서는 반전을 시도한다. 막판에 쉐어하우스에 들어가는 것이다.

 


쉐어하우스, 이른바 공유주택을 말한다. 너른 집에서 여러세대가 함께 사는 것이다. 거실을 공유하고 마당을 공유한다. 파티도 함께 한다. 이렇게 쉐어하우스에서 살게 되자 노후자금이 마련 되었다. 집을 팔고 쉐어하우스에 들어가자 노후에 필요하다는 2-4억원의 자금이 마련된 것이다.

직장 다닐 때 노후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노후를 편안하게 살려면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부동산 밖에 답이 없었다. 성장의 시대에는 가능했다. 그결과 아파트 한채 가지게 되었다. 이것으로 끝난 것일까?

이제 정년의 나이도 지나고 은퇴할 나이가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일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국민연금 수급자가 되었지만 공무원연금에 비하면 반토막에 지나지 않아 불만이다. 그럼에도 비빌언덕이 있는 것 같아 안심이다.

사람들은 완벽한 노후대책을 세우고자 한다. 고액연금 생활자라면 안심일 것이다. 노후자금이 2-4억원 있다면 안심일 것이다. 임대수입이 있다면 역시 안심일 것이다. 그러나 저성장시대에는 이런 것들은 내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2세나 3세가 취업이 되지 않아 놀고 있다면 그 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집에만 있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이 하게 되는 셈이 된다. 그렇다면 연금도 적고, 예금도 적고, 임대수입도 없는 사람은 노후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영화에서는 쉐어하우스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어쩌면 미래 노후대책이 되는 것인지 모른다.

고령화시대가 되었다. 베이비붐세대가 은퇴대열에 동참하게 됨에 따라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거리에 노인들이 넘쳐날 때 국가에서도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젊은세대들에게 모든 것을 떠넘길 수도 없다. 이런 때는 모여 사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모여 살면 절약된다. 외롭지도 않다. 프라이버시만 철저히 지키면 된다. 어쩌면 매일매일 축제의 날이 될지 모른다. 사람은 눈만 뜨면 밥만 먹으면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라고 했는데 쉐어하우스야말로 대안이 되는 것 같다. 영화 '노후 자금이 없어!'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같다.


2023-02-02
담마다사 이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