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월드페스티벌에서 그윽한 차(茶)의 향기를
그분은 내 얼굴을 알아봤다. 처음 보았음에도 대번에 알아보았다. 나도 그분 얼굴을 한번에 곧바로 알아보았다.
페이스북에 차박람회를 알리는 글을 보았다. 최해철 선생이 올린 것이다. 최해철 선생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심을 보였더니 꼭 오라고 했다.
차박람회와 관련해서 검색해 보았다. 분명히 박람회가 6월2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린다고 했는데 검색이 되지 않았다. 겨우 한개 검색이 되었다. 홍보를 하지 않는 것일까?
차박람회 첫째날이다. 인터넷에는 뜨지 않았지만 장소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가보기로 했다. 오전에 해야 할 일을 마치고 점심 때 출발했다.
차박람회는 정식명칭이 있다. 티월드페스티벌(Tea World Festival)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영어명칭을 썼을까? 아마 그것은 자동차박람회와 혼동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세계차문화대전이라는 명칭도 있으나 티월드페스티벌로 굳어진 것 같다.
티월드페스티벌은 코엑스 3층에서 열리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 쯤 열린다고 한다. 알만한 사람들은 알기 때문에 따로 홍보를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하여 열리지 못했다.
차박람회장은 크게 세 그룹이 있다. 차와 관련된 것, 차기와 관련된 것, 그리고 염색의상과 관련된 것이다. 백개가 넘는 부스에서 아는 곳은 많지 않다. 인연 있는 사람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가헌아트, 석가명차, 상주요, 그리고 묘덕스님의 부스를 찾았다.
가헌아트는 침향차 전문이다. 두세달전에 인사동 가게를 방문해서 침향차를 구매한 바 있다. 침향이 수면에 좋다고 해서 구입한 것이다. 안면이 있어서일까 대표는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당연히 차도 얻어 마셨다.
침향차를 아껴 마시고 있다. 손님이 오면 접대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대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본래 목적대로 쓰라는 것이다. 잠자기 전에 마시라고 했다. 침향차가 수면과 숙면, 그리고 면역력에 좋다고 하니 그렇게 해 보려고 한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석가명차 부스이다. 페이스북친구 최해철 선생이 있는 곳이다. 최해철 선생은 나를 한눈에 알아봤다. 나도 한눈에 알아봤다. 서로 익숙한 것 같다. 왜 그럴까? 그것은 프로필에 있는 사진 때문일 것이다. 한두번도 아니고 몇년동안 거의 매일 보았다면 익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해철 선생은 글을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긴 글임에도 거의 대부분 읽어 본다고 했다.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어떤 이들은 글이 길다고 불평하거나 패스한다고 하는데 긴 글임에도 읽어 주고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했다.
석가명차 부스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아마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님들도 앉아서 차를 마시고 간다. 동초스님은 함께 착석한 사람들 모두에게 선물로 차를 주었다. 다솔사차이다. 다솔사 봉일암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최해철 선생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손님이 계속 오기 때문에 오래 이야기하지 못했다. 준비한 씨디를 선물로 주었다. 비슷한 씨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 장 건네 주었다. 최해철 선생을 만나면 꼭 선물하고 싶었던 이미우이 음악씨디를 말한다.
최해철 선생도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오운산차를 준 것이다. 가격표를 보니 고가이다. 그럼에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귀한 차를 준 것이다. 아마 글과 관련 있을 것이다. 긴 글을 읽어 주는 것도 고마운데 귀한 차를 주다니! 너무 과분한 대우를 받은 것 같다.
세번째로 찾아간 곳은 상주요이다. 상주요를 알게 된 것은 거의 십년 된 것 같다. 불교박람회장에서 인사 나눈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 졌다.
상주요 주인은 구렛나룻이 특징이다. 부부가 사이 좋게 부스에 있는 것이 좋아 보여서 블로그에 후기를 올린 바도 있다. 세월이 흘러서일까 수염도 백발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상주요 주인은 이번에 작품을 하나 만든 것 같다. 커다란 연꽃을 띄울 수 있는 다기를 말한다. 이 밖에도 꽃꽃이용 다기도 있고 갖가지 용도의 다기가 있다. 도예가의 품격이 느껴진다.
네번째로 찾아간 곳은 묘덕스님 부스이다. 묘덕스님은 아홉 번 덖은 차로 유명하다. 사오년전 차박람회장에서 뵈온 적이 있다. 그때 인연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묘덕스님은 페이스북 친구이기도 하다. 작년에 이미우이 음악씨디도 발송한 바 있다. 이번 차박람회에 관심 보였더니 꼭 방문해달라고 했다.
묘덕스님 부스에서 차를 마셨다. 구수한 느낌이다. 아홉 번 덖은 차라고 하는데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 같다.
묘덕스님은 내 글을 잘 읽고 있다고 말했다. 긴 글임에도 다 읽는다고 했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묘덕스님은 놀랍게도 초기경전을 읽고 있다고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그것도 맛지마니까야를 읽고 있다고 했다.
묘덕스님에게 준비한 이미우이 씨디를 선물했다. 귀한 차를 얻어 마시는 것이 미안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한 것이다. 부스를 나서려 하자 스님은 뽕잎차를 선물로 주었다. 생각도 못한 것이다. 과분한 대접을 받은 것 같다.
오늘 티월드페스티벌을 맞이 여 네 군데 들렀다. 상주요를 제외하고 가는 곳 마다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보면 차야말로 훌륭한 대화의 매개체이다. 차를 주고받으며 대화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차를 마시면 30분 이야기할 것을 3시간 이야기할 수 있다. 왜 그런가? 차가 대화의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차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깊은 대화를 하려면 차를 마셔야 한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려면 차를 내놓아야 한다.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이다. 오늘 티월드페스티벌에서 그윽한 차의 향기를 맛보았다.
2022-06-02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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